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쩐의 전쟁①] 야망의 바벨탑 하늘에 닿을까 "6600억달러의 질주"

러시, 또 러시
아마존·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 등 글로벌 5대 빅테크 기업이 올해 AI 인프라에 쏟아붓는 자본지출(CapEx)이 6600~6900억달러(약 950~99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전년 대비 무려 36%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리고 이 가운데 약 75%인 4500억달러가 GPU 서버·데이터센터·네트워킹 등 AI 관련 시설에 직접 투입된다. 미국 공개 에너지 섹터가 유정 굴착부터 정유·화학 플랜트 운영까지 전체 사업에 쓰는 비용의 4배를 넘는 규모다.
개별 기업의 투자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먼저 아마존은 올해 자본지출을 약 2000억달러로 제시했다. 실제로 앤디 재시 CEO는 지난 2월 실적 발표에서 "AWS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아 대부분을 AWS에 집중 투입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의 수주잔고는 2440억달러로 전년 대비 40% 늘었으며 AI 클라우드 매출 런레이트는 150억달러를 넘었다.
자체 칩 사업(그래비톤·트레이니엄) 매출도 연간 200억달러 이상으로 올해 초 공개한 수치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재시 CEO는 "대규모 자본지출 계획은 이미 확보한 고객 계약에 기반한 것"이라며 투자의 합리성을 강조했다.
알파벳도 마찬가지다. 순다르 피차이 CEO는 올해 약 1750~1850억달러를 AI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구글의 수주잔고 역시 24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억달러 이상 대형 계약 건수도 직전 3년 합산을 넘어섰다.
메타는 1150~1350억달러를 배정했다. 오하이오에 1GW(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고, 루이지애나에는 최종적으로 5GW까지 확장 가능한 시설을 건설 중이다. 올해 1월에는 6.6GW 규모의 원자력 전력 확보 계약까지 체결하며 에너지 조달에도 공격적 행보를 거듭하는 중이다.
MS도 직전 분기에만 375억달러를 집행해 연간 1200억달러 이상이 AI에 투지될 것으로 예상되며 오라클도 전년 대비 136% 늘어난 50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오라클의 잔여이행의무는 5230억달러에 달한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델오로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자본지출은 전년 대비 57% 성장해 7260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도 50% 이상 성장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보릿고개의 역사경제학
AI 투자가 공격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거품위기론'과 '미래비전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AI 투자 흐름을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한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현재 AI 자본지출은 미국 GDP의 약 0.8%에 해당된다. 그리고 과거 150년간 철도·전기·통신 등 기술 투자 붐의 정점에서는 GDP의 1.5% 이상이 투입됐다는 설명이다. 그 끝에서 1990년대 말 텔레콤 투자 사이클 수준에 맞추려면 올해 자본지출이 7000억달러에 달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기에 골드만삭스는 현재 추정치 대비 최대 2000억달러의 AI 추가 투자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 여력이 현실화하려면 공급 병목 해소와 투자자 신뢰가 동시에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2024년과 2025년 모두 연초 자본지출 컨센서스가 20% 성장을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50%를 넘겼기에 리스크도 있다. 추정치의 상향 조정이 반복되는 패턴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자금 조달 구조의 변화도 주목할 대목이다.
현재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포함하면 이미 자체 현금흐름을 초과했다. 역사적으로도 현금 창출력에 의존해온 빅테크들이 대규모 차입에 나서는 이례적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당장 올해 빅테크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은 1000억달러에 달하며 투자자들은 채무불이행 보험(CDS)을 기록적 수준으로 요구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은 기술 섹터가 향후 수년간 AI 인프라 건설에 최대 1조5000억달러의 신규 채무를 발행해야 할 것으로 추정한다.
나아가 빅테크의 자본 집약도(매출 대비 자본지출 비율)는 45~57%까지 치솟은 상태다. 전통적 기술 기업이 아니라 산업재·유틸리티 기업에 가까운 수치다. 그리고 과거 자산경량 소프트웨어 기업이던 메타와 구글이 이제 하이퍼스케일러로 변모해 GPU·데이터센터·AI 기반 제품에 대규모 투자를 쏟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리스크 프로파일과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자연스럽게 자본시장의 시선도 갈라지고 있다.
먼저 앤트로픽이 자율 코딩·워크플로 도구를 공개하면서 'AI가 도구에서 대체재로 전환'된다는 내러티브가 퍼졌고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통째로 잠식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됐다. 이후 '실리콘에서 철강으로(Silicon to Steel)'라 불리는 로테이션이 발생해 에너지 섹터가 기술주를 20%포인트 이상 아웃퍼폼했다. 올해 1분기 중 약 4000억달러 규모의 기술주 시가총액이 증발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MIT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런 아제모글루도 "AI 모델들은 과대선전되고 있으며, 우리가 투자해야 할 수준 이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2월 미 국가경제연구소(NBER)는 기업의 90%가 AI가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발표했으며 영란은행과 IMF도 AI 기업의 과대평가에 따른 글로벌 시장 조정 위험을 경고했다. IMF 총재는 닷컴 버블과의 유사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아마존과 알파벳이 천문학적 AI 자본지출 계획을 발표할 당시 시장은 흥분이 아닌 회의로 반응하기도 했다. AI 가능성 경계론이자 투자 회의론의 '아웃풋'이다.
다만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올해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블랙록 CEO 래리 핑크와의 대담을 통해 AI 버블론에 명확한 선을 그었다. 그는 "AI는 버블이 아니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프라 건설"이라며 AI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블루칼라 일자리까지 창출하는 산업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알렉스 카투지안(Alex Katouzian) 퀄컴 총괄 부사장도 MWC 2026 현장에서 본지와 만나 "오늘날 하이퍼스케일러들은 현금 흐름의 60%만 지출하고 있다"면서 "현금 흐름이 들어오고 수익이 들어오고 있으며 많은 돈을 빌리지 않는 한 그들은 계속해서 구축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이런 가운데 AI 투자 관련 논쟁의 핵심을 성공과 실패가 아닌, 방향성에 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 눈길을 끈다.
양극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장 PwC가 13일 총 25개 산업 1217명 경영진을 조사해 발표한 '2026 AI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AI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의 약 74%를 상위 20% 기업이 독식하고 있으며 나머지 기업은 여전히 파일럿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선도 기업들은 AI를 단순 효율화 도구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을 재편하고 산업 경계를 넘나드는 성장 엔진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은 기업의 숫자도 많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들의 계급화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은 AI 인프라에 돈을 쏟는 기업과 그 지출의 수혜를 받는 기업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한 자산운용사 CIO는 "AI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 믿지만 AI에 돈을 쓰는 쪽보다 받는 쪽에 포지션을 잡겠다"고 밝혔다. 6600억달러의 질주가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인지, 닷컴 시대의 광케이블 과잉투자가 재현되는 것인지 여부는 향후 2~3년이 판가름될 전망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