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플레이브, 인간보다 더 따뜻한 버추얼표 레트로 감성
전작보다 기술과 감성에서 더욱 진일보
플레이브의 창작력도 더 업그레이드
‘벤더스’ 및 다양한 작가들과 협업 시너지
시종 온기를 잃지 않는 레트로 감성
영미권 지향의 K팝 프로듀싱과 달리
진짜 한국 고유의 아이돌 그룹 느낌
테너에 특화된 ‘플레이브 표’ 작품의 진미
‘월드클래스’ 급 랩 프로듀싱까지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따뜻했다. 음악이 끝난 후에도 공간에서 온기가 느껴질 만큼. 고급 히터나 온풍기가 만들어내는 가공된 열이 아니라 아랫묵 같은 자연스런 따뜻함같은.
버추얼 아이돌 음악은 기계, 즉 과학적 테크놀로지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따라서 언뜻 비현실적이고 차갑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음악에서 디지털보다 오히려 아날로그 정서가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면? 플레이브(PLAVE)가 그렇다. 날이 갈수록 자신들에 특화된 양질의 맞춤형(커스텀) 작품을 더욱 깊고 디테일하게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매번 커리어하이를 쓰며 버추얼 아이돌 음악의 대중적 지평을 확장하고 있는 플레이브가 13일(월) 통산 네 번째 미니앨범 [Caligo Pt.2]를 발매했다. 발매 다음 날인 14일 정오 전곡이 멜론 핫100 차트 10위 안에 랭크될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전작인 미니 3집 [Caligo Pt.1]가 강렬한 에너지와 부드러움을 병행해가며 어두운 감정이 기억할 수 없는 먼 과거를 다뤘다면 [Caligo Pt.2]는 부드러운 터치로 현재의 자신을 받아들이며 한걸음 전진하는 모습을 그렸다. 끊임없이 성장해가는 플레이브식 서사의 좋은 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온돌방 특유의 따뜻함이 전곡에 스며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전작인 [Caligo Pt.1] 관련 자세한 내용은 2025년 4월 24일 자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을 참조하면 된다.
5곡을 수록한 미니 4집 [칼리고 파트2]는 플레이브가 전곡을 작사했음은 물론 메인 작곡가로도 맹활약했다. 공동 작곡 라인업엔 낮익은 이름이 여럿 보인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엘 캐피탄(장이정)이 설립한 작곡‧프로듀싱팀 '벤더스' 작가진의 참여 비중이 크다.
첫 곡 <꽃송이들의 퍼레이드>의 공동 작곡가 YEZI(박예지)는 '벤더스' 소속으로 <12:32(A TO T)>, <WATCH ME WOO>, <DEAR PLLI> 등 플레이브의 여러 곡에 참여했고 휘인, 임영민, 모모랜드, 이프아이, 케빈오, 김우석, 하성운 등의 공동 작곡가이기도 하다. <꽃송이들의 퍼레이드>는 아카펠라 구성을 취한 매우 의외의 곡이다. 첫 곡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시도라 많은 사람들도 갑작스럽게 그러나 '즐겁게' 놀랐을 것 같다. 어떠한 악기도 없이 오로지 보컬 파트만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아카펠라 구성임에도 플레이브는 이 곡에서 그 어떤 유명 아카펠라 팀과 견줘도 뒤지지 않을 만큼 감정선과 스킬 모두를 탁월하게 잘 살리고 있다. 초반부터 앨범 준비에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나 알 수 있게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로써 플레이브는, 버추얼 아이돌 밴드가 아카펠라란 장르를 '본격 시도'했다는 흔치 않은 사례를 남기게 됐다.
