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핵심은 지속가능 가치…‘체크리스트’보다 이행의 질”


코스피 지수가 6천을 넘나들고 주식 투자 인구가 크게 늘면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6월 이후 3차에 걸쳐 상법을 개정하며 후진적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려 노력 중이다. 하지만 자본시장 선진화나 주가 밸류업은 법을 고친다고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관행, 규칙, 평가와 시장의 압력 등 연성 규범이 제 역할을 할 때 법도 효력을 발휘한다.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대한 원칙)는 그런 자본시장 연성 규범의 핵심이다. 연·기금, 자산운용사, 증권,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가 남의 돈을 굴리는 집사처럼, 투자한 기업을 잘 감시·대화하고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고객 자산을 책임 있게 관리하라는 원칙이다. 기업지배구조에서의 역할이 크기에 더불어민주당 코리아 프리미엄 케이(K) 자본시장위원회 (전 코스피 5천 위원회·위원장 오기형 의원)도 상법 개정 이후의 핵심 과제로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를 꼽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뒤 참여기관 수가 지속해서 늘고 기관투자자의 반대 의결권 행사나 주주관여도 늘어나는 등 일정한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코드 이행을 점검하는 체계가 없다시피 해 핵심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대다수 기관이 수탁자책임 활동을 체계적으로 보고하지 않는 데다, 의결권 행사 공시 등도 형식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코드 역시 제정한 이래 한 번도 개정하지 않아 변화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일어난 글로벌 금융위기의 반성으로 2010년 세계 최초로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전 세계에 확산한 영국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스튜어드십코드를 제정하고 이행 감독을 맡은 영국 재무보고위원회(FRC) 모린 베러스퍼드(Maureen Beresford) 기업지배구조·스튜어드십 담당 이사를 13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만나서 들어봤다. 베러스퍼드 이사는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 서울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영국의 FRC는 회계·감사 기준과 기업지배구조·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정·감독하는, 정부와 연계된 독립 규제기관이다. 영국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0년 제정된 뒤 2012년, 2019년에 개정됐고 최근에는 2025년에 개정돼 올해부터 개정된 코드에 따른 심사가 이뤄진다. 모린 이사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핵심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1) 코드 서명기관은 매년 이행보고서를 내고 지위를 재심사한다. 통과 여부에 따라 등록 기관 명단에 오르거나 빠진다. 탈락은 비공개지만 통과하지 못하면 연·기금, 기관의 위탁을 잃을 수 있어 시장이 사실상 제재 인센티브 역할을 한다.
2) 이행 보고는 형식이 아니라 질을 중시한다. 단순한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구체적 사례와 성과를 요구하는 정성평가이다. 기관들이 ‘자기 목표, 자기 서사’를 중심으로 보고하도록 유도한다.
3) 탈락한 기관뿐 아니라 통과한 기관에도 구체적인 평가를 피드백한다. FRC는 사후 제재보다 사전 상담, 서면·대면 피드백, 연차 리뷰, 웨비나 등으로 지원형 규제자 역할을 한다.
4) ‘적절하고 비례성(proportionate) 있는’ 이행체계를 강조한다. 모든 기관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고 규모·역할·상황에 맞게 요구수준을 조절한다. 감당할 수 있는 부담 안에서, 실질적인 행동과 변화를 끌어내도록 설계한 규율 구조이다.
5) 2025년 개정된 새 코드에서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를 코드의 목적이 아니라 장기 가치 창출을 위한 ‘수단’의 위치로 재정렬해, 각 기관이 자신의 고객, 수익자 이익에 맞는 ESG 전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과 달리 영국은 FRC가 코드 제정, 등록, 이행실태 점검까지 체계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것으로 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고 있나?
“스튜어드십 영역에서 출발점은 코드 자체이다. 이 코드는 원칙(principle)에 기반을 둔, 상당히 유연한 프레임워크이고 우리는 이 유연성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 이행 측면에서는 무엇보다 ‘적절하고 비례성 있는’ 체계를 만들고, 각 이해당사자가 코드의 목적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하는 것을 중시한다. 가장 핵심적인 장치는 신청자 심사이다. 연·기금, 자산운용사, 서비스 제공자(의결권 자문사 등)가 코드 서명기관이 되겠다고 신청하면 우리는 이들의 보고서를 코드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모든 곳이 등록 명단에 오르는 것은 아니고 탈락하는 곳도 있다.”
― 등록 신청은 어떻게 하는가?
