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월세 165만원에도 완판됐다는 홍대 뒤 원룸 가보니…

정지수 2026. 4. 1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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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말 문 연 '에피소드 컨비니 홍대'
23년 된 오피스텔 개조한 '코리빙'
공용보다 개별 주거에 초점 둬 차별화
관리비·공과금 월세 포함해 유학생 유치

서울 마포구 홍익대 후문을 빠져나와 서강초를 지나기까지 5분 남짓을 걷다보면 보도육교가 놓인 독막로를 마주한다. 반대편에는 래미안밤섬리베뉴 아파트가 보인다. 안온한 느낌의 이 일대 구역은 음식점과 술집, 상가가 어깨를 맞대고 늘어선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주변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래미안밤섬리베뉴 바로 앞 길가에는 6층짜리 오피스텔 1개동이 있다. 새로 도색해 외관이 단정하다. 연세대 '과잠'을 입은 여학생과 후드티, 청바지 차림의 앳돼 보이는 남학생이 그 건물을 오고간다. SK디앤디는 2003년 준공한 오피스텔을 지난해 매입해 6개월간 리모델링했다. 지난 2월 말 세입자를 받은 '에피소드 컨비니 홍대'다.

'에피소드 컨비니 홍대' 세대 내부./사진=SK디앤디

계단에 붙박이장 '복층 원룸'

지난 13일 오후 찾은 '에피소드 컨비니 홍대'는 서울지하철6호선 상수역과 광흥창역 가운데에 위치했다. 두 지하철역이 도보로 모두 5분 거리다. 이 공유 주거시설은 6층까지 총 55실을 품고 있다. 실내는 전용면적 13~17㎡의 복층형 구조로 된 원룸이다. 

SK그룹 계열사였던 부동산 업체 SK디앤디는 SK그룹의 '따로 또 같이' 문화를 주거 사업에 접목했다. 침실은 따로 두고 취미생활이나 요리 등은 같이 할 수 있도록 일부 공간을 입주자끼리 공유하는 '코리빙(Co-living)'을 내세운 임대사업이다. 지난해 10월 최대 주주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로 바뀌었으나 사명과 경영 전략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살핀 방은 전용 14㎡ 규모의 호실이었다. 복층 구조 특성상 층고가 높았고 이에 맞춰 뚫린 통창은 채광 확보에 용이했다. 매트리스와 침대, 책상, 전자레인지, 세탁기 등도 갖췄다. 

좁은 면적의 복층 원룸은 수납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하지만 SK디앤디는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의 옆면, 화장실과 붙은 벽면 등에 눌러서 여는 붙박이장을 설치했다. 

에피소드 컨버니 홍대 욕실./사진=정지수 기자

조금 더 공간이 널찍하거나 좁은 호실도 구조는 비슷했다. 55실이 모두 1인용 호실로 건물 전반적으로 개별 주거 공간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SK디앤디가 코리빙에 초점을 맞춰 선보인 신촌, 신당, 가산 등지 다른 지점과는 차별화한 부분이다.

가령 앞서 선보인 인근의 '신촌 에피소드'는 다인실 공유주택을 품고 있다. 아울러 소규모 미팅 공간, 대형 스크린이 있는 대규모 라운지 등도 건물 내부에 조성됐다.

'에피소드 컨비니 홍대'는 라운지와 같은 공용 공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재단장했다. 지역 특성상 타인과 공간을 공유하는 생활에 거부감이 있는 임차 수요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공용공간으로 기능하는 건 건물의 옥상(루프탑)과 건물 바깥에 입구가 별도로 있는 지하층에 조성된 독서실뿐이다. 옥상에서는 남산의 경관과 여의도의 고층 건물 등이 보였다.

이처럼 노후한 건축물을 매입하고 개조해 세입자를 받기까지 1년도 걸리지 않았다는 게 SK디앤디의 설명이다. 이 부동산 업체는 기존에는 토지를 매입해 새롭게 개발해 주거 임대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인허가 절차가 늦어져 현금 흐름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이에 빠르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매입 후 리모델링 방식의 임대 사업에도 나선 것이다.

이 같은 노후 건축물을 리모델링해 주거용 임대 매물로 내놓는 것은 정부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임대 주택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최근 지식산업센터와 빈 상가 등을 매입한 뒤 이를 주거 시설로 개조해 2000실의 임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 '빈 상가·지산' 고쳐 임대 오피스텔·기숙사 2000실 보탠다(4월3일)

에피소드 컨버니 홍대 세대 내부./사진=SK디앤디

알고보면 '안 비싸'?

에피소드 컨비니 홍대는 인근 대학교 학생들의 개강 시기에 맞춰 지난 2월28일부터 입주를 개시했다. 이에 앞서 사전 계약을 받으면서 2개월간 월세를 내지 않는 '렌트 프리(Rent-Free)' 판촉행사 등을 벌였고 이 기간 70% 이상의 계약률을 보인 후 현재는 전 호실의 계약까지 마쳤다는 게 SK디앤디의 설명이다.

월 임대료는 '스탠다드'와 '베이직' 유형에 따라 135만~165만원이다. 보증금은 500만원부터 시작한다. 관리비와 공과금은 면제다. 현장 관계자는 "임대료를 산정할 때 주변 오피스텔 원룸의 월세 시세와 관리비나 공과금까지 고려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간임대주택법상 등록 임대주택의 임대료 상승률은 최대 5%로 정해져 있어 초기에 임대료를 비싸게 하더라도 추후에는 주변 시세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현장 관계자는 "최대 5%까지 올릴 수는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고 물가상승률에 맞춰서 인상하는 편"이라면서 "성수에서 운영 중인 '에피소드 성수'의 경우에는 2020년부터 임대 사업을 시작했는데 성수의 집값이 급격하게 뛰고 임대료도 올라 이제는 비교적 저렴하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직방에는 합정역과 상수역 사이에 2003년 준공한 오피스텔 전용 23㎡의 복층 원룸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는 95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별도 관리비는 15만원이다. 또한 상수역 인근 오피스텔 전용 14㎡ 복층형 원룸은 보증금 9800만원, 월세 38만원, 별도로 42만원의 관리비를 받는다.

에피소드 컨비니 홍대 외관./사진=정지수 기자

열에 아홉 '유학생'인 이유

SK디앤디에 따르면 에피소드 컨비니 홍대의 입주자 대부분은 외국인이다. 현장 관계자는 "계약자 10명 중 9명이 외국인"이라면서 "외국인 중에서도 중국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대부분이 중화권이고 그다음으로는 동남아 쪽이 많다"고 설명했다.

SK디앤디는 외국인 비율이 높은 이유로 단순화한 임대료 결제 방식과 자체 계약 플랫폼을 꼽았다. 

SK디앤디의 부동산 운영전문 자회사인 '디앤디프라퍼티솔루션(DDPS)'은 세입자가 관리비와 공과금을 내지 않고 오직 임대료만 지불하도록 주거비 지출 구조를 단순화했다. 수도와 전기를 얼마나 쓰던 임대료만 내면 별도의 주거비용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중개사를 끼지 않고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플랫폼도 외국인의 접근을 쉽게 했다. 현재 DDPS는 에피소드 컨비니 브랜드 전체에 자체 구축한 '베러리빙(betterliving)' 플랫폼을 통해 임대차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SK디앤디 관계자는 "총 7000가구의 임대주택을 운영 중인데 앞으로도 도심 내 유휴 자산을 재해석해 실용성과 편의성을 강화한 주거 선택지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피소드 컨버니 홍대 루프탑./사진=정지수 기자

 

정지수 (jisoo2393@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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