두 번째 곡 <흥흥흥(feat. SOLE)>에선 쏠의 보컬 톤이 인상적인 여운을 남기게 한다. 아카펠라를 이어받는 절묘한 바톤터치랄까. 뮤직비디오도 너무 재미있게 만들었다. 작곡에 참여한 viewhorse(경지환)는 플레이브의 <BBUU>, <RIZZ>, <PUMP UP THE VOLUME>, <우리 영화> 등의 곡에서 볼 수 있는 이름이다. 또한 임영웅 <답장을 보낸지>를 비롯해 유겸, 틴탑, 강다니엘, 래원, 방예담, 영웨이브, POPEYE, 챈슬러, 유민 등의 곡을 썼다. yeol(김석열) 또한 플레이브의 <BBUU>, <RIZZ>, <PUMP UP THE VOLUME>, <우리 영화> 등의 공동 작곡가다. 이외에 임영웅, 아우릴고트, 와일드베리, 유겸, 아일립, 강다니엘, POPEYE, 네이브 등 여러 가수와 작업했다.

<Born Savage>는 플레이브 멤버별 특장점이 고루 발휘된 노래다. 타이틀 곡으로 한 데엔 다 이유가 있다는 걸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랄까. 공동 작곡가 WWW(신재영)는 플레이브의 <봉숭아>, <12 32(A TO T)>, <MERRY PLLISTMAS> 등을 비롯해 유노윤호, 우아, 어센트, 루미너스, 빅톤, 나노, 남우현, 아이즈원, 정유빈 등의 곡 작업에 참여한 바 있다. 작곡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MEQUE(강동현)는 웻보이, 데이노프, 김미정, 라블랑캣, 라이드, 차노프, 온기, 플라그 등과 작업했다.
<Lunar Hearts>의 공동 작곡가 1Hz(강주원)는 플레이브의 <이밤을 빌려 말해요>, <봉숭아> 등에서 볼 수 있는 이름이다. 크래비티, 빅톤, 업텐션, 원호, 프로미스나인, 성리, 오르빗, 장우영, RYAN, 그리고 이찬원의 <명작>괴 <꽃다운 날>의 곡에도 참여할 만큼 폭넓은 곡쓰기를 하고 있는 작가다. 협업한 SKINNER BOX(서예지) 또한 플레이브 <ISLAND>를 비롯해 임영웅 <천국보다 아름다운>, 그리고 케플러, 아스트로, 최예나, 피프티피프티, JO1, 김재환 등의 곡 작업에 참여했다.
<그런 것 같아>에선 벤더스 소속 작가들이 여럿 협업했다. Revin(안휘규)은 플레이브 <RIZZ>에 이름을 올린 바 있으며 엘캐피탄과 함께 유니버스 리그 곡 작업에 참여했고 이외에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아이덴티티, 나우즈, 아홉, 트리플에스 등의 곡도 썼다. Arte(허동경)도 <RIZZ>, <WATCH ME WOO>, <MERRY PLLISTMAS>, <PIXEL WORLD> 등 플레이브의 여러 곡을 썼다. 아이덴티티, 나우즈, 아홉, 아르테미스, 트리플에스, 티아이오티, TO1, 빅톤, 전웅(AB6IX 등과도 작업했다. Siu(심석우)는 서지영, 리메이, 치즈, 정수민, 백진, 김재환, 미연(아이들), 홍이삭 등의 곡 작업에 참여한 바 있다.
플레이브의 보컬트레이너인 장효진은 새 앨범 [칼리고 파트2]에 대해 "전체적으로 테너의 보컬들로 이루어진 플레이브에게 딱 맞는 작품 구성"이라며 "SM식 메인보컬들의 느낌도 나면서 오랜만에 즐겁게 들은 곡들"이라고 평했다.
동아방송예술대 실용음악과 오한승 보컬주임교수는 "전체적으로 너무나도 편안하고 정통 K팝 보이그룹의 매력이 'K팝~스럽게' 드러나 있다"며 "최근 K팝의 프로듀싱이 기존의 영미 팝 쪽으로 다가가는 것과 달리 진짜 한국 아이돌 그룹의 느낌으로 전부 한글 가사 중심으로 노래하다 보니 더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코너에선 플레이브의 보컬트레이너이기도 한 장효진 보컬트레이너, 그리고 전 SM 보컬트레이너 및 가수로도 활약했고 지금까지 수많은 제자와 유명 가수들을 배출한 오한승 동아방송예대 실용음악 보컬주임교수의 곡 리뷰를 통해 이번 플레이브의 새 앨범 이해를 도모하고자 했다.

