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간 굴 까고 23만원 받은 필리핀 청년… 브로커, 700만원 떼갔다

강지수 2026. 4. 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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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청년이 하루 12시간 일하고도 월급을 23만 원만 받았다는 '현대판 노예' 의혹이 제기된 전남 고흥군 굴 양식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26명의 임금 3,170만 원을 체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브로커를 통해 임금을 받아 '직접지급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브로커 2명은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숙식비를 요구하거나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사업장에서도 일을 하게 시키며 매월 일정액을 공제해 총 700만 원을 중간착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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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고흥 굴 양식장 특별근로감독]
계절노동자 26명 임금 3170만원 체불
불법 민간 브로커 2명이 임금 중간착취
브로커에 숙식비 등 명목 매월 수십만원
전남 한 어가가 굴 채취를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사진. 전남도 제공

필리핀 청년이 하루 12시간 일하고도 월급을 23만 원만 받았다는 '현대판 노예' 의혹이 제기된 전남 고흥군 굴 양식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26명의 임금 3,170만 원을 체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브로커가 매월 20만 원씩 총 700만 원을 떼간 사실도 적발됐다. 정부는 최근 에어건 상해 사건 등 외국인노동자 상대 인권침해 사건이 이어지자 내달 말까지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15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고흥군 소재 굴 양식장 2곳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지난달 이 사업장들에서 외국인 계절노동자 임금 착취 및 강제 노동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단체에 따르면 필리핀 국적 여성 A(28)씨는 지난해 11월 농·어업 분야에서 일손을 필요로 하는 시기에 단기 고용하는 계절근로(E-8) 비자로 입국해 굴 양식장에 취업했다. 근로계약서상 월 209만 원을 받기로 했지만, 실제론 굴 무게 ㎏당 3,000원을 받는 수당제를 강요 받았다. 쉬는 날에는 약속에 없던 유자 농장으로 보내져 일해야 했다. 업주는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필리핀으로 보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매일 새벽 3시부터 12시간 넘게 굴 껍데기 까는 고된 작업을 했지만 첫 달(근로일 18일) 손에 쥔 돈은 숙식비 31만 원을 공제한 23만5,000원가량이 전부였다. 이런 과정엔 업주 뿐 아니라 불법 소개·중개업자 2명이 관여했다. 두 브로커는 외국인노동자들을 관리할 법적 권한이 없는데도 매일 밤 작업량을 확인하고, 이주노동자의 이탈 여부를 감시했다.

단체는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여수지청에 고용주 2명과 민간 브로커들을 인신매매 및 최저임금 위반 등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을 접수한 노동부는 조사와 동시에 사업장 감독에도 나섰다.

감독 결과 피해자는 A씨만이 아니었다. 외국인 계절노동자 총 26명에 대해 총 3,170만원 상당의 임금체불이 확인됐다. 연장 수당(1,650만 원)과 야간 근로수당(1,100만 원)을 주지 않거나,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월급을 주며 총 420만 원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브로커를 통해 임금을 받아 '직접지급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브로커 2명은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숙식비를 요구하거나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사업장에서도 일을 하게 시키며 매월 일정액을 공제해 총 700만 원을 중간착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부 조사에서 브로커 한 명은 "외국인 노동자 1명당 20만 원씩 떼갔다"고 진술한 반면 나머지 한 명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해당 사업장들은 근로조건 미명시·미교부 등 근로기준법 뿐 아니라 안전난간 미설치, 사다리 설치 불량 등 산업안전보건법도 어겼다. 노동부는 고용주와 브로커들을 입건한 뒤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임금대장 미작성, 임금명세서 미교부 행위에 대해선 과태료 630만 원을 부과했다.

경기 화성의 한 금속도금업체에서 직원이 작업을 하고 있다. 이곳에선 올해 2월 사업주가 외국인 노동자에게 에어건을 쏴 크게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뉴시스

노동부는 고흥군 일대에서 외국인 계절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장 5개소(농·어업)를 선정해 선제 점검한 결과 5곳 모두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수당 미지급, 최저임금 위반 등 총 2,320만 원 상당 임금 체불도 적발됐다. 중간 브로커를 끼고 월급을 준 곳도 한 곳 있었다.

정부는 암장된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사례가 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5월말까지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최근 경기 화성에서 도금업체 사장이 외국인노동자의 신체 부위를 향해 에어건(고압 공기 분사기)을 쏴 다치게 한 사건 등 인권침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엄정 대처를 지시했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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