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α 고용, 누가 정규직 뽑겠나”… MB·박근혜 때도 시도했다 무산

박다해 기자 2026. 4. 1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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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재편, 쟁점 돋보기 <span style=\"color: #333333;\">① 사용기간 2년 제한 </span>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4월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시 고용으로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법인데도, 사실상 2년 이상 고용 금지법이 돼버렸다.”(2026년 4월10일 이재명 대통령)

“기간 제한은 고용 안정에 효과가 없다. 상시·지속 업무에는 정규직을 고용하도록 사용사유 제한을 법제화해야 한다.”(2026년 4월13일 민주노총 성명)

이재명 대통령이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고 발언하고, 정부가 제도 개편 논의를 시작하면서 ‘기간제 2년 제한’ 문제가 노사정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기업은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계약직은 좀 더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경영계 주장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노동계는 “기간제 사용기간 확대는 해법이 아니다”라며 반발했고, 경영계는 기간 연장에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이 쏘아올린 기간제법의 핵심은 계약직 노동자를 2년 이상 고용하지 못하도록 기간으로 묶어놨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2006년 기간제법을 만들면서 업무나 사유에 상관없이 무제한적으로 계약직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남용을 우려해 ‘2년 제한’을 못박았다.

노동계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2년 기간 제한’을 완화해 3~4년으로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보수 정권에서 여러번 시도됐다가 무산됐다며 ‘실패한 정책의 되풀이’라고 비판한다.

한겨레 그래픽

이명박 정부는 기간제법이 시행(2007년)되고 2년이 되는 2009년 “(그해) 7월 이후 100만 명 정도가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데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해고되면 그것은 고용대란”이라며 이른바 ‘100만 해고 대란설’을 제기했다. 정부는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린다며 법 개정을 추진했고, 노동계 반발 등으로 무산됐다. 그해 비정규직의 절반 이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정부가 근거 없이 혼란만 부추겼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엔 국민의 생명·안전 관련 분야에서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겠다고 밝히는 대신, 35살 이상에 대해 ‘2+2년’ 즉 최대 4년까지 사용기간을 연장하려고 했다. 당시 ‘장그래(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양산법’이라며 노동계 등이 반발해 또 무산됐다.

진보 정권에선 기간 제한을 그대로 두고,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정규직을 채용하라는 내용을 민간에 권고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고용노동부는 상시·지속적 업무를 ‘향후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일자리’로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2년 기간 제한을 완화하는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정책의 명백한 후퇴”라고 지적했다.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도 “비정규직 보호에 대한 대통령의 고민은 알겠지만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사용기간을 늘리면 기간제를 합법적으로 오래 쓸 수 있는데, 어떤 기업이 정규직 채용을 하겠냐”고 말했다.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해 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계약직 노동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20년 393만3천 명에서 2022년 468만9천 명, 2025년 533만7천 명으로 처음 500만 명을 넘어섰다. 주로 50살 이상 중장년층과 15~29살 청년층에 집중돼 있다. 기간제의 84.2%가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등 일자리 질도 좋지 않다.

한겨레 그래픽

전문가들은 기간 제한이 확대될 경우 청년층이 임시직을 전전하는 등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승협 대구대 교수(사회학)는 “정규직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는 시기에 자칫 비정규직만 전전하다 경력이 끝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사용사유 제한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기간제가 5년 만에 141만 명이 늘어났다”며 “일시적 결원 대체나 계절적 업무 등 합리적 근거가 있을 때만 기간제를 허용하고, 그 사유가 없는 경우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정규직)으로 간주하는 법적 장치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기간제 사용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최근 기업이 수시·경력 채용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기간제로 일하는 기간을 늘리면 1~2년 단위로 옮기는 것보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소득이나 경력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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