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태준의 美·이란戰중계 <18> 4월 21일 이후 :트럼프의 선택이 바꾸는 세계 질서·TIB와 AFIB의 충돌

호르무즈 해협의 바다는 지금 ‘닫혀’ 있지 않다. 그러나 이란의 봉쇄와 트럼프의 역봉쇄가 해협을 ‘멈춰’ 세우고 있다. 선박은 통과하고 있지만, 그 흐름은 더 이상 자유롭지 않다. 특정 항로는 통제되고, 특정 국적은 제한되며, 위험은 가격으로 전가된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이 좁은 해협은 이제 단순한 해상 교통로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맥박을 조정하는 전략적 공간으로 변모했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21시간에 걸쳐 진행된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핵 프로그램과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은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미국은 시간 안에 결과를 원하고, 이란은 시간을 무기로 사용한다. 이 비대칭적 시간 구조 속에서 협상은 타결을 향해 나아가기보다, 서로의 의지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기능했다.
이제 시계는 4월 21일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휴전의 유효기간이 끝나는 순간, 선택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가 된다. 중요한 것은 전쟁이 시작되느냐의 여부가 아니다. 이미 전쟁은 다른 형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이 전쟁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 것인가.
현재 중동에서 작동하고 있는 힘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직 사용되지 않았지만 존재 자체로 상대를 압박하는 ‘위협’이고, 다른 하나는 그 존재를 실제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력’이다. 전자는 핵과 해협 통제 가능성에 기반한 위협으로 나타나고, 후자는 항모강습단과 상륙전력, 공수 및 특수전 능력이 결합된 행동 가능한 군사력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이 두 힘이 동시에 존재할 때 발생한다. 위협은 상대의 선택을 제한하고, 전력은 그 제한된 선택을 현실로 강제한다. 이 둘이 충돌하는 순간, 전쟁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설계된 과정’으로 전환된다.
결국 남은 것은 선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 가지 길 앞에 서 있다. 직접 개입을 통해 전장의 구조를 바꿀 것인가, 협상을 통해 긴장을 관리할 것인가, 아니면 일정 수준에서 물러나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일 것인가. 이 선택은 단순한 정책 결정이 아니다. 그것은 향후 국제질서의 방향을 규정하는 분기점이다. 4월 21일 이후, 세계는 같은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된 21시간의 협상은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현재 중동 질서를 규정하는 두 힘, 즉 미국의 ‘시간 압박’과 이란의 ‘시간 활용’이 정면으로 충돌한 사건이었다. 협상이 결렬된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핵 프로그램과 해협 통제권에 대한 입장 차이로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는 단순한 조건의 불일치가 아니라 양립할 수 없는 전략 구조의 충돌이었다.
미국의 요구는 명확하다. 핵 프로그램의 실질적 폐기 또는 장기적 동결, 고농축 우라늄의 외부 반출,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개방이다. 이는 단순한 협상 조건이 아니라 이란이 보유한 전략적 레버리지를 제거하려는 구조적 요구다. 다시 말해, 미국은 이란이 더 이상 협상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이란의 입장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란에게 핵 능력은 단순한 군사 자산이 아니라 체제 생존을 보장하는 핵심 장치이며, 해협 통제 가능성은 국제사회에 대한 가장 강력한 압박 수단이다.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협상에서 양보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를 전략적으로 무력화하는 선택과 다르지 않다.
이 지점에서 협상은 처음부터 성립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진다. 미국은 이란의 ‘힘의 원천’을 제거하려 하고, 이란은 그 ‘힘의 원천’을 기반으로 협상하려 한다. 양측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지만, 서로 다른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시간 구조의 비대칭이 겹친다. 미국은 단기간 내 성과가 필요하다. 유가 상승, 인플레이션, 금융시장 불안은 곧바로 국내 정치로 연결되며, 특히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은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생존의 문제로 작용한다. 따라서 미국에게 시간은 압박이며, 협상은 빠른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과정이다.
반대로 이란에게 시간은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다. 장기간의 제재와 고립 속에서 형성된 경제·정치적 적응력은 외부 압박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협상이 길어질수록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은 커지고, 그 부담은 이란이 아니라 외부로 전가된다. 즉, 이란은 시간을 끌수록 상대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위치에 있다.
