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인사이드]⑧ 글로벌 성공 이끈 유통의 힘

박재형 기자 2026. 4. 1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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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작 = 구글 제미나이
K뷰티의 글로벌 확산 과정에서 유통 플랫폼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단순 물량 공급에 머물던 유통 벤더들이 브랜드 발굴부터 해외 시장 안착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파트너로 역할을 확대하면서다. 이들은 현지 유통망에 맞춘 입점 전략 수립은 물론 가격 관리와 마케팅까지 조율하며 중소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필수 인프라가 됐다. 연일 실적 경신과 증시 입성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대형 브랜드를 중심으로 유통을 직접 통제하려는 기류까지 나타나며 산업구조 변화의 분기점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역대 최대 실적 돌파하는 플랫폼들

K뷰티 대표 유통 플랫폼 실리콘투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1163억원, 영업이익은 205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1.4%, 49.3% 증가했다. 한국 화장품 전체 수출액 중 실리콘투의 점유율은 2021년 1.3%에서 지난해 6.6%까지 치솟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허브로 올라섰다는 평가다.

실리콘투의 성공 비결은 중견·중소 브랜드사의 리스크를 직접 분담하는 '올인원' 유통 모델에 있다. 전 세계 175개국에 걸친 8개 물류 거점과 15개 해외 법인을 기반으로 통관, 재고 관리, 풀필먼트 서비스를 일괄 제공한다. 특히 메디큐브와 같은 유망 인디 브랜드를 발굴해 1년 만에 매출을 1188% 성장시키는 인큐베이팅 역량은 독보적인 강점이다.

홍콩 증시 상장사인 예스아시아홀딩스 또한 지난해 7447억원(5억154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18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B2C 플랫폼 예스스타일의 소비 데이터를 가공해 B2B인 아시안뷰티홀세일의 도매 사업에 연동하는 투트랙 시스템이 성장을 견인했다. 특히 중남미(224.4% 성장)와 중동 등 신흥 시장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K뷰티의 확장 잠재력이 여전히 거대함을 증명했다.

공교롭게도 두 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전략적 피보팅(사업전환)을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2002년 메모리 반도체 유통사로 출발한 실리콘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화장품으로 사업 중심을 옮겼고, 첨단산업에서 쌓은 정밀한 물류 노하우를 뷰티 시장에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예스아시아 역시 1997년 K팝 음반 판매로 시작했으나 디지털 스트리밍 시대가 열리자 뷰티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며 글로벌 이커머스 강자로 거듭났다. 
실리콘투 국내 물류하우스 전경 / 사진 제공 = 실리콘투
IPO 물결…유통 내재화는 변수

K뷰티의 글로벌 흥행을 바탕으로 내실을 다진 유통사들은 이제 제도권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그레이스와 아시아비엔씨가 대표적이다. 그레이스는 지난해 11월, 아시아비엔씨는 2024년 8월 각각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을 대표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1991년 설립해 K뷰티 유통 1세대로 꼽히는 그레이스는 글로벌 소비재 수입사에서 최근 K뷰티 수출 플랫폼으로 영역을 다각화하며 외형을 키우고 있다. 특히 미국 코스트코와 얼타뷰티 등 진입 장벽이 높은 메이저 유통 채널의 벤더 코드(공식 공급 업체 고유 번호)를 획득하고, 일본에서는 현지 돈키호테 매장에 K뷰티 제품을 입점시키는 등 미국·일본 법인을 거점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시아비엔씨는 자체 유통 플랫폼 트렌디서울을 통해 판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 매대 진열 방식부터 가격 책정까지 관여하는 세밀한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롬앤 등의 성공을 이끌었으며 지난해 146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구다이글로벌 CI / 사진 제공 = 구다이글로벌

다만 체급을 키운 대형 브랜드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유통 내재화' 현상은 플랫폼 업계의 변수다. 브랜드 규모가 커질수록 수익성 개선을 위해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직접 유통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미녀와 티르티르 등을 운영하는 구다이글로벌이 지난 1월 미국 현지 유통기업인 한성USA를 1000억원에 인수한 것은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한성USA는 코스트코, 타깃 등 미국 핵심 오프라인 채널망을 보유한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성장한 1700억원을 기록했다. 구다이글로벌은 이번 인수를 통해 유통과 마케팅을 직접 관리하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고, 브랜드 성과에만 의존하는 구조를 넘어 독자적인 글로벌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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