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두 달 전, 미국 축구 설계자 크로커 사우디행…“50개 주의 벽, 변화는 너무 더뎠다”

박효재 기자 2026. 4. 1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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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크로커 전 US사커 스포츠 디렉터. 게티이미지코리아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미국 축구를 설계한 핵심 인물이 갑자기 자리를 떴다.

맷 크로커 미국축구연맹(US사커) 스포츠 디렉터가 14일(현지시간) 전격 사임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협회(SAFF)로 이직한다. 스포츠 디렉터는 감독 선임부터 선수 개발 전략 수립까지 연맹 스포츠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수장이다.

웨일스 출신인 크로커는 2023년 4월 부임한 뒤 엠마 헤이스 여자대표팀 감독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남자대표팀 감독을 잇달아 영입하며 미국 축구에 방향을 잡아줬다. 헤이스 감독은 부임 직후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크로커는 애틀랜타 인근 페이엣빌에 2억2800만달러를 들여 짓는 국가대표 전용 훈련센터 건립도 진두지휘했다. 17면 운동장과 27개 대표팀 스쿼드가 한 지붕 아래 모이는 이 센터는 다음 달 문을 연다. 크로커는 몇 주 전까지도 직접 시설을 안내하며 미국 축구의 미래를 설명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의 이탈을 둘러싼 미국 축구계 반응은 싸늘했다. 폭스스포츠 해설위원 알렉시 라라스는 “월드컵을 코 앞에 두고 보내는 이상하고 부정적인 메시지”라며 “스포츠 디렉터는 단장과 같다. 어떤 종목에서든 단장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팀을 떠나는 건 이상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 대표팀 골키퍼 케이시 켈러도 ESPN에서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크로커 본인이 밝힌 이직 배경에는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50개 주마다 문화가 달라 변화를 이끌기 어렵고, 유소년 클럽 참가에 매 시즌 수천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고비용 구조가 뿌리 깊다는 점에 답답함을 드러내왔다.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치적”이라며 개혁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사우디는 다른 그림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016년 선언한 ‘비전 2030’은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 스포츠 등 산업 전반을 다각화하려는 국가 개혁 프로젝트다. 이 기조 아래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을 대거 영입하고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는 사우디는 2034년 월드컵 단독 개최도 확정한 상태다. 크로커가 미국에서 맞닥뜨린 복잡한 이해관계와 더딘 변화 속도와는 정반대의 환경이다. 공교롭게도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국으로, 토너먼트에서 미국과 맞붙을 가능성도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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