이러한 비대칭은 협상의 성격 자체를 바꾼다. 협상은 더 이상 합의를 위한 과정이 아니라, 서로의 한계를 시험하고 상대의 비용 구조를 탐색하는 전략적 행위로 전환된다. 이슬라마바드 협상은 바로 그 전형적인 사례였다.
결국 이번 결렬은 실패가 아니라 확인이다. 양측이 서로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영역을 재확인한 사건이며, 동시에 향후 선택 가능한 경로가 극히 제한되어 있음을 드러낸 분기점이다.
이제 협상은 끝난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는 ‘대화’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넘어가고 있다.
전쟁은 반드시 총성과 함께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강력한 전쟁은 아직 발사되지 않은 무기, 아직 실행되지 않은 행동 속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다. 지금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바로 그러하다.
이 전쟁의 중심에는 ‘존재하는 위협’, 즉 TIB(Threat in Being)가 있다. TIB는 단순한 군사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특정 능력이 실제로 사용되지 않더라도, 그 존재만으로 상대의 행동을 제한하고 비용을 발생시키는 구조적 힘을 의미한다.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과 핵 개발 능력은 대표적인 TIB이다. 그것은 아직 완성된 핵무기가 아닐 수도 있고, 실제로 사용될 가능성도 낮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미국과 국제사회는 행동의 제약을 받는다. 군사적 타격은 핵 개발을 가속화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협상은 그 능력을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지리적 조건이 결합되면서 TIB의 효과는 더욱 증폭된다. 해협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다. 세계 에너지 흐름의 핵심이며, 그 흐름이 불안정해지는 순간 국제 경제는 즉각 반응한다. 중요한 것은 해협이 ‘완전히 봉쇄되는가’가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언제든 봉쇄될 수 있는 상태가 유지되는가’이다.
이란은 바로 이 지점을 활용한다. 완전한 봉쇄는 전면전을 유발하고 국제적 대응을 촉발시킬 수 있다. 그러나 부분적 통제, 선별적 제한, 지속적인 긴장 상태는 훨씬 효과적이다. 이는 물리적 충돌 없이도 보험료 상승, 운임 증가, 유가 변동성 확대 등 다양한 형태로 비용을 외부에 전가한다.
결국 TIB는 ‘파괴’가 아니라 ‘조정’의 힘이다. 상대를 직접 타격하지 않고도, 상대가 감당해야 할 비용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란은 승리를 통해 질서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대신 상대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큰 부담이 되도록 만드는 전략을 선택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승패의 기준 자체가 달라진다. 전통적인 전쟁에서는 영토 점령이나 군사력 파괴가 승리의 기준이었지만, TIB가 작동하는 환경에서는 상대의 지속 가능성을 흔드는 것이 핵심이 된다. 다시 말해,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상대를 더 빨리 지치게 만드는가’가 중요해진다.
이란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강점을 가진다. 장기간 제재를 견뎌온 경험, 외부 압박을 내부 구조로 흡수하는 체제, 그리고 해협이라는 지리적 레버리지를 결합하여, 직접적인 충돌 없이도 상대의 전략적 공간을 제한한다.
결국 지금의 전쟁은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총성이 울리지 않아도 시장은 흔들리고, 해협은 열려 있어도 흐름은 자유롭지 않다. 이것이 바로 TIB가 만들어내는 전쟁의 새로운 형태다.

보이지 않는 전쟁이 ‘존재하는 위협(TIB)’에 의해 규정된다면, 그 다음 질문은,
그 위협은 실제 행동으로 전환될 것인가? 이 지점에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AFIB(Active Fleet in Being)이다.
기존의 현존함대(Fleet in Being) 개념은 함대가 특정 해역에 ‘존재’함으로써 적의 행동을 제약하는 데 초점이 있었다. 다시 말해, 실제로 싸우지 않더라도 그 존재 자체가 억제력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이 개념을 한 단계 넘어선다.
지금의 전력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행동으로 전환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그 전환 자체가 이미 전략적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것이 바로 AFIB, 즉 ‘행동하는 존재’로서의 전력이다.
