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벌여놓고 "벙커가 없네?"…미국의 굴욕적인 민낯 [스프]

⚡ 스프 핵심요약
이란 전쟁은 군사적으로는 미국·이스라엘이 압도적이나, 전략적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를 무기화한 이란이 미국을 정치적·경제적 궁지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란은 미군 철수와 해협 통행료 제도화 등을 요구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으며, 미국 내 유가 급등은 트럼프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있습니다.
전쟁이 멈춰도 유가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압박으로 이어져 리세션 공포를 확산시킵니다. 동시에 미국의 동맹 재편 움직임은 한반도 안보 공백이라는 청구서로 돌아올 가능성이 큽니다.
※ 2026. 4. 10. 출고된 영상을 바탕으로 제작된 기사입니다.
이번 전쟁을 누가 이기고 있느냐는 논란이 많은데, 군사적 차원과 실제 전략적 차원이 있습니다. 군사적 차원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는 게 맞는데, 그 결과가 미국이 전쟁 전에 갖고 있었던 전략적 판도보다 유리해졌느냐를 따져보면 별로 그렇지 않은 거죠.
일단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기름값이 올라서 정치적 궁지에 몰리고 있고, 이란은 이란대로 그 카드를 통해서 미국을 돕던 걸프 국가들까지 곤란한 처지로 몰아 넣었단 말이에요. 미국으로서는 상당히 답답한 상황입니다.
'2주 휴전', 정전으로 갈 수 있을까?
Q. 휴전이라는 안이 제시됐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잘못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휴전을 성사시키기 위한 조건이 만만치 않거든요. 일단 이란이 파키스탄을 통해서 보냈다는 10개 항, 중요한 내용들에 이런 게 있어요.
역내 군사적 충돌의 전면 중단 : 이 얘기에 깔려 있던 이란의 초기 주장 중에는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를 다 철수하라는 게 들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조건을 고집하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나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이란을 압박하는 기지들을 두고 계속 활동을 하니까 결국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거 아니냐, 미군 철수해라'라는 요구가 있었고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항행을 위한 새로운 프로토콜 수립 :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통행료 징수 체계를 국제적으로 제도화하겠다는 거예요.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해서 돈 받듯이 호르무즈 해협을 그렇게 하겠다.
전후 재건 지원 및 대이란 경제 제재 해제 : 전쟁 배상금을 미국이 물어라. 그나마 이게 가장 풀기 쉬운 문제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과 성향을 보면 어려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한테서 돈을 받아내야 되는 거예요, 이란이. 그런데 그분은 사업가 시절부터 남한테 줄 돈 잘 안 주면서 사업을 한 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나 이라크에 대해서 하고 있는 것. 그 나라들의 석유 산업을 미국이 장악해서 그들이 석유를 수출하게 하고 그 대금을 미국이 관리합니다. 이란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속내를 여러 번 내비친 바가 있어요.
그러려면 정치적 명분도 있어야죠. 미국 국내 유권자들을 설득해야 할 거 아닙니까? 우리가 이란을 징벌해서 핵 개발도 못하게 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들지 못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격을 했는데, 그 결과 이란에 거액의 돈을 준다? 미국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모양새가 나오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협상이 곤란할 수 있지 않나.
Q. 그렇게 되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붙잡고 이걸 놔줄 이유가 없어 보이거든요.
이란은 시간이 자신들 편이에요. 미국 휘발유 값 전국 평균 3달러 하던 것이 이제 4달러를 넘어갑니다. 3달러에서 1달러가 더 붙었으니까 33% 이상 올라간 거잖아요. 한 달 만에.
미국은 6월 초부터 여름휴가 시즌이고 자동차 여행이 급격하게 늘어납니다. 그 시점에 휘발유 가격이 더 오르게 되면 11월 중간선거에 큰 피해가 가요.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이 많지 않아요. 11월까지 시간이 있는 게 아니에요. 6월 전에 유가 문제를 해결해야 돼요. 이란은 그걸 아니까 시간을 가지고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거죠.
Q. 어떻게 미국이 이란을 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이 정도까지 예상하지 못했을까요.
성공의 기억에 취하면 실수를 하잖아요. 그게 국가적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죠. 안보·군사 전문가들이 '이란은 전쟁 역량이 있기 때문에 잘못 건드리면 벌집 쑤신 꼴이 됩니다. 함부로 손대면 안 됩니다'라고 계속 얘기해 왔어요.
트럼프 대통령은 지식인·전문가의 말을 잘 신뢰하지 않아요. '내 감으로, 내 힘으로 행동했을 때 결과가 더 좋았어. 그래서 내가 대통령 됐잖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러다 보니까 전쟁 초기에 벌어졌던 상황들을 보면 미국이 상황이 이렇게 복잡하게 전개될 거라고 예상하고 준비하지 못했던 정황들이 드러납니다.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가 깔렸을까 봐 소해함이라는 기뢰를 치우는 배들이 필요한데, 미국이 지난해 중동에서 활동할 수 있는 소해함들을 퇴역시켰습니다. 더 이상 쓸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소형 무인 장비들을 갖다 놓겠다고 했지만 실전 배치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상황이 벌어졌고요.
