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무서워 바꿀까 했는데"…테슬라 '기습 인상'이 신호탄? [프라이스&]

권용훈 2026. 4. 1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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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뛰자 전기차 몰린다"
테슬라發 '차값 도미노 인상' 오나
사진=뉴스1


테슬라코리아의 가격 인상을 계기로 국내 전기차 시장이 ‘인하 경쟁’에서 ‘인상 국면’으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판매 부진을 이유로 가격을 낮춰온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수요 회복과 비용 부담을 앞세워 가격 정책을 다시 조정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환율 상승과 원가 부담 외에 고유가에 따른 전기차 선호 확대도 이번 흐름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코리아, 주요 차종 가격 500만원 기습 인상

1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테슬라코리아는 모델 YL과 모델 Y 롱레인지 AWD, 모델 3 퍼포먼스 등 주요 차종 가격을 400만~500만원 인상했다. 신차 공개 직후 일주일 만에 가격을 올린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에선 이를 단순한 개별 차종 가격 조정이 아니라 전기차 시장 전반의 방향 전환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테슬라 전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신형 모델 YL을 살펴보고 있다. 테슬라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전시장 방문객은 2만여명에 달했다. 권용훈 기자


그동안 국내 전기차 시장은 할인 경쟁이 지배해왔다. 판매 둔화와 재고 부담이 겹치면서 현대차와 기아, 벤츠, BMW, 아우디 등 수입차 업체들까지 실구매가를 낮추는 대규모 프로모션에 나섰다. 보조금 구간에 맞춰 가격을 조정하거나 금융 혜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수요를 떠받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장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다시 오르면서 유지비 부담이 커지자 소비자들의 관심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연료비 기준으로도 내연기관 차량이 월 20만원대 비용이 드는 반면 전기차는 5만~7만원 수준에 그쳐 유지비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유가가 오를수록 전기차의 경제성이 부각되는 구조다.

 고유가에 전기차 판매 '껑충'…보조금 동나

고유가 국면에서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판매는 빠르게 늘어났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 등록된 신규 자동차는 16만1517대로, 이 가운데 26.0%인 4만1918대가 전기차였다. 지난해 같은 달(1만7694대)의 2.5배 수준이다. 지난달까지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101만4442대로 100만 대 고지를 넘어섰다.

여기에 신차 효과와 보조금 정책 정비도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 최근 전기차 시장은 수요가 갑자기 꺼지는 현상인 ‘캐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계약이 빠르게 늘고 있다. 테슬라 신형 모델 YL 역시 공개 직후부터 수요가 몰리며 전시장에서는 단순 탑승 체험에도 긴 대기줄이 형성됐다. 업계에선 고유가에 따른 유지비 절감 기대와 신차 효과가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선 자체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테슬라 전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신형 모델 YL을 살펴보고 있다. 테슬라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전시장 방문객은 2만여명에 달했다. 권용훈 기자


테슬라의 가격 인상은 환율 상승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원화 약세가 수입차 가격 인상 압력을 키운 것은 맞지만, 실제 가격 인상을 가능하게 한 배경은 수요 회복이다. 특히 고유가 국면에선 전기차의 경제성이 다시 부각되기 때문에 업체들 입장에선 굳이 큰 폭의 할인 정책을 이어갈 이유가 줄어든다. 테슬라가 먼저 가격을 올린 것도 이런 시장 분위기를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발 재고 조정과 맞물린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을 글로벌 시장에 배분하는 과정에서 재고를 정리한 뒤 가격을 정상화하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시장에선 이번 인상이 다른 업체들로 번질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당장 노골적인 가격 인상보다 보조금 연계 할인 축소나 프로모션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수입차 업체들도 직접적인 가격표 조정보다는 금융 조건 축소나 지원금 축소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방식은 달라도 결과적으로 소비자 체감 가격은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전기차 시장은 그동안 ‘보조금’과 ‘할인’이 가격을 결정해왔다. 최근에는 고유가와 신차 효과, 수요 회복이 맞물리며 다시 브랜드와 상품성이 가격 결정력을 갖는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 테슬라의 이번 가격 인상은 단순한 개별 브랜드의 전략이 아니라 전기차 시장 전체가 할인 경쟁의 끝자락을 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전기차 시장은 가격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핵심 경쟁력이었지만 최근에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품성과 브랜드 경쟁력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며 “테슬라의 가격 인상도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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