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87% “고가 항암신약 위해 본인부담 늘려도 된다”

이재원 기자 2026. 4. 1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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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항암제 월 500만원 초과 절반...환자 24%는 비용 부담에 치료 포기
“급여까지 27개월 지연”...조건부 급여·위험분담제 등 ‘중간단계 보장체계’ 필요
암환자 87% “본인부담 10~50% 인상 시 신약 급여 조기 적용 찬성”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고가 항암신약 접근성 확대를 위해 환자들이 일정 수준의 본인부담 증가를 감수할 의향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행 낮은 본인부담 구조가 오히려 급여 등재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중간단계 보장체계' 도입 등 급여제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를 진행한 전문가의 지적이다.

안희경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대한종양내과학회 워크숍에서 암환자 236명, 비환자 257명을 대상으로 한 항암치료 부담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서 항암 신약이 허가 이후 건강보험 급여까지 진입하는 데 평균 27.4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프랑스(19.5개월), 이탈리아(18.6개월)보다도 긴 수준으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구조적으로 제한되고 있었다.
사진=대한종양내과학회

특히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등 정밀의료 기반 진단은 확대됐지만, 실제 치료제 접근성은 여전히 낮아 '진단-치료 간 단절'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폐암 항암 신약들의 경우 국내 허가는 이뤄졌으나 다수가 급여되지 않거나 급여 심의중인 상황이라 진단하고도 목표 유전자에 맞는 항암제를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는 환자들의 실제 경험에서도 확인된다. 설문에 참여한 암환자 236명 중 49.1%가 최근 3년 내 비급여 항암제를 권유받았으며, 이 가운데 24.1%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급여 치료를 선택한 환자들 역시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응답자의 40.2%는 자산 매각이나 대출 등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겪었다고 답했으며, 전체의 69.7%가 경제적 부담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약제비 수준은 환자 감당 능력을 크게 초과한다. 비급여 항암제 월 비용은 300만원 이상이 80%에 달했고, 절반 이상은 500만원을 초과했다. 반면 환자들이 '무리 없이 감당 가능하다'고 응답한 추가 지불 가능 금액은 월 100만원 이하가 76.6%로 나타나 큰 격차를 보였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도 환자들은 급여 항암제 증가를 위한 본인부담 확대 대해 비교적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암환자의 87.3%가 신약 급여적용을 앞당기는 본인부담 상향에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본인부담률을 10~50%(현행 5%)로 높이는 대신 신약 급여 적용을 앞당기는 방안'에 대해 암환자의 87.3%가 긍정적으로 응답했으며, 비환자 역시 87.0%가 동의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암환자의 40.7%는 본인부담률을 10%까지 높일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절반 이상은 월 30만원 이상의 추가 비용 부담도 수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본인부담상한제 개편에 대해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상한액을 현행 최대 약 800만원(소득 상위 기준)에서 1200만~2000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 암환자의 85.6%, 비환자의 86.0%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경우, 개인이 1년간 부담하는 최대 금액은 지금보다 늘어나고 환급액은 줄어들게 된다. 대신 국가가 절감한 재정으로 그동안 비급여였던 고가 항암 신약들을 더 신속하게 건강보험 체계로 들여올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이처럼 응답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비급여 항암제 비용 일부를 본인부담상한제에 포함시키는 방안에는 암환자의 91.1%, 비환자의 89.5%가 찬성했다.

연구를 진행한 삼성서울병원 안희경 교수는 암환자들은 비급여 항암제비용은 중대한 경제적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신약접근성 향상을 위해 다수의 환자들과 비환자들은 본인부담액 증가를 감수할 의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약 접근성 향상을 위한 조건부 급여, 위험분담제 확대, 선별급여 등 다양한 보장 체계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