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게임 종사자 77% “AI가 내 자리 위협”⋯노사정 협의체 필요

인공지능(AI)이 게임 개발 현장에 급속히 확산하며 생산성을 높이고 있지만, 게임 업계 종사자 10명 중 8명은 고용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 배분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어, 노동계는 AI 전환에 대응할 노사정 협력 체계 구축을 국회에 제안했다.
김상호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넥슨 지회장은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 간담회에서 “AI는 더 이상 미래 이슈가 아닌 현장의 현실“이라며 ”이제는 AI 도입 자체보다 고용 안정과 성과 배분, 창작권 보호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는 게임 현장의 AI 도입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0일까지 2주간 진행된 이번 조사는 국내 8개 게임사 종사자 107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개발 직군(기획·아트·프로그래밍·사운드·영상 등) 비율은 65.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6%가 업무에 AI를 자주 활용하고 있으며 80.3%는 실제 효율 향상을 체감했다고 답했다. 생성형 AI와 대규모언어모델(LLM), 바이브 코딩이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하고 개발자가 창의적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서 생산성이 높아진 결과다.
하지만 AI 도입으로 고용 불안을 느낀다는 응답이 77.3%였고, 수익 배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82.3%에 달했다.
특히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수록 위기감을 크게 느꼈다. 노영호 웹젠 지회장은 “챗GPT 정도로 AI를 활용하는 직원들은 당장 업무에 큰 문제 없을 것 같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에이전트까지 활용하는 직원들은 다르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창작자의 기여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이런 논의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이후에 올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AI 도입과 관련해 회사와 노조 간 공식 논의가 있다는 곳도 26.7%에 그쳐 현장의 제도적 공백이 확인됐다. 이해미 넷마블 노조 지회장은 “AI라는 좋은 문물을 활용해서 더 의욕적으로 일하고 싶은 이들은 많다“면서도 ”그에 대해 회사가 충분히 지원해 주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 지원이 없으니 AI 공부가 개인의 근무 시간으로 돌아오고, 결국 AI는 기회가 아닌 숙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민주노총 집행부와의 간담회에서 “AI 도입은 피할 수 없다”며 “노동계에서 대책을 논의하면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수용해 정부 정책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게임 현장에서도 구체적인 해법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노 지회장은 “기술 진보의 혜택이 개발자와 창작자에게 공정하게 배분되는 제도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며 △직무 전환 교육 △고용 유지 프로그램 의무화 △AI 학습 데이터·결과물에 대한 성과 배분 기준 정립 △노사정 공동의 ‘AI 활용 표준 가이드라인’ 수립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게임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AI 전환은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의 창이 열리는 시점”이라며 “노동자에게, 산업에 그 기회가 열릴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나유진 기자 yuji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