이재명 정부 추경에 '건전재정' 외치는 경제지, 尹 정부 때는?

박재령 기자 2026. 4. 1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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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조 '전쟁 추경' 편성에 "치솟는 국가부채" 우려 사설
역대 최대 60조원 추경 윤 정부 때보다 사설 두배 늘어
"추경으로 물가 상승? 가격 인하 재원 규모가 10조 원"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4월9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재명 정부가 최근 의결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놓고 경제신문을 중심으로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사설이 잇따랐다. 2022년 윤석열 정부 당시 추경보다 이번 추경의 규모가 절반 이상 작지만 사설 수는 더 많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재정수지가 더 악화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전날 국회를 통과한 26조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예산 배정안을 의결했다. 소득 하위 70% 국민 등 3577만 명에게 '고유가 피해 지원금' 명목으로 1인당 10만~60만 원을 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 대응, 취약계층 민생 안정, 산업 피해 최소화 등이 추경 취지다.

지난달 31일 정부가 예산 편성안을 의결한 전후 2주(2026년 3월17일~4월14일) 동안 '추경'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한국경제는 총 7개의 관련 사설을 냈다. <인사청문회 앞둔 예산처 장관, 재정 파수꾼 본분 잊지 말아야>(3월23일),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정부부채…재정건전성 고민해야>(3월24일), <국회로 넘어온 '전쟁 추경'…취약 계층 지원 원칙 지켜야>(4월3일), <“4월 이후가 더 걱정”… 오일플레이션 단단히 대비할 때>(4월4일), <국가채무 1300조…누구도 신경 안 쓰는 '재정 준칙'>(4월7일), <선심성 예산 요구 봇물에 '전쟁 추경' 30조 될 판>(4월8일) 등이다.

▲ 지난 9일자 한국경제 사설.

재정건전성이 우려되니 추경 편성에 신중해야 한다는 논조였다. 지난 7일 사설에서 한국경제는 “'확장 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부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나랏빚 관리에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부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달 24일 사설에선 “중동 사태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1510원을 넘어섰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여전하다”며 추경이 물가와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역대 최대 규모 '62조' 윤석열 정부 추경 때는?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도 집권 초기 코로나19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59조4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으며 이번과 같이 초과 세수를 기반으로 했다. 추경 규모는 국회 심사 과정에서 2조6000억 원이 늘어 총 62조 원 규모의 안이 집행됐다.

윤석열 정부가 예산 편성안을 의결한 전후 2주(2022년 4월28일~5월26일) 동안 '추경'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한국경제는 총 2건의 관련 사설을 냈다. 이재명 정부 대비 사설 수가 줄었다. <논란의 '선거 추경'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어야>(5월13일), <물가·부채 진퇴양난에 끼인 경제… 하반기가 더 걱정스럽다>(5월14일) 등이다.

▲ 2022년 5월13일자 한국경제 사설.

사설 제목과 본문의 톤도 일부 완화된 모습이다. 2022년 5월14일자 사설에서 한국경제는 “대통령 주재 회의에 한국은행 총재가 2년 만에 참석하고 민간 전문가들을 불러 현장 목소리를 청취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며 “하지만 금융점검회의 하루 전에 역대 최대 규모인 '59조 원+알파' 추경안을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매일경제는 이재명 정부의 추경 편성 전후 2주간 6건의 관련 사설을 냈다. <'전쟁 추경' 26조… 물가가 관건이다>(4월1일), <국가채무 2030년엔 GDP 60%인데 벌써 2차 추경 운운하다니>(4월13일) 등이다. 윤석열 정부의 추경 편성 전후로는 같은 기간 관련 사설 수가 3개로 줄었다. 서울경제의 추경 사설도 같은 기간 9개에서 4개로 줄었다.

경제신문이 중시하는 재정수지는 윤석열 정부에서 오히려 더 악화했다. 62조 원의 추경을 편성한 2022년의 관리재정수지는 117억 원 적자로 역대 최대였다. 법인세 감소 등의 영향으로 2023년과 2024년엔 수십조 원 규모의 세수 결손도 발생했다.

▲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 ⓒ연합뉴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재정 상황이 지금보다 윤석열 정부 때 더 나은 상황이 아니었다”며 “(문재인 정부의) 2020년 추경은 코로나19 초기라 필수적이었다고 하면, (윤석열 정부의) 2022년 추경은 '위드 코로나'로 넘어가는 시기라 지금의 중동 전쟁과 상황의 엄중함을 비교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충분히 언론의 '이중잣대'라고 비판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경제신문은 추경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우려하지만 이번 추경에는 석유 등 에너지 가격 인하를 위해 동원한 재정이 10조 원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상민 위원은 “이번 추경은 물가 인하 추경”이라며 “물가 인상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추경에 반대하는 경제신문의 레토릭이 그대로 반영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7일 경향신문 <한국 보수는 더 망해봐야 한다> 칼럼에서 “지금 한국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갭이 마이너스, 즉 잠재 생산능력을 밑도는 상태에서 작동하고 있다. 이 상태에서는 재정을 투입해도 물가를 밀어 올리는 경로 자체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며 “즉, 이번 추경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

이창민 교수는 “그런데도 이들(한국 보수)은 '물가 자극'을 외친다. '빚잔치'라는 비판은 아예 사실 오류”라며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이 주장들을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은 무지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 배후에 이념이 있다. 이들의 논리를 관통하는 하나의 전제가 있다. 좌파 정권이 포퓰리즘 지출을 남발하다 경제가 붕괴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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