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흑백사진 속 친구들… 그립고 그립고 너무도 그리워라[보고싶습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옛날 앨범을 찾아보던 중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다시 꺼내 보았다.
대부분 사진 속 자신들의 위치를 찾거나, 보이지 않는 친구를 언급하거나, 사진 화질에 대한 불만(?)이었다.
시를 시로 받아들이기보다, 사진 속 자신들을 찾고, 잊었던 친구를 기억해 내고, 흐릿한 화질에 아쉬워하는 그 모습 자체가, 그 친구들이 과거와 자신들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보여주는 솔직한 반응이라는 것을.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옛날 앨범을 찾아보던 중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다시 꺼내 보았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조병선 담임 선생님께서 찍어주신 단체 사진. 운동장 한편 정글짐 위에 잔뜩 뒤엉켜 있던 반 아이들의 모습이 꼭 아이스크림 같다고 하여 ‘정글짐 아이스크림’이라 이름 붙였던 사진이다. 맨 꼭대기에 반장 민규가 보였고, 가운데의 나와 중균이, 모퉁이에 비스듬히 앉아있던 기찬이의 모습도 어렴풋이 보인다. 순진하고 장난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듯했다.
이 사진을 보며 밀려오는 감정을 풀어내고자, 시 한 편을 끄적여 보았다. 어릴 적 장난기는 빼고, 옛 친구들을 그리는 마음만 담아 써 보았는데 마지막 행의 ‘아이스크림 같던 우리 시절’이라는 구절이 마음에 걸렸다. 너무 직접적인 듯하여 ‘함께 영원할 그 어린 날들’로 바꾸었더니 그 구절이 주는 아련함이 훨씬 나았다.
<아이스크림 같던 시절 >
‘정글짐 꼭대기, 뒤엉켰던 작은 얼굴들/ 해맑던 웃음소리, 운동장에 부서지던 햇살/ 철없던 장난기는 세월 따라 깊은 곳에 묻고/ 빛바랜 사진 한 장,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네/ 이름 하나씩 불러 본다 어렴풋한 그리움만 맴돌고/ 너희는 지금 어디쯤일까,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가슴에 남은 따뜻한 온기 영원히 바래지 않는 추억/그저 조용히 기억하네 함께 영원할 그 어린 날들.’
마음에 드는 글을 써보니 불현듯 그 시절 친구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지금도 연락하는 몇몇 친구들에게 이 글과 사진을 보내며 어떤 감성적인 반응이 돌아올까 내심 기대했지만 친구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민규 하고 중균이가 보인다.’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 ‘나는 다른 반.’ ‘제일 위가 민규, 민규 바로 아래아래가 나, 내 밑에 중균이. 알고 보니 모습이 나오네.’ ‘그렇지 사진이 뿌예서 잘 안 보이는 게 흠이다.’ ‘이 사진 블로그에 올려놨던 게 벌써 20년이 되었네. 시간 참 잘 간다.’
대부분 사진 속 자신들의 위치를 찾거나, 보이지 않는 친구를 언급하거나, 사진 화질에 대한 불만(?)이었다. 나는 살짝 실망했지만 이내 깨달았다. 시를 시로 받아들이기보다, 사진 속 자신들을 찾고, 잊었던 친구를 기억해 내고, 흐릿한 화질에 아쉬워하는 그 모습 자체가, 그 친구들이 과거와 자신들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보여주는 솔직한 반응이라는 것을. 겉으로 내색하지 않아도 세월의 흔적과 추억에 대한 아련함이 깊게 배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구에게서 짧은 답이 왔다. “50년이 지난 오래된 흑백사진 훅∼지나간 세월∼.” 그 짧은 한마디에 울림을 받았다.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그 속에 응축된 세월에 대한 덤덤함, 그리움, 그리고 복잡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겉으로 감성을 드러내지 않는 친구들이었지만, 그들 각자의 방식으로 지난 세월과 추억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상구의 이 한 문장이 증명해 주었다.
정글짐 아이스크림처럼 한데 뭉쳐 순진했던 어린 시절.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러 흑백 사진처럼 덤덤하게 추억을 품은 지금의 우리들. 그 시절의 추억은 시 한 편과 짧은 대화로 다시금 내 안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친구들은 겉으로 말없이 무심한 듯 보여도, 그 속에는 오래된 우정과 변치 않는 감성이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늘 시시콜콜 이 글을 남기는 이유도, 이 소중한 깨달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서이다.
김현관(전 공무원)
△ 이메일 : phs2000@munhwa.com
△ 카카오톡 : 채팅창에서 ‘돋보기’ 클릭 후 ‘문화일보’를 검색. 이후 ‘채팅하기’를 눌러 사연 전송
△ QR코드 : 라이프면 QR코드를 찍으면 문화일보 카카오톡 창으로 자동 연결
△ 전화 : 02-3701-5261
▨ 사연 채택 시 사은품 드립니다.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정의 사은품(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드립니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늑구’ 드디어 찾았다…경찰·소방도 못한 수색, 일주일 밤 누빈 20대 청년이 찾아내
- [속보]호르무즈 봉쇄 뚫렸다…유조선 1척 탈출 성공
- “아빠처럼 훌륭한 사람 될게요”… 순직 소방관 ‘눈물 영결식’
- 윤도현 “건강검진서 희소암 발견” 의사 첫마디는…
- 韓 장금마리타임 실소유 추정 선박 호르무즈 통과… 통항조건 촉각
- 곽튜브 아내 고급 산후조리원 논란에 결국…권익위 ‘김영란법’ 위반 검토
- 등굣길 사라졌다 3주만 시신 발견된 11세 소년…일본 ‘발칵’
- “가족 건드렸다”…참다못한 추신수, 결국 40여명 고소
- 버스 기사 사망에 운전대 잡아…참사 막은 문도균 씨 경찰 표창
- “한동훈 나오는 부산북갑 무공천” 국힘중진들 주장…난감 지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