“신청 시기는 4월과 10월로 일 년에 두 번이다. 합격, 불합격 판가름은 대략 석 달 뒤에 나온다. 4월에 탈락하면 10월에 재신청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기관이 전년도의 활동과 성과를 보고해 매년 등록기관 지위를 재심사받아야 하는 것이다. 다만 올해는 예전 코드에서 새 코드로 넘어가는 과도기이기에 예외적으로 탈락하는 기관은 없다. 모두가 새 기준에 도전해 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
― 신청에서 탈락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초기에는 꽤 많은 기관이 탈락했다. 하지만 이제는 소수이다. 이제는 기관들이 우리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이해하고, 우리가 내놓는 각종 자료를 보고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탈락할 수 있다는 위험은 분명 존재한다. 네해 연속 등록돼 있던 기관이라도, 매년 개선을 보여주지 못하면 탈락한다.”
― 등록과 탈락 기관을 모두 공개하는가?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통과한 기관의 명단이다. 탈락한 기관에는 개별적으로 서한을 보내 통보한다. 언론은 탈락 명단을 원하지만 우리는 제공하지 않는다.”
― 기관이 낸 이행 내용의 점검은 어떻게 하는가?
“FRC는 보고서를 모든 원칙에 비춰 읽어본다. 이 과정은 단순한 ‘체크리스트’에 표시하는 것이 아니다. 신청자들에게 전년도 활동과 그 결과를 서술하도록 한다. 매년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각 원칙을 충족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와 케이스 스터디를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평가의 성격은 매우 ‘정성적’(qualitative) 이다. 단순히 ‘예/아니오’ 를 체크하는 게 아니고 ‘우리가 무엇을 했고, 왜 그렇게 했으며, 어떻게 했고, 누구와 협력했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가’를 설명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자산소유자, 운용사의 목적과 스튜어드십 정책 같은 ‘정적(static) 정보’도 같이 보고받는다. 이를 통해 실제 활동이 자신들이 스튜어드로서 내세운 목표와 일치하는지를 점검한다.”
― 그걸 하는 FRC의 인력이 얼마나 되나?
“15명 정도가 일한다. 4월에는 약 200건, 10월에는 약 100건, 합해서 매년 300건 정도 신청을 받는다. 심사 과정은 매우 강도가 높다. 일반적으로 먼저 분석관(analyst)이 보고서를 읽고 평가한 뒤, 다른 검토자가 그 평가를 다시 점검한다. 원칙별로 ‘충족/미충족’을 보고 다시 확인한다.”
― ‘적절하고 비례성 있는’ 이행 체제란 무엇을 말하나? 최근 코드 개정에서 △ 보고 범위를 나눠 간소하게 한 것 △‘에스컬레이션’과 ‘협력’을 관여로 통합해 매년 억지로 사례를 만들어 내지 않도록 한 것 △기관의 규모와 역할에 따라 기대 수준을 달리 두는 것 등이 눈에 띄는데.
“맞다. 우리는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투자자가 보고할 수 있는 내용에는 한계가 있고, 일부 정보는 상업적으로 민감할 수 있다. 모든 이슈에서 매년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매년 모든 이슈에 대해 ‘결과(outcome)를 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 2025년 코드 개정도 그런 목적이 큰 것인가?
“그렇다. 코드 개정 공청회를 할 때 가장 많이 나온 문제제기가 ‘왜 이렇게 길어야 하는가, 더 간결하게 만들 수는 없나?’라는 질문이었다. 사실 시간이 지나면서 보고서가 길어졌다. 10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도 나왔고 정보가 지나치게 많았다. 그 보고서를 읽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고, 이는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가 택한 해법은 ‘정적 정보’와 ‘동적 정보’를 구분하는 것이었다. 정적 정보란 스튜어드십을 담당하는 조직·팀 구성, 거버넌스 절차, 다양성과 포용정책처럼 해마다 크게 바뀌지 않는 내용이다. 이런 정보는 이제 3년에 한 번만 보고하면 된다. 반면 매년 빠짐없이 보고해야 하는 것은 활동과 성과이다. 결국 보고를 둘로 나눈 셈이다.”
― 일종의 ‘슬림화’(streamlining)인데, 왜 그게 중요한가?
“이 모델이 잘 작동하려면, 투자자들이 체크리스트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목표와 성과에 진짜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대해 건설적으로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 보고서는 규제기관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문서가 아니라, 투자자들이 자신의 목표를 드러내는 문서가 돼야 한다.”
