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2100m 풀타임 손흥민…1570m 월드컵, 준비가 곧 경쟁력

김세훈 기자 2026. 4. 15.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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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오른쪽)이 14일(현지시간) 멕시코 푸에블라 에스타디오 쿠아우테목에서 열린 크루스 아술과의 2026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컵 8강 2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데니스 부앙가를 축하하고 있다. AP

손흥민(34·LAFC)이 멕시코 고지대에서 치른 실전 무대를 통해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중요한 ‘선행 학습’을 마쳤다. 경기 하루 전 멕시코로 들어간 LAFC는 극단적인 수비 축구로 팀의 4강행을 이뤄냈지만 고지 환경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대단한지 선명하게 드러낸 경기였다.

LAFC는 15일(한국시간) 멕시코 푸에블라의 에스타디오 쿠아우테목에서 열린 크루스 아술과 2026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컵 8강 2차전에서 1-1로 비겼다. 1차전에서 3-0으로 승리한 LAFC는 1승1무(4득1실)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LAFC는 1차전 장소인 LA에서 보여준 공격적인 경기력을 재현하지 못했다. 이날은 철저히 수비 중심으로 기울었고, 4-5-1 또는 5-4-1 형태로 내려앉아 체력 소모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 LAFC는 경기 하루 전 멕시코에 도착했고, 해발 약 2100m에 위치한 고지대 환경에 적응할 시간 자체가 없었다. 산소 농도가 낮은 조건에서 선수들의 심박수는 빠르게 올라갔고, 스프린트와 활동량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공격 전개를 포기하고 ‘버티는 축구’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이 14일(현지시간) 멕시코 푸에블라 에스타디오 쿠아우테목에서 열린 크루스 아술과의 2026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컵 8강 2차전을 마친 뒤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

손흥민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역할을 조정했다.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적극적인 침투와 스프린트보다는 수비 가담과 간격 유지에 집중하며 팀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인저리타임을 포함해 100분 가까이 풀타임을 뛰었지만 공격수로서 영향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LAFC는 후반 추가시간 데니스 부앙가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무승부를 일궜다. PK는 손흥민의 스루패스를 팀 동료가 찬 게 상대 수비수 팔에 맞으면서 나왔다.

경기 전체 흐름은 크루스 아술이 주도했다. 고지대 환경에 익숙한 크루스 아술은 높은 점유율과 적극적인 압박으로 LAFC를 몰아붙였다. 다만 마무리 슈팅과 마지막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추가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수차례 기회를 만들고도 결정력이 부족해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LAFC 골키퍼 위고 요리스는 10차례 이상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냈다.

한국이 월드컵 조별리그 1,2차전을 치르는 곳은 해발 약 1570m 과달라하라다. LAFC가 이날 뛴 곳보다 500m 정도 낮다. 생리학적으로도 2100m에서는 최대산소섭취량이 평지 대비 약 10~15% 감소하는 반면, 1570m에서는 약 5~8% 줄어든다. 손흥민은 월드컵보다 더 어려운 환경을 먼저 경험한 셈이며, 이는 월드컵 본선에서 경기 운영과 체력 안배 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지대 적응에는 최소 7~10일, 경기력 유지를 위해서는 2~3주가량 체계적인 현지 적응이 필요하다. 결국 한국이 고지대 적응을 얼마나 준비하느냐가 월드컵 성과를 가를 핵심 요소다.

한국의 조별리그 1차전 상대 체코는 최근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확보했지만, 베이스캠프 환경이 고지 적응에 불리해 불만이 많다. 2차전 상대 멕시코는 홈팀으로 고지대 환경에 가장 익숙해 한국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3차전 상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멕시코에서 1차전을 치른 뒤 미국으로 이동해 2차전을 소화하고, 다시 멕시코로 돌아와 한국과 맞붙는 강행군을 이어가야 한다. 1,3차전 환경은 한국이 상대보다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축구계 관계자는 “LAFC가 하루 전 도착이라는 조건 속에서 공격을 포기한 채 수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고지대에서는 준비 여부가 곧 경기력으로 직결된다”며 “만일 한국이 고지대에 충분히 대비한다면 상대보다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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