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외국인 투자자, 보름 만에 채권·주식 8조원 유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지만,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과 채권을 8조원 넘게 사들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 선을 위협하는 ‘고환율’ 위기 상황에서도 반도체 업황 회복과 국채 지수 편입 호재가 외국인을 다시 불러모으는 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한국 시장을 떠나며 관망세를 보였던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다시 베팅하기 시작하면서, 금융시장의 하단이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보름간 채권 2조7200억원 사들인 외국인... WGBI 편입이 호재
15일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의 장외 채권 거래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 기간 국내 채권 시장에서 총 2조7230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외국인이 대규모 만기 상환 등으로 순매도로 돌아서며 자금 이탈 우려를 키웠던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세부적으로 총 7조5840억원을 매수하고 4조8610억원을 매도했다. 종목별로는 국채에서만 3조1722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전체 유입세를 주도한 반면, 은행채(-4296억원)와 통화안정증권(-211억원) 등에서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채권 유입의 핵심 동력으로는 이달 1일부터 공식 개시된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가 꼽힌다. iM증권 이웅찬 연구원은 “환율이 1500원 부근에 도달하며 통화 가치가 저평가된 시점을 오히려 국채 매집의 기회로 판단하는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WGBI 추종 자금은 환율 변동성보다는 지수 비율을 맞추기 위한 기계적 매수 성격이 강해 고환율 시기에도 채권 시장의 강력한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수 편입 전인 지난달 31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3.882%였는데, 지난 14일에는 3.663%로 떨어졌다. 만기가 긴 채권에 돈이 몰리며 금리가 안정을 찾았고, 채권 시장으로 들어온 이 자금이 환율 급등의 충격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코스피 4조5360억원 사들인 외국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집중
주식 시장에서의 외국인 매수세는 커지고 있다. 10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총 5조3728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이 기간 외국인 자금은 한국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압도적으로 쏠렸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약 1조9607억원, SK하이닉스를 약 2조827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두 종목의 순매수 합계액만 4조685억원에 달해, 이달 코스피 전체 외국인 순매수액의 약 90%가 반도체 ‘투톱’에 집중된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9일 하루에만 2조2110억원에 달하는 기록적인 순매수가 유입되며 외국인의 강력한 매수 의지를 보였다.

외국인들이 고환율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다시 들이는 배경에는 글로벌 AI(인공지능) 하드웨어 사이클에 대한 확신이 자리 잡고 있다. KB증권 하인환 연구원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단기 충격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메모리 업황의 실적 개선세에 주목해야 하며, AI 관련 공급망 내에서 한국 기업들의 이익 창출 능력이 강화되면서 코스피 지수가 중장기적으로 7500선까지 도달할 수 있는 체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 역시 최근 보도에서 “글로벌 펀드들이 중동발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도 AI 랠리를 주도하는 아시아 IT 기업들을 이익의 피난처로 삼고 있다”며 “특히 한국은 강력한 수출 회복세와 국채 지수 편입 호재가 겹치며 글로벌 자금의 핵심 타깃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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