전쟁 초기에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 있는 미군 기지들이 이란 드론에 피격됐잖아요. 그래서 그 미군 기지들에서 근무하는 많은 인원들이 원격 근무를 하게 됩니다. 호텔로 피신 가고 가정집 빌려서 일하면서 작전을 수행해요. 기지가 그런 식으로 공격당해서 파편에 사람이 죽는 등의 사태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거예요.
3월 말에 미군 소식을 전하는 스타 앤 스트라이프라는 매체에 이런 기사가 나옵니다. 미 국방부가 콘크리트 벙커를 긴급 발주했다. 이미 만들어 놓은 거 있으면 얼마나 빨리 얼마에 납품할 수 있는지 견적을 보내달라고 업체들한테 긴급 연락을 했다는 소식이 떴어요. 이런 것도 준비가 덜 돼 있었던 거죠. 이렇게까지 이란이 할 줄 몰랐던 거고,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놀랐고 트럼프 대통령도 놀랐다. 타임지에 나와 있습니다.
유가 고공행진, 휴전 그 이후가 더 문제?
Q. 휴전 합의가 돼도 지금 유가가 꽤 오랫동안 안 내려올 거라는 전망이 있거든요.
서방의 석유 산업 전문가들이 '석유나 천연가스는 생산 차질이 빚어진 기간만큼 정상화에도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를 합니다. 지금 두 달 다 돼 가잖아요. 두 달 생산 못 했으면 정상화도 두 달로 봐야 된다는 건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석유 많이 나니 우리 거 사서 쓰면 될 것 아니냐'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석유 산업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각 나라별로 중질유(묵직하고 끈적하고 황 성분이 많은 석유)에 맞춰져 있는 나라 설비들이 있고, 경질유(가볍고 맑고 휘발유나 항공유가 많이 나오는 성분의 원유)를 주로 쓰던 나라들이 있어요. 복잡하게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실물 유가에는 현재 유가 선물에 나타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얘기들을 하고 있어요.
Q. 우리 증시가 심하게 흔들린 것도 유가 영향이 큰데, '롤러코스피'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전쟁 끝나면 다시 안정적으로 돌아올 거라고 보십니까?
그러기를 바라지만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을 많이 합니다. 2026년이 시작될 때와는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의 기조 자체가 달라졌어요.
석유는 각종 산업의 원료가 되기도 합니다. 비료의 성분이 나오기도 하고 수소와 같은, 여러 가지 화학 산업의 원료가 되는 물질을 뽑아 쓰기도 하거든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전방위로 영향이 가요. 남아시아 국가들은 농사 지을 비료가 부족해지는 것도 큰 문제라고 합니다. 석유 수급난이 저개발 국가들의 식량난으로 번질 위기에 처해 있어요. 그런 나라들의 수요가 다 꺼지고 나면 글로벌 기업들의 매출도 결국 영향을 받겠죠.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경제적 여파가 튈 수 있습니다.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도 자극이 될 수 있죠. 인플레이션이 오면 어떻게 됩니까? 내가 어느 나라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라면, 그 채권을 계속 홀드하기 위해서 더 큰 보상이 필요해져요, 내가 빌려준 돈의 가치가 떨어지니까. 결국 실질 금리가 오르고, 각국 중앙은행들도 금리를 따라서 올려야 되는 압력이 생겨요. 가뜩이나 각국의 수요가 줄어들 판에 금리는 올려야 되는 상황이 오겠죠.
이게 오히려 불황을 자극할 수도 있죠. 지금 미국에서도 경제 전문가들이 올해 1월, 2월에는 전혀 쓰지 않던 단어인 '리세션'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가 올 수도 있다. 가능성이 커졌고 대비해야 된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미 동맹 재편의 움직임, 한국에 '청구서' 날아드나?
Q. 미국이 동맹 자체를 재편할 거라는 얘기들이 나오거든요. 한국도 콕 집어서 여러 번 이야기를 했습니다. 미국이 한국이나 일본에 돈을 더 내라 이런 식으로 다른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는 건가요?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요.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용으로 중심을 옮기고 북한에 대한 대비는 알아서 하라는 쪽으로 갈 가능성도 있고, 주한미군의 규모를 더 줄이는 쪽으로 갈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방향으로 미국 국방부 안팎에서는 이미 많은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고요. 주한미군은 입지가 약해지고 있고 발언권이 적어지고 있는 상황이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서 그런 불만을 갖고 있다면 주한미군의 입지가 더 작아질 수 있는 정치적 위험성이 커지는 겁니다. 힘이라는 것은 항상 공백이 생기면 어딘가에서 그 공백을 채우려고 합니다. 한반도 주변에서 미군의 영향력이 줄어든다면, 힘이 줄어든다면, 그 공백은 누가 채울까요? 중국일 가능성이 가장 크죠. 그다음에 북한과 러시아가 함께 움직일 겁니다. 그런 상황이 과연 우리한테 도움이 되는 것인가? 그런 걱정을 해야 될 필요가 있고요.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서 이란 전쟁에서도 전쟁의 양상이 굉장히 빨리 바뀌는 걸 볼 수 있거든요. 우리나라가 그런 전쟁, 실전을 치를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장부상의 화력이 아니라 무인 자율 전쟁 시대에 총체적인 전쟁을 치를 능력이 있는가도 고민해야 되는 시점입니다.
(진행 : 이현영, 취재 : 이현식, 촬영 : 황세회·차승환, 편집 : 안준혁, CG : 이수민, 연출 : 조도혜, 제작 : 디지털뉴스부)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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