―한국 금융당국도 등록 이후 사후 점검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효과적인 사후 점검 프레임워크를 만들기 위해 어떤 조언을 하겠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규제기관으로서 ‘무엇을 달성하고 싶은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어떤 모습을 보고 싶고, 왜 그것이 중요한지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목표를 이해관계자에게 충분히 설명해, 모두가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보고서를 어떻게 평가할지 결정해야 한다. 단순히 ‘합/불합격’으로 할 것인지 1~5점 같은 등급을 줄 것인지 등 평가체제를 정립해야 한다. 동시에 평가 과정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 추적할 수 있는 ‘감사 추적’(audit trail)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 탈락했을 때,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입증할 수 있는 견고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피드백’이다. ”
― 피드백은 어떻게 하는가?
“탈락한 기관뿐 아니라 통과한 기관에도 피드백을 준다. 그렇지 않으면 기관 입장에서는 ‘겨우 기준선을 넘긴 것인지, 아주 잘한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게 아주 중요하다. 물론 부정적 피드백을 줄 때도 단순히 ‘탈락했다’고만 말해서는 안 되고, 왜 탈락했는지, 어떤 부분이 문제였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또 신청 전에 미리 우리에게 연락해 면담을 요청하는 기관이 있다. 이런 식으로 매우 ‘양방향’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규제 기관이라고 해서 항상 처벌 위주로 가기보다는, 개선을 지원하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 기관들이 성실히 보고를 이행하게 하는 정책 수단은? 한국은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십을 성실히 이행해도 인력·리서치·법률 검토에 비용이 드는데 반면 눈에 보이는 인센티브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합리적 무관심’이 반복되는 패턴이 나타난다.
“개별 기관과의 소통 외에 시장 구조 자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많은 자산소유자가 ‘명단에 올라 있는’ 운용사와 일하고자 하기 때문에, 기관들은 탈락할 경우 위탁운용 계약이나 자금을 잃을 수 있다는 리스크를 의식하게 된다. 영국의 많은 자산소유자와 운용사에게 등록 기관 명단에 올라있는 것은 좋은 지배구조, 건전한 스튜어드십, 높은 투명성의 신호로 본다. 이것이 이들에게 높은 수준의 보고와 기준 준수를 유도하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된다. 시스템이 일정 부분 자율규제(self-regulating) 구조를 띠고 있다.”
― 영국 스튜어드십 코드는 지금까지 세 차례 개정됐다. 최근 개정에서는 보고 부담을 줄이면서 높은 수준의 보고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정비됐다. 어떤 점이 바뀌었는지 설명해 달라.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 각 원칙이 자산소유자(연기금 등), 자산운용사, 서비스 제공자(의결권 자문사 등)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 것인지 좀 더 명확히 나누었다. 이전보다 역할과 책임이 훨씬 분명해졌다. 둘째, 예전에는 ‘관여’(기업을 상대로 꾸준히 이야기하고 설득하는 일상적인 대화 단계), ‘에스컬레이션’(그 대화로 안 바뀔 때, 공개서한 등으로 수위를 올려 압박하는 단계), ‘협력’(다른 기관과 공동의 관여 행동을 하는 것)에 관한 원칙이 따로 있었는데 이를 하나의 ‘관여’ 원칙으로 통합했다. 매년 반드시 협력이나 에스컬레이션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피드백이 있었기 때문이다.”

― 한국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6년 도입 이후 아직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현재 체크리스트, 가이드라인, 평가 기준을 확대하는 방향의 개정이 논의되고 있는데, 영국의 초기 코드와 비슷한 것 같다. 이런 방향이 영국의 경험에 비춰보면 어떠한가?
“(영국의 스튜어드십 코드와) 꽤 다르게 들린다. 한국은 ‘체크리스트’에 가까운 것 같고, 우리는 좀 더 유연하게, 기관들이 실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활동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 활동이 해당 기관에 왜 중요한지를 설명하게 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각 기관의 목표를 알고 싶어한다. 예를 들어 기후 이슈를 중시하는지, 이사회 다양성을 중요하게 보는지,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등이다. 또 누가 협력 파트너인지, 협력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등의 업데이트도 듣고 싶어한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이야기’와 ‘사례’가 중요하다.”
― 한국의 국민연금은 전체 자산의 절반 정도를 외부 운용사에 맡긴다. 하지만 이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성과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공개하는데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반면 일본 공적연금(GPIF)은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성과를 평가해 자금 배분에 반영한다. 영국의 연·기금은 어떻게 하는가?