현재 중동 해역에 집결된 미군 전력은 이 개념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항모강습단 3개, 상륙강습단 2개, 그리고 여기에 결합된 공수전력과 특수작전부대는 단순한 병력의 집합이 아니다. 그것은 해상, 공중, 지상을 동시에 연결하여 하나의 작전 체계로 작동할 수 있는 ‘통합된 행동 구조’다.
항모강습단은 공중 우세와 정밀 타격 능력을 제공하며, 상륙강습단은 제한적 점령과 해안 통제 능력을 확보한다. 공수부대는 신속한 투입과 핵심 거점 확보를 가능하게 하고, 특수전 부대는 정밀 침투와 목표 지정, 기만 작전을 수행한다. 이 모든 요소는 ISR(정보·감시·정찰) 자산과 사이버, 전자전 능력과 결합되어 하나의 네트워크로 작동한다.
중요한 것은 이 전력이 실제로 사용되었는가가 아니다. 이 전력은 이미 ‘사용 가능한 상태’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전략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AFIB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단순한 군사력의 축적이 아니라, ‘행동으로 전환될 가능성 자체가 상대의 선택을 제한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TIB가 존재를 통해 비용을 발생시킨다면, AFIB는 행동 가능성을 통해 결정을 강제한다.
이 두 개념이 동시에 작동할 때, 전쟁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변한다. 위협은 상대의 선택지를 줄이고, 행동 가능한 전력은 그 축소된 선택지 중 하나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압박을 가한다. 이 과정에서 전쟁은 우발적 충돌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설계되는 과정으로 전환된다.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미군 전력 배치는 바로 이 설계의 초기 단계다. 전력은 이미 배치됐고, 선택만 남아 있다. 결국 AFIB는 전쟁을 시작하는 힘이 아니라, 전쟁의 형태를 결정하는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가는 더 이상 군사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결단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TIB가 ‘존재하는 위협’으로, AFIB가 ‘행동 가능한 전력’으로 전장을 구성하는 순간, 전쟁의 다음 단계는 자동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두 힘 사이에서 어떤 경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쟁의 형태와 결과가 달라진다.
지금 이 선택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의 결정은 단순한 군사 옵션의 선택이 아니라, TIB와 AFIB 중 어느 힘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행위이며, 동시에 국제질서의 방향을 규정하는 분기점이다.
현재 가능한 선택은 세 가지로 수렴된다.
첫 번째는 ‘역사의 설계자(The Great Architect)’의 길이다. 이 선택은 AFIB를 실제 행동으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다. 이미 배치된 항모강습단과 상륙전력, 공수 및 특수부대가 통합 작전을 통해 제한적이지만 결정적인 타격(Center of Gravity, 급소 한방)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핵·미사일 인프라, 해협 통제 거점, 주요 군사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이 이루어질 경우, 단기적으로는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유가와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선택의 본질은 단기 충격이 아니라 ‘시간 구조의 재설정’에 있다. 이란이 활용하고 있는 TIB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협상의 조건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다. 다만 이 경로는 명확한 리스크를 동반한다.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제거가 실패할 경우, 오히려 이란의 위협 인식을 강화시키고 TIB를 더욱 공고히 하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현실적 타협자(The Pragmatist)’의 길이다. 이 선택은 AFIB를 ‘사용하지 않는 상태’로 유지하면서, TIB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군사적 압박은 유지하되 실제 충돌은 피하고, 제한적 합의를 통해 긴장을 완화하는 경로다. 이 경우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시장과 금융시장의 안정이 확보될 수 있으며, 국제사회도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선택은 근본적 해결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란의 핵 능력과 해협 통제 가능성은 그대로 유지되며, TIB는 제거되지 않은 채 장기적으로 고착된다. 결과적으로 이 경로는 ‘위협을 제거하는 전략’이 아니라 ‘위협을 관리하는 전략’이며, 불확실성을 구조적으로 지속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세 번째는 TACO, 전략적 후퇴자(The Strategist of Retrenchment’의 길이다. 이 선택은 AFIB를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TIB가 만들어낸 질서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방향이다. 단기적으로는 군사적 충돌을 피하고 정치적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그 대가는 장기적으로 훨씬 크다. 이란의 핵 기반 위협은 실질적인 억지 구조로 자리 잡게 되고, 이는 중동을 넘어 글로벌 해양 질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 경우 미국의 해양 통제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며,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경쟁 세력이 전략적 공간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진다. 동맹 구조 역시 균열을 보이며, 기존의 국제질서는 점진적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이 세 가지 선택은 단순한 정책 옵션이 아니다. 각각은 서로 다른 시간 구조와 비용 분배 방식, 그리고 질서 형성 메커니즘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이 ‘가능한가’가 아니라, 어떤 선택이 ‘감당 가능한가’다. 트럼프의 결정은 전쟁을 시작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의 세계를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트럼프의 선택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정책 방향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선택의 문제이지만, 시나리오는 그 선택이 현실로 구현된 결과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은 단순한 협상 전망이 아니라, 세 가지 상이한 질서가 경쟁하는 국면으로 이해해야 한다.
