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보수’ 시대 저무나… ETF 시장, 비가격 경쟁 ‘2라운드’ 개막
경쟁사 유사 상품 보수 수준까지 고려

금융감독원이 상장지수펀드(ETF) 총보수에 대한 사전 점검을 강화하며 자산운용업계의 과도한 보수 인하 경쟁에 제동을 걸었다.
가격 중심의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 대신, 월배당이나 특별배당 시스템 등 상품 구조와 운용 전략을 차별화하는 '비가격 경쟁'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이 ETF 총보수에 대한 사전 점검을 강화하는 지침을 내놓으면서 과열됐던 보수 인하 경쟁이 한층 진정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신규 ETF를 출시하거나 기존 상품의 보수를 인하할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 전 사전협의 단계에서 운용사의 내부 보수 체계와 함께 경쟁사 유사 상품의 보수 수준까지 종합적으로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운용사들은 동종 ETF의 최저보수를 기준으로 가격을 설정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조치는 자산운용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초 저보수 경쟁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채권혼합형 ETF'를 둘러싸고 여러 운용사가 경쟁적으로 상품을 출시하며 총보수를 0.01% 수준까지 낮추는 등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보수 경쟁이 벌어진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신규 운용사의 가격 경쟁 진입을 제한하는 효과도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인지도가 낮은 중소형 운용사의 경우 보수 인하를 통해 투자자를 유치해 온 만큼, 이번 지침으로 가격 차별화 전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격으로만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일정 부분 제한을 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금까지는 보수를 낮추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해왔던 운용사 입장에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보수 인하 경쟁이 시장 전반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온 가운데,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조치가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부에서는 규제 도입 시점이 다소 늦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이미 0.01% 수준의 초저보수 상품이 등장한 이후에야 규제가 도입된 점은 아쉽다"며 "보다 이른 시점에서 보수 경쟁에 대한 관리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역시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제도 정비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특히 과도한 보수 인하 경쟁이 시장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수를 0에 가깝게 설정할 경우 역마진이 발생해 운용사의 지속 가능성을 해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비용이 투자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며 "단순한 가격 경쟁보다는 상품 구조와 운용 전략을 통한 차별화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ETF 시장에서는 보수 대신 상품 구조를 앞세운 비가격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채권혼합형 ETF를 중심으로는 동일 기초자산을 편입하면서도 분배 방식 등에서 차별화를 시도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총보수 0.07% 수준의 삼성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상품은 월배당 구조를 도입해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투자자를 겨냥했다. 반면 0.01% 초저보수 상품은 월배당을 제공하지 않는 대신 비용 경쟁력을 앞세우는 전략이다.
특히 키움운용은 특별배당 시스템을 도입해 차별화에 나섰다. 순자산가치(NAV)가 1만원을 상회할 경우 초과분 일부를 매월 분할 매도해 추가 배당을 지급하고, 1만원을 하회할 경우에는 채권 이자와 주식 배당 등 기본 수익만 분배하는 구조다.
상승 국면에서는 일정 부분 이익을 실현하면서 투자자에게 현금 흐름을 제공하고, 하락 국면에서는 안정적인 분배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ETF 시장 경쟁의 축을 가격에서 상품 설계로 이동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중소형사와 대형사는 브랜드에서 이미 큰 격차가 존재한다"며 "투자자들이 중소형 운용사에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사가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고 가격 경쟁이 완화된다면, 자산운용업계 전반에도 보다 건전한 경쟁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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