“매우 핵심적인 내용이다. 영국 연 ·기금들은 스튜어드십 성과를 정량적, 정성적 측면에서 모두 들여다 본다. 어떤 운용사가 FRC의 등록 명단에서 빠졌다면, 연기금이 그 운용사와 건설적으로 관여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함께 일하는 모든 기관에 대해 지배구조와 목표 정합성을 중요하게 보는 게 필요하다.”
― 최근 개정된 코드에서 스튜어드십의 정의를 바꾼 것은 무엇 때문인가?
“가장 최근의 정의는 ‘스튜어드십이란 장기적 지속가능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자본의 책임 있는 배분, 관리, 감독이다’라고 돼 있다. 이전의 정의는 ‘고객과 수익자를 위한 장기적 가치를 창출해 경제, 환경, 사회에 지속 가능한 편익을 가져온다’는 문구가 들어 있어 기후나 환경, 사회 등 ESG 요소에 좀 더 직접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런 과거의 정의 때문에 ‘등록된 투자자는 반드시 환경·사회적 편익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한다’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일부 연기금은 코드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해, 운용사에게 특정 ESG 입장을 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ESG가 장기 가치 창출이라는 더 넓은 틀 속의 한 요소라기보다, 그 자체가 절대적인 필수 요건처럼 비칠 위험이 있다. 현실적으로 세 가지 모두에 항상 명시적, 직접적 편익을 만들어 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새 정의는 ‘장기적 지속가능한 가치’에 초점을 맞추면서 해석의 여지를 조금 넓혀두었다. ESG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장기 성과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로 재정렬한 것이다.”
―일본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사실상 공적 연기금인 GPIF가 주도하는 구조이고, 영국은 FRC 같은 공적 기관이 코드 운영을 담당하는 모델이다. 두 모델의 장단점을 비교해 달라.
“내 생각엔 규제 기관이 좀 더 독립적이고 객관적일 수 있다. 우리는 투자 성과에 대해 ‘이해관계’(skin in the game)가 있는 것이 아니고, 단지 높은 기준을 세우고 유지하는 것이 목표이다. 반면 연기금은 당연히 자신들의 수익자에게 이익을 주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그렇다고 강한 연기금이 이끄는 모델이 항상 열등하다는 뜻은 아니다. 나라에 따라 그 방식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다만, 누가 코드를 운영하든 시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투자자와 그들의 목표를 폭넓게 고려해야 하고, 연기금과 직접 관계있는 기관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시장 전체에서 필요한 투명성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 한국에는 또 다른 구조적 문제가 있다. 바로 상당수 자산운용사가 대형 재벌 그룹의 계열사라는 점이다. 그룹 내 산업 계열사 또는 다른 그룹의 산업 계열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이 점이 스튜어드십코드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된다.
“영국에도 아주 소수이지만 주식 발행사(기업)이면서 투자자인 그룹이 있다. 이 경우 우리는 해당 그룹이 ‘발행회사로서의 공시’와 ‘투자자로서의 스튜어드십 공시’를 명확히 구분하도록 요구한다. 이렇게 정의와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이기도 하다. 들어보니 한국 특유의 구조적 문제처럼 들리고, 내가 쉽게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다.”
― 끝으로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고 여러 차례 개정된 이후, 영국 자본시장에 어떤 눈에 띄는 변화와 개선이 있다고 보는가?
“가장 큰 변화는 스튜어드십이 이제 영국과 국제적으로 ‘투자 가치사슬의 중요한 축’으로 인정받게 된 점이다. 우리는 스튜어드십 자체의 기준과 투명성 기준을 분명히 끌어올렸다. 투자기관 내부의 변화도 중요하다. 특히 2019년 코드에서는 내부 거버넌스 구조, 승인 절차, 명확한 목표 설정 등을 특히 강조했다. 그 결과 많은 연기금, 자산운용사가 예전에 갖추지 않았던 정책과 관행을 새롭게 정비하게 됐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매우 의미 있는 변화라 생각한다. 또 연기금이 수익자와 고객을 위해 설정한 목표를 더 투명하게 드러내게 되면서 이들이 외부 운용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훨씬 또렷이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됐다. 우리는 또 일정한 ‘긴장감’(jeopardy)을 도입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법률처럼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등록 명단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여러 차례의 코드 개정은 영국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ESG센터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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