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죽 웃는 이스라엘군, 벌벌 떠는 여성…논란 부른 伊 주간지 표지

박선민 기자 2026. 4. 15. 11: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레스프레소

이탈리아의 한 주간지가 사용한 표지 사진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사진은 이탈리아 주간지 레스프레소가 지난 10일 공개한 표지다. ‘학대’라는 제목의 이 사진에는 무장한 이스라엘 남성이 겁먹은 듯한 표정의 팔레스타인 여성을 향해 휴대전화를 들이대는 장면이 담겼다. 잇몸까지 드러내며 히죽 웃는 남성의 모습과 불안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여성의 모습이 대비됐다.

표지 하단에는 “정착민에 공모한 군인들과 함께 이뤄지는 요르단강 서안 병합. 초토화된 가자. 레바논으로의 진격. 시리아에서 침범된 국경. 이란과의 전쟁. 인종청소와 학살. 이렇게 시온주의 우파는 ‘대이스라엘’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벌이고 있는 군사적 행동의 현실을 고발하겠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사진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작년 10월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레스프레소는 표지에 대해 “이 이미지는 ‘대이스라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점령하려 드는 땅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일상적인 가혹행위를 겪는 사람들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표지 공개 이후 이스라엘 측은 반발했다. 사진이 조작됐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인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주이탈리아 이스라엘 대사관의 조너선 펠레드 대사는 “우리는 레스프레소 최근 표지의 조작적 사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그 이미지는 이스라엘이 맞서고 있는 복잡한 현실을 왜곡하고, 고정관념과 증오를 조장한다”고 했다. “책임 있는 언론은 균형 잡히고 정확해야 한다”고도 했다.

사진 출처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기반의 친이스라엘 논객 랍비 엘카난 푸프코는 “레스프레소가 쓴 사진은 반유대주의 선전지에나 나올 법한 이미지”라며 “이 이미지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진 속 남성이 입고 있는 조끼는 더 이상 이스라엘군에서 사용되지 않는다”며 “수염 모양과 키파(유대인 남성들이 머리에 쓰는 챙 없는 작은 모자)도 터무니없고, 무엇보다 저 기이한 미소와 이를 드러낸 표정은 부자연스럽다”고 했다.

/레스프레소

이에 레스프레소는 별도의 반박 기사를 통해 “이 사진은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며 사진이 사진작가 피에트로 마스투르조에 의해 실제로 촬영됐다고 밝혔다.

마스투르조가 직접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사진이 작년 10월 12일 팔레스타인 헤브론주에 위치한 마을 이드나에서 올리브 수확 첫날 촬영됐다고 밝히면서 당시 상황에 대해 “원래 그날은 축제 같은 날이었어야 했는데, 수확이 막 시작되자 무장한 이스라엘 정착민 무리가 들이닥쳤고, 팔레스타인인들이 올리브를 수확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진 속 남성은 양 떼를 몰 때 내는 소리를 흉내 내며 팔레스타인인들을 마치 자기 가축처럼 대했다”고 했다.

이탈리아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관은 자신들이 직접 사진 속 여성과 접촉했다고 거들었다. 팔레스타인 대사관은 사진 속 여성이 실제로 이드나에 거주하는 여성 주민 마야아드라며 “마야아드는 그 사진이 직접적인 위협의 순간에 촬영된 것이라고 확인했다”고 했다. 이어 “사진이 기록한 것은 훨씬 더 광범위한 현실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며 “이는 지역 주민들이 반복적으로 겪는 괴롭힘의 맥락 속에 있었다”고 했다.

이스라엘 정착민 문제는 오늘날 팔레스타인 갈등의 첨예한 쟁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뒤 이스라엘인들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정착촌을 넓혀 살아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농지와 주거지에서 밀려나거나 기본적인 생활 기반에 접근하는 데 제약을 받는 일이 반복돼 왔다. 일부 지역에서는 정착민 폭력과 군의 통제가 겹치면서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대체로 이 정착촌들을 국제법 위반으로 본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34도 이스라엘에 정착 활동 중단을 요구했으며, 국제사법재판소(ICJ) 역시 2024년 정착 정책의 불법성을 지적했다. 다만 이스라엘은 서안을 ‘점령지’가 아니라 ‘분쟁 지역’으로 보는 입장을 유지하며, 이를 안보와 역사적 권리의 문제로 설명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