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호르무즈 ‘역봉쇄’가 세계경제 더 옥죈다
트럼프, ‘역봉쇄’ 다음날 “이틀 내 재협상” 시사
고유가 지속시 “일본기업 40% 주력사업 축소”
일본, 미국 ‘역봉쇄’로 이란 원유 수입 완전 차단
미국 일방 철수로는 호르무즈 봉쇄 풀 수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가 원유수입의 90%를 호르무즈 해협 경유에 의존해 온 일본 경제 사정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1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주택설비 대기업 토토(TOTO)는 13일 '유닛 배스'(Unit Bathroom, 내부설비 일체형 조립식 욕실)의 신규 수주를 중단한다고 도매업자 등에게 통지했다. 석유화학제품인 나프타를 원료로 한 유기용제의 조달에 차질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향후 대책도 아직 세우지 못한 상태다.
협상 결렬보다 미국 '역봉쇄' 악영향이 더 커
일상생활이나 기업활동에 많이 쓰이는 석유관련 제품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으로 이미 생산이 줄면서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데, 미국의 '역봉쇄'가 공급불안을 부채질해 일본 기업들 실적과 가계에 추가 부담을 안길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역봉쇄'가 길어질 경우 중동정세와 세계경제 전반의 혼미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지만, 원유의 거의 대부분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해 온 일본은 그 영향이 더욱 심할 것이라는 지적들이 많다. 실제로 이슬라마바드에서의 1차 협상 결렬 뒤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역봉쇄' 발표 뒤 원유가격 상승과 채권가격 및 주가 하락 폭이 더 컸다.

트럼프 '역봉쇄' 하루 뒤 "이틀 안에 재협상" 시사
이에 앞서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항만을 드나드는 선박들의 출입을 봉쇄하는 조치를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각 오후 11시)부터 실시한다고 밝히고, 이란군 함정이 봉쇄해역에 접근하면 "즉각 퇴치하겠다"고 자신의 SNS를 통해 경고했다.
전날인 12일에는 중동지역을 관할하는 미국 중부사령부가 이란 항만에 출입하는 모든 해상교통을 봉쇄한다고 발표했다. 오만만과 페르시아만 연안의 이란 항구와 연안해역을 드나드는 배들이 그 대상이며, 이란 외의 항구에 출입하는 배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는 허용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권의 이런 조치는 이란산 원유 등을 실은 선박이나 이란에 통행료를 지불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의 통행을 막아, 자국산 원유 수출로 수입을 얻고 있는 이란의 수입원을 차단해 이란과의 종전협상을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재촉하고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일본경제신문은 1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으로 알려진 라라크 섬 주변 쪽으로 향하고 있던 배들이 봉쇄가 시작된 이날 오전 10시 무렵 갑자기 방향을 바꿔 페르시아만 안쪽으로 되돌아갔다고 선박관련 정보 사이트 '마린 트래픽'을 인용해 보도했다.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16일까지 이란과의 종전협상이 재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뉴욕포스트와의 전화회견에서 "(취재 기자들이 1차 협상이 벌어진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남아 있는 게 좋을 것"이라며 "앞으로 이틀 안에 뭔가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곳(이슬라마바드)에 가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 지속시 "일본기업 40% 이상 주력사업 축소"
일본 노무라증권연구소의 경제분석가 기우치 다카히데는 14일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역봉쇄로) 일본에게 더 좋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원유 수요가 커지면서 원유 소비국들끼리의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면서 원유가격이 또 올라갈 것이라며 "일본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 (원유를) 조달할 수는 있겠지만, 가격 전가 등으로 소비자들 부담이 커지는 걸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원유는 기업활동의 생명줄과 같은 것으로, 가격 급등은 사업의 존폐를 좌우한다. 민간 조사회사 데이코쿠(제국) 데이터뱅그가 이번 달 초에 1686개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실시한 앙케이트 조사에 따르면, 높은 원유가격이 반년간 계속될 경우 주력사업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응답한 기업이 40%를 넘었다. 자사 차량의 연료비 상승과 석유로 만든 원재료 가격 상승을 그 주요 이유로 들었는데, 이번 트럼프 정권의 호르무즈 '역봉쇄'로 원유가격이 더 오르면 상황은 더욱 악화돼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의 '역봉쇄'로 이란산 원유 수입 원천 봉쇄
이란은 통행료만 내면 적국 선박이 아닌 한 호르무즈 통행을 막지 않겠다는 입장이었고 실제로 중국과 인도로 가는 원유를 실은 배들은 통과했다. 트럼프 정권은 이란의 대미 항전력을 높이는 이란산 원유 수출을 막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통행료를 내면 일본행 원유 적재 선박들의 호르무즈 통과 가능성이 있었으나, 그마저 '역봉쇄'로 완전히 막혀 버렸다.
역봉쇄의 악영향은 미국 경제도 피해갈 수 없다. 트럼프 정권이 지금까지 중국이나 인도 등 이란에 비적대적인 국가들의 이란산 원유 수입을 어느 정도 묵인해 온 것은 그마저 막을 경우 국제유가가 올라가고 그것이 미국 국내 휘발유값을 밀어올려 인플레를 자극하는 연쇄반응을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런 역풍 가능성을 무릅쓰고 트럼프가 '역봉쇄'를 강행한 것은 이란을 압박해 종전협상을 조기에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그로서는 정치 경제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합의 없는 미국 일방 철수론 풀 수 없는 호르무즈
트럼프는 종전 합의 없이 미국의 승리를 선언하고 일방적으로 파견 병력을 철수하면서 종전을 선포할 가능성도 있으나, 그것으로 전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란은 지금까지 당한 공격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면서 미국에 배상과 전쟁재발 확약을 받아내려 하고 있어서 미국의 일방 철수가 바로 호르무즈 봉쇄문제 해소로 이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는 것 외에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조기에 정상화시킬 가능성은 낮다. 기우치 다카히데가 "두 나라가 종전에 합의하지 않는 한 일본이 원유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이유다.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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