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의시간]⑨ 미래로 연금 크레디트 폭탄 돌리는 정부
2026년 올해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이 올랐다. 국민연금 기금의 소진 시점은 2064년으로 늦춰졌지만 청년세대의 불안감은 여전하고 OECD 최악 수준인 노인빈곤율도 해소될 기미가 없다. 국회는 연금개혁 특위 활동시한을 2026년 말로 연장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연금개혁을 올해의 주요 국책과제로 꼽고 있다. 이제는 개혁의 시간, 연금개혁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올해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오른 것 외에도 달라지는 중요한 제도가 있다.
군복무 크레디트와 출산 크레디트가 확대되는 것이다.
지난해 까지는 군복무 크레디트가 6개월만 지급됐지만 올해부터 1년으로 늘어났고 출산 크레디트의 경우 둘째 아이부터 12개월 주던 것을 첫째 아이부터 12개월을 주고, 자녀 합산 50개월 상한 규정도 폐지됐다.
이는 지난 2025년 연금개혁 당시 여야가 합의한 내용인데 이재명 정부는 군복무 크레디트의 경우 연금법을 올해 안에 개정한 뒤 내년부터 시작해 늦어도 2028년 상반기까지는 군복무 기간 전체에 대해 연금크레디트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직 OECD 연금선진국들에 비해선 부족한 형편이지만 이 같은 연금 크레디트의 혜택이 대부분 청년층에게 돌아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연금 크레디트는 미래 정부에 던지는 재정 폭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운영되는 연금 크레디트 제도는 엄밀히 말하면 현 정부가 미래의 정부에게 재정 폭탄을 돌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 정부는 돈 한푼 내지 않으면서 가뜩이나 초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로 재정 부담이 커질 미래의 정부에게 연금 크레디트로 인한 부담을 지게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군복무 크레디트의 경우 전액 국고로 지원된다. 그런데 군제대 시점에 보험료를 바로 지원해 주는 것이 아니라 연금을 받는 시점에 12개월의 납부기간을 합산한 다음 그로 인해 늘어나는 연금액을 국고에서 지원해 준다.
만약 2026년에 군복무를 마치는 남성에게 바로 보험료를 지원해 준다면 올해 2026년의 가입자 평균 월소득액 A값(319만 원)의 1/2에 대한 보험료 9.5%를 적용해 12개월치인 182만 원을 국고에서 지원해 주면 된다.
하지만 만약 40년 후에 연금을 수령할 시점에 납입기간 12개월을 추가해 늘어나게 되는 연금 수령액을 국고에서 지원하게 된다면 25년 동안 연금 수급 시 모두 590만 원을 지급하게 된다 (국민연금공단 추계:현재가 기준). 사전에 보험료를 지급할 때보다 국고에서 나가는 돈이 3배 이상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금액이 늘어나게 되는 것은 40년 후의 가입자 평균 월소득액 A값이 지금보다 크게 늘어나는 데다 국민연금의 수익비가 워낙 좋기 때문이다.

국고 운영 차원에서 보면 미래 시점에 나가는 돈의 규모가 훨씬 클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차원에서도 비효율적이다. 국고에서 보험료를 미리 지원하면 기금에 적립해 운용수익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보험료를 지원하면 종자값만 지불하고 국민연금이 열매를 수확하게 하는 셈이지만 사후 지원하게 될 경우에는 미래의 정부가 훨씬 많은 돈을 들여 열매값을 지불해야 하는 것과 같다.
2008년에 시작된 군복무 크레디트는 2047년이 돼야 혜택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제도대로라면 그때까지 정부는 돈 한 푼 쓰지 않는 대신 그 짐은 고스란히 40년 후에 세금을 낼 미래 세대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2050년이면 노인인구가 40%를 넘어서고 2070년이면 노인 인구가 46%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연금개혁에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출산 크레디트도 마찬가지다. 출산 크레디트는 국고에서 30% 국민연금기금에서 70%를 지원하는데
2026년에 12개월치 보험료를 지원할 경우엔 1인당 106만 원을 국고에서 지원하면 되지만 40년 후 연금지급을 위해선 1인당 236만 원을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
국고 지원 몫인 30%를 보험료로 즉시 지원할 경우 2026년 기준 2천4백억 원, 전액 국고 지원 시 8천억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현재 사전 보험료 지원으로의 전환은 국회와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많은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지만 예산당국의 반발 때문에 전혀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김남희 국회 연금특위 위원(더불어민주당)은 14일, 군제대 및 출산 시점에 연금 크레디트가 적립되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군복무와 출산 크레디트가 연금을 수령하는 시기부터 적용된다면 세대간 연대와 국가지급보장이라는 공적연금 제도 취지를 살릴 수 없게 된다”며 “발생 시점에 크레디트를 제공함으로써 청년들의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국가 차원의 저출산 대책…국가 책임을 국민연금 기금에 전가
국고로 지원해야할 몫을 국민연금 기금으로 지원하는 것도 문제다.
출산 크레디트는 출산을 장려하고 지원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적 목표 때문에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출산 크레디트의 30%만 국고에서 지원하고 70%는 국민연금 기금에서 지원하고 있다.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출산 크레디트 제도인데 이를 전액 국가의 예산으로 하지 않고 국민연금 가입자 보험료로 조성된 기금에서 70%나 충당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군복무 크레디트를 전액 국고에서 지원하는 것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독일과 영국 등 대부분의 연금선진국들은 출산 크레디트를 전액 국가에서 부담하거나 거의 대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연금공단 운영비를 공단에 대부분 떠맡기고 있는 것도 사실상 정부가 기금 고갈을 부추기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민연금공단 운영비는 5천845억 원이었는데 정부 지원은 100억 원으로 전체의 1.7%에 불과했다. 정부는 국민연금 초기(1988~1991)년에는 전액을 부담했지만 기금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지원액을 줄여 2010년부터는 매년 100억 원만 지원하고 있다.
재정당국은 ‘자체 수입이 있는 공공기관의 운영비는 자체 조달이 일반적’이라는 입장인데 국민연금 가입자의 보험료를 한전에서 거두는 전기료와 같은 자체 수입으로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의원은 지난해 국민연금공단의 운영비를 전액 국고로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는데 국고에서 전액 부담하면 2071년까지 기금 111조 원을 절감할 수 있고 5.5% 운용수익률을 가정하면 2071년까지 303조 원으로 불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용건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집행위원은 “연금 크레디트와 연금공단 운영비 정도는 증세 논의를 안해도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라 정부의 정책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책임지고 국민주권정부 시대에 걸맞는 재정 운용 계획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금개혁의시간] 이전 기사
① 모든 개혁의 분수령, 연금개혁(https://newstapa.org/article/G5cbg)
② 기금 소진...가능은 할까? (https://newstapa.org/article/VY1BF)
③ 선제적 국고 투입...현시점 유일한 대안 (https://www.newstapa.org/article/Z4SEb)
④ 선제적 국고투입이 미래세대에 가져올 혜택 (https://newstapa.org/article/NSpHj)
⑤ 국고 투입 크레디트 확대...청년세대 노후 위한 투자 (https://newstapa.org/article/3IyA8)
⑥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없이 연금개혁 없다 (https://newstapa.org/article/3ZrJL)
⑦ '이상해진' 기초연금...이제는 바꿀 시간 (https://newstapa.org/article/Cjclh)
⑧ 제 역할 못한 퇴직연금...소득대체율 20%는 돼야 (https://newstapa.org/article/1D3lv)
뉴스타파 최기훈 bluemango@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