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사용인이 여행하는 길…'아름다운 우리나라 전국 무장애 여행지 39' 外 [책소개]

조혜정 기자 2026. 4. 1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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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0일 장애인의 날 앞두고 무장애 여행가 전윤선이 소개하는 여행길
청각 장애인 부모를 둔 이길보라 감독이 말하는 '고통'
4월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담긴 책을 소개한다. 전동휠체어와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신만의 여행지도를 그려가는 전윤선 작가와 청각 장애인 부모를 둔 이길보라 감독. 두 사람은 여전히 사회 전반에 깔린 장애인에 대한 인식, 차별과 고통에 당혹해하지만 거기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바퀴를 굴려 갈 수 있는 곳을 찾아 여행하고, 자신과 유사하지만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또다른 세상을 발견한다.

■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국 무장애 여행지 39-휠체어 타고 직접 확인한 바로 그 곳(전윤선 지음)
나무발전소刊


여행의 기본은 이동이다. 먹고, 자는 과정에 불편함이 없는 비장애인들은 알 수 없는 장애인들의 고충은 그들에겐 삶의 폭을 좁히는 또다른 장애물이다. 스스로 운전을 하는 경우도 불편한데 휠체어와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은 언감생심 꿈도 꾸기 어렵다.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국 무장애 여행지 39’의 저자 전윤선씨는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의 대표이다. 2017년 설립된 이 단체는 장애인의 여행문화를 발전시키고, 장애인 관광진흥법 개정과 제정을 위한 활동, 국내 접근가능한 관광 콘텐츠 개발과 홍보 등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전씨는 이런 활동의 연장선으로 여행가이드북을 꾸준히 출간한다. ‘휠체어 타고 직접 확인한 바로 그 곳’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본인 역시 전동휠체어 사용자로 눈높이에 맞게 체험에서 우러나온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휠체어 사용 여행객에게 여행지는 ‘가고 싶은 여행지’와 ‘가기 편한 여행지’로 구분되다 보니 관광자원이 빈약해도 ‘가기 편한 여행지’를 우선시 하게 된다.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는 기차에서 내려 다른 이동수단으로 갈아타지 않아도 되는 곳이며, 관광자원까지 풍부한 곳이다. 그런 여행지는 국내에서 그리 많지 않지만 찾아보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작은 네 바퀴가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인지, 쉴 곳과 먹을 곳은 어디인지, 장애인 전용 화장실 위치부터 편의객실이 마련된 숙소까지 세세한 여행 정보를 담았다.

이 책의 정보는 전동휠체어 사용자 뿐 아니라 노인, 영유아 동반 가족 등이 더욱 쉽고 편리하게 무장애 여행을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포천의 산정호수와 국립수목원, 제부도(화성), 동구릉(구리시), 수원 화성, 광명동굴, 인천 교동도 등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근교 여행 코스가 장애인에게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 여행지인지 깨닫게 된다.

■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이길보라 지음)

창비刊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의 감독이자 작가인 이길보라 감독은 청각 장애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출생 시부터 청력을 잃은 두 부모는 수어를 모국어로 사용했고, 저자 역시 말보다 수어를 먼저 배웠다.

저자는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 아래에서 자라며 ‘고통’이 부정적인 의미만을 품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모두의 인생이 그렇듯 화가 나고 속상할 때도 있고 기쁘고 가슴 벅찬 날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좋은 경험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유독 슬픈 이야기를 할 때 공감한다며 눈물을 흘리거나 연민의 혀를 찼다.

그럴 때마다 저자가 ‘불쌍한 사람’이 아님을 알려준 것은 텔레비전과 책에서 접한 논픽션 작품들이었다. 반지하방에서 호떡 장사를 나간 부모를 기다리며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저자에게 좋은 작품들은 창문과도 같았다. 자신과 유사하게, 그러나 다르게 사는 사람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고통을 납작하게 바라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가치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1부 ‘나를 만든 세계’, 2부 ‘나와 우리가 만드는 세계’로 나눠 장애의 의미를 사유하는 작품들과 확장된 시야로 미래를 그리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장애운동가들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크립 캠프: 장애는 없다’, 도시 인구의 25명 중 1명이 농인인 마서스비니어드섬에 관한 책 ‘마서즈 비니어드 섬 사람들은 수화로 말한다’ 등 장애가 상실이나 결여, 손상이 아니라 그저 또 하나의 다름임을 보여준다.

작가가 소개하는 세계들을 탐험하다 보면 타인의 경험에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 우리는 서로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지 실마리를 잡을 수 있게 된다.

조혜정 기자 hjc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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