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삼성 TV의 20년 천하 수성 전략…AI·마이크로RGB로 ‘中·日 협공’ 넘는다
삼성전자 ‘더 퍼스트룩 서울 2026’ 신제품 브리핑



출하량 밀어붙이는 中·부활 노리는 日 합작에 ‘초격차 AI’로 맞불
OLED 대중화 지연 속 ‘마이크로 RGB’ 전면 배치…월드컵 특수 기대감도
[대한경제=심화영 기자]‘20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라는 전무후무한 금자탑을 앞둔 삼성전자가 수성의 키워드를 ‘AI’와 ‘프리미엄 RGB’로 낙점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의 대중화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사이, 중국의 저가 공세와 일본의 브랜드 협공이 거세지자, 하드웨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AI 플랫폼과 고부가가치 라인업으로 ‘TV 초격차’를 재확인하겠다는 전략이다.
15일 삼성전자는 서울 강남에서 ‘더 퍼스트룩 서울 2026’을 열고 2026년형 TV 신제품을 공개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은 이 자리에서 “TV를 단순한 디스플레이가 아닌 ‘AI 일상 동반자’로 진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위기감은 수치에서 드러난다. 출하량 기준으로는 이미 TCL과 하이얼 등 중국 업체들의 합산 물량이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중국 내 점유율은 한 자릿수 초반에 머물고 있으며, 올해 1분기 가전·TV 사업의 영업이익도 LG전자의 5분의 1 수준인 2000억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소니와 TCL의 합작 모델이 보여주듯 ‘일본의 감성’과 ‘중국의 생산력’이 결합한 새로운 경쟁 구도도 위협적이다.
삼성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하드웨어 너머의 경험’을 제시했다. 용 사업부장은 “TV는 이제 하드웨어가 아니라 플랫폼과 경험의 집합체가 돼야 한다”며, 신제품의 99%에 AI 기능을 탑재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겠다고 밝혔다. 2배 빨라진 NPU(신경망처리장치)를 활용해 저해상도 영상을 4K로 업스케일링하거나 해설자의 목소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등의 ‘경험적 차별화’가 핵심이다.
가장 주목할 변화는 프리미엄 LCD 기술인 ‘마이크로 RGB’의 전면 배치다. 마이크로 RGB는 100마이크로미터(㎛) 이하 초소형 R(빨강)·G(초록)·B(파랑) LED(발광다이오드)를 백라이트로 사용해 색상과 밝기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다. OLED가 기술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과 공급 구조의 제약으로 대중화 속도가 더딘 사이, 삼성은 초미세 RGB LED를 광원으로 활용한 고급 LCD(액정표시장치) 전략으로 선회했다.
마이크로 RGB TV는 올해 65형부터 130형까지 라인업이 대폭 확대됐다. OLED 대비 번인 우려가 적으면서도 색 표현력과 명암비를 극대화한 이 기술은 중국 업체의 저가 미니 LED와 격을 달리하는 프리미엄의 새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은 점유율 싸움에 매몰되기보다 고가의 마이크로 RGB와 네오 QLED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침체된 TV 수요를 깨울 ‘부스터’로 보고 있다. 이번 월드컵은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되고 3개국 공동 개최로 진행되는 만큼, 대형 TV에 대한 잠재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판단이다.
특히 신혼부부와 초대형 TV 선호 고객을 겨냥한 ‘구독 서비스’가 승부수다. 85형 초대형 TV를 월 5만원대에 이용할 수 있는 구독 상품을 출시해 고가의 일시불 구매 허들을 대폭 낮췄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결혼 건수가 반등하는 추세와 ‘거거익선(클수록 좋다)’ 트렌드가 맞물리며 모든 라인업에서 구독 매출이 눈에 띄게 올라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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