첫 번째는 AFIB 시나리오, 즉 ‘행동의 세계’다. 이 경로에서는 이미 전개된 전력이 실제 작전으로 전환된다. 항모강습단과 상륙전력, 공수 및 특수부대가 통합적으로 작동하며 제한적이지만 결정적인 타격이 이루어진다. 이 경우 호르무즈 해협과 주변 해역은 단기간에 고강도 군사 충돌의 공간으로 변모하게 된다.
초기 충격은 불가피하다. 유가는 급등하고, 해상 보험료와 운임은 급격히 상승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불안정성을 크게 확대할 것이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의 핵심은 단기 충격이 아니라 구조 변화다. 핵·미사일 인프라와 해협 통제 거점이 일정 수준 이상 약화될 경우, 이란이 활용해 온 TIB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문제는 성공의 기준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부분적 타격으로는 구조를 바꾸기 어렵고, 오히려 위협 인식만 강화시킬 수 있다. 즉, 이 시나리오는 성공할 경우 가장 빠르게 질서를 재편할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가장 큰 불확실성을 남기는 경로다.
두 번째는 ‘관리된 지속의 세계’, 즉 제한적 타협 시나리오다.
이 경로에서는 군사적 충돌이 억제되고 협상이 일정 수준 유지된다. 휴전은 연장되고, 부분적 합의가 이뤄지며, 긴장은 완화된 형태로 지속된다. 이 경우 시장은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에너지 가격은 일정 범위 내에서 관리되고, 해상 교통 역시 완전한 정상화는 아니더라도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된다. 국제사회는 이를 ‘위기 관리의 성공’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안정은 구조적 해결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란의 핵 능력과 해협 통제 가능성은 그대로 유지되며, TIB는 제거되지 않은 채 지속된다. 다시 말해, 위협은 사라지지 않고 ‘관리 가능한 형태’로 재배치될 뿐이다. 이 시나리오는 충돌을 피하는 대신, 불확실성을 장기화시키는 질서를 만들어낸다.
세 번째는 ‘전환의 세계’, 즉 TIB 우위 시나리오다. 이 경로에서는 미국이 군사적·외교적 압박을 유지하지 못하고, 사실상 현상 유지를 수용하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충돌이 억제되고 긴장이 완화될 수 있지만, 그 결과는 기존 질서의 점진적 해체로 이어진다. 이란의 핵 기반 위협은 실질적인 억지력으로 자리 잡게 되며, 호르무즈 해협은 더 이상 중립적인 통로가 아니라 ‘조건부 통제 공간’으로 변모한다. 해상 교통은 열려 있지만, 그 흐름은 특정 조건과 비용에 의해 조정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해양 통제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경쟁 세력은 새로운 전략적 기회를 확보하게 된다. 동맹 구조 역시 자동적으로 결속되지 않으며, 각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선택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이 세 가지 시나리오는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다. 이미 현재 진행 중인 흐름 속에 각각의 요소가 존재하고 있으며, 어떤 요소가 강화되느냐에 따라 하나의 경로가 현실로 수렴될 것이다.
결국 이 문제의 본질은 하나로 귀결된다.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질서가 선택될 것인가의 문제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중동에 국한된 사건이 아니다.
