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면 북적이는 ‘공포 핫플’···인적 드물던 ‘살목지’의 영화같은 반전

김지윤 기자 2026. 4. 1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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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스릴러 영화 <살목지>의 흥행으로 충남 예산군 살목지가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쇼박스 제공

공포 영화 <살목지>의 흥행으로 관객의 관심이 스크린을 넘어 현실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로드뷰에 포착된 정체불명의 형체’라는 영화 속 설정이 현실 장소와 겹치며 살목지는 단순한 촬영지를 넘어 색다른 체험 공간으로 소비되고 있다.

살목지는 충남 예산군 광시면에 있는 소규모 농업용 저수지다. 관광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 아니라 논과 산, 골짜기 사이에 놓인 전형적인 농촌형 저수지에 가깝다. 인공 시설은 거의 없고 자연 지형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름 또한 흉악한 기운을 뜻하는 ‘살(殺)’과는 무관하다. ‘살목’은 지형에서 유래한 고유 지명으로, 인근의 살목골·살미고개 등과 맥을 같이한다.

낚시를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 공유되던 평범한 장소가 기묘한 장소로 소비되는 이유는 낯선 풍경 때문이다. 물속에 그대로 서 있는 고사목, 수면 위로 드러난 나무줄기, 안개가 잦은 습지형 환경은 일반적인 저수지와 다른 인상을 준다. 형태를 단번에 파악하기 어려운 시각적 요소는 불안을 유도한다. 물이 주는 깊이감은 감각을 한층 흐릿하게 만든다. 사람이 거의 찾지 않던 시기에는 이러한 분위기가 더욱 강하게 작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영화가 입소문을 타며 새벽 시간대 충남 예산군 살목지를 방문하려는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여기에 최근 SNS에서 확산된 ‘새벽 3시 방문’은 공포를 한층 끌어올렸다. 전통적으로 자정 이후 새벽까지 이어지는 시간대, 이른바 ‘축시’(새벽 1~3시)에는 귀문이 열린다고 여겨져왔다. 과학적 근거와는 별개로 이러한 문화적 상상력이 장소 위에 덧입혀지면서 살목지는 이야기가 생성되는 공간으로 재구성됐다. 그 결과 한적하던 농로에는 차량이 줄지어 들어서기 시작했고, ‘살리단길’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예산군도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군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영화를 패러디한 쇼트폼 영상을 공개하며 관심을 지역 콘텐츠로 흡수했다. 음산한 분위기로 시작된 영상은 이내 지역 특산품인 광시 한우를 전면에 내세우며 반전을 만든다. 공포 서사를 일상과 미식으로 전환하는 이 연출은 긴장과 해소를 교차시키며 장소에 대한 인상을 보다 입체적으로 환기한다.

살목지 일대에는 국가생태탐방로 조성 사업이 진행 중이며, 향후 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실제 살목지 풍경. 예산군 제공

현장 인프라 확충도 병행되고 있다. 살목지 일대에는 국가생태탐방로 조성 사업이 진행 중이며, 향후 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단순한 ‘체험형 공포 명소’를 넘어, 자연과 이야기를 동시에 소비하는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다만 방문객 증가에 따른 안전관리 필요성도 함께 강조된다. 저수지는 수심 변화가 크고 바닥 지형이 불규칙해 예측이 어려운 데다, 야간에는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아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이에 예산군은 “야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살목지 방문을 통제하고 있다”며 “관할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와 협력해 난간과 펜스 설치, 구조장비 비치 등 안전대책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살목지는 야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방문이 통제되고 있다. 예산군청(@yesan_gun) 인스타그램 갈무리

관광지 관점에서 보면 살목지는 강렬한 인상을 주지만 오래 머무는 공간은 아니다. 동선을 조금만 넓히면 차로 20~30분 거리의 예당호로 이동할 수 있다. 충남 최대 규모의 저수지인 이곳은 살목지와는 전혀 다른 결의 풍경을 보여준다. 넓게 펼쳐진 수면과 완만한 산세, 출렁다리를 중심으로 한 체류형 관광 인프라가 어우러져 있다.

또 살목지를 찾은 방문객들이 다소 뜬금없다고 느끼는, 저수지 앞에 설치된 ‘황새 캐릭터’ 포토존에는 나름의 배경이 있다. 인근에 멸종위기종 황새 복원을 위해 조성된 예산 황새공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목지 하면 무시무시한 물귀신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은 귀한 황새를 마주할 수 있는 행운의 장소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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