<꽃송이들의 퍼레이드>
"예전 동방신기가 생각나는 남자 그룹의 수준높은 아카펠라다.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한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표현됐다. 플레이브는 이 노래를 통해 가성과 믹스보이스 그리고 미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보컬 스킬들을 마음껏 보여주고 있다." 장효진
"아카펠라 곡을 듣게 돼 매우 놀랐다. 화음의 패드가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 이상의 강도와 밀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럴 경우 메인보컬 멜로디라인은 노래를 더 두터우면서도 앞으로 붙여서 소리를 밀듯 발성해야 하는데, 플레이브는 정확하게 이렇게 부르면서 곡의 편곡적 설계를 잘 구성했다." 오한승
<흥흥흥(feat. SOLE)>
"10여 년 전 유행하던 남자 아이돌그룹의 청량한 목소리와 가창력 좋은 여성 보컬의 조합을 통해 노스텔지어를 자극한다. 발라드 진행이지만 그 안에 내재된 R&B 스킬을 통해 단순한 노래를 단순하지 않게 하는 보컬 스타일이 매력이다." 장효진
"Dean과 같은 남자 솔로 R&B 가수가 여자 가수를 피처링하는 '달달 유쾌'한 분위기의 듀엣 스타일을 아이돌 그룹이 최초로 시도하는 사례가 아닐까 한다. 대부분 이런 곡들은 특정 멤버가 솔로 활동을 할 때 나올 법한 분위기인데 플레이브의 이름을 걸고 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오한승
<본 새비지>
"일본 애니메이션과 마블 영화 같은 컨텐츠의 OST같은 느낌 속 다채로운 보컬 향연. 플레이브만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발걸음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되면서도 절제된 느낌. 비워줄 때 비워주지만 채울 땐 그 밀도를 확실히 채워주는 음악. 적재적소에 어떤 멤버의 목소리가 들어가야 좋은지 정확히 알고 작업한 곡. 그래서 멤버들의 케미가 더욱 빛을 발한다." 장효진
"보컬에 복고적인 보코더 이펙팅이 조금 많아 개인적으론 아쉬웠으나 이번 음반의 전체적인 복고 컨셉과는 잘 어울린다고 하겠다. 특히 랩 프로듀싱이 '월드클래스' 급이라 말할 수 있을만큼 귀가 즐거웠다." 오한승
<루나 하츠>
"콘서트를 해본 아티스트만이 쓸 수 있는 게 바로 이런 곡이다. 확실한 메시지를 통해 'END'가 아닌 'AND'를 느끼게 해주려는 노래라고 할까? 플레이브의 팬들에겐 아마도 큰 선물 같은 노래가 될 것 같다. 곡 분위기에 맞춰 절대 과한 느낌 하나 없이 스텝바이스텝으로 감성을 쌓아가는 보컬 디렉팅이 멋지다. 특히 고음부를 호흡이 많이 섞인 가성으로 끌고 가다가 미성을 폭발시키면서 앞으로 쭉 끌고 나가는 마지막 느낌이 인상적인 곡이다." 장효진
"정통 발라드 풍으로 각 멤버들의 미성을 충실하게 들을 수 있는 매력이 넘치는 노래다" 오한승
<그런 것 같아>
"곡이 흐르는 순간 듀스와 H.O.T.의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의 사운드가 주는 따뜻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듯한 곡으로, 플레이브라는 그룹을 처음 알게될 새로운 버츄얼팬 유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기대된다." 장효진
"뉴잭스윙 풍으로, 역시 각 멤버들의 보컬의 개성과 자연스러움이 잘 드러나 있는 곡이다." 오한승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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