이곳은 세계 에너지 흐름의 핵심이며, 동시에 글로벌 해양 질서의 축소판이다. 따라서 이 공간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변화는 필연적으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된다. 한반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에너지 안보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해협이 완전히 봉쇄되지 않더라도, 현재와 같은 ‘통제된 불안정’ 상태가 지속될 경우 운송 비용과 보험료는 상승하고, 이는 곧 국내 에너지 가격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요한 것은 공급의 ‘단절’이 아니라 ‘비용의 상승’이다. TIB가 작동하는 환경에서는 물리적 차단보다 경제적 압박이 더 효과적인 방식으로 작동한다. 한국은 바로 이 구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위치에 있다.
두 번째는 해양 질서의 변화다. 지금까지의 해상 교통로는 ‘자유로운 통항’이라는 원칙 위에서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호르무즈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이 원칙이 점진적으로 변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해협은 열려 있지만, 그 흐름은 특정 조건과 위험에 의해 통제된다. 이는 해양 질서가 법적 규범에서 전략적 통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동아시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남중국해, 대만 해협, 동중국해와 같은 주요 해역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통제된 개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즉, 완전한 봉쇄가 아닌, 선택적 통제와 비용 전가를 통해 해상 질서를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다. 이제 한국은 단순히 흐름의 ‘수혜자’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일정 수준에서 ‘참여자’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
청해부대의 역할은 이 지점에서 다시 정의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임무가 해적 대응과 선박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앞으로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 해상 교통로의 안정성과 흐름 유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참여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동맹 신뢰를 동시에 고려한 전략적 선택의 문제다.
또한 미국이 AFIB를 실제 행동으로 전환할 경우, 한국은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그 영향권 안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군사 협력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과 금융시장, 에너지 가격을 포함한 복합적 영향으로 나타난다.
결국 한반도에 대한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는 이 변화하는 해양 질서 속에서 어떤 위치를 선택할 것인가. 흐름의 바깥에 서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 흐름의 일부로 참여할 것인가.
이 선택은 단기적 정책을 넘어, 향후 한국의 안보와 경제 구조를 동시에 규정하는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전쟁의 역사는 오랫동안 영토를 점령하는 자의 기록이었다.
그러나 지금 호르무즈 해협에서 전개되고 있는 현실은 그 익숙한 공식을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만든다. 이제 전쟁은 땅이 아니라 ‘흐름’을 둘러싸고 전개된다. 에너지, 물류, 금융, 그리고 정보의 흐름을 누가 통제하는가가 곧 힘의 본질이 된다.
이란이 보여준 것은 TIB, 즉 ‘존재하는 위협’의 힘이다.
아직 사용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능성만으로 상대의 행동을 제한하고 비용을 발생시키는 구조. 이것은 전쟁을 시작하지 않고도 전쟁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반면 미국이 구축한 것은 AFIB, 즉 ‘행동하는 존재’로서의 전력이다.
항모강습단과 상륙전력, 공수 및 특수부대가 결합된 이 구조는 언제든지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것은 단순한 억제가 아니라, 필요할 경우 질서를 재설계할 수 있는 힘이다.
이 두 힘이 동시에 존재하는 순간, 전쟁은 더 이상 단순한 충돌이 아니다. 그것은 설계된 과정이며, 선택된 경로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구조적 경쟁이 된다. 트럼프의 선택은 이 경쟁의 방향을 결정짓는 변수다.
AFIB를 실제 행동으로 전환할 것인가, TIB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일정 수준에서 새로운 질서를 수용할 것인가. 이 선택에 따라 세계는 서로 다른 경로로 나아가게 된다.
중요한 것은 하나다. 바다는 닫히지 않는다. 그러나 바다는 통제될 수 있다. 그리고 그 통제는 단순한 군사력이 아니라, 존재하는 위협과 행동 가능한 전력, 그리고 그것을 연결하는 정치적 선택에 의해 이뤄진다.
협상이 종료된 이후, 세계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다만 형태를 바꾸며 계속될 것이다. 결국 마지막까지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누가 흐름을 설계할 것인가. 그리고 그 설계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어디에 서 있을 것인가.
글: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 명예교수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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