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한 걸음에 전통, 두 걸음에 자연… 설렘을 내딛다

홍선혜 기자 2026. 4. 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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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전통과 현대, 자연이 어우러진 종로

따뜻해진 공기와 짧게 스쳐 지나가는 봄 풍경 속에서, 연인과 서울 근교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특히 연인들에게는 명소를 빠르게 둘러보는 것 보다는 함께 걷고 경험하며 기억을 쌓는 ‘데이트형 여행’이 어울린다. 

종로는 이런 변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다. 전통과 현대, 자연과 도심이 맞닿아 있어 하루 안에서도 전혀 다른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궁의 고요함에서 시작해 벚꽃이 흩날리는 산책길, 그리고 야경이 내려앉은 강변까지 하루를 따라 흐르듯 이어지는 코스는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도심 속 전통 북촌 한옥마을

북촌 한옥마을 한국관광공사 제공.

경복궁에서 이어지는 북촌 일대는 도심 속 한국의 전통문화를 맞볼 수 있는 묘한 조화가 매력적인 동네로 꼽힌다. 북촌한옥마을은 전통 한옥이 밀집된 골목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좁은 골목 사이로 이어지는 풍경은 사진 촬영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카페와 공방이 곳곳에 들어서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도 적합하다.

대표적인 코스로는 ‘북촌 8경’이 꼽힌다. 한옥 지붕이 층층이 펼쳐진 전망부터 골목 사이로 서울 도심이 함께 보이는 지점까지, 각기 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사진 촬영 명소로도 유명하다. 특히 높은 지대에서 내려다보는 전경은 북촌을 찾는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포인트다.

북촌은 단순히 보는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골목 곳곳에는 전통 공방과 체험 공간이 들어서 있어 한지 공예, 도자기, 매듭 등 다양한 전통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 데이트 코스로 활용도가 높다.

최근에는 한옥을 개조한 카페와 소규모 갤러리도 늘어나며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한옥 특유의 구조를 살린 공간에서 차를 마시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산책 중 자연스럽게 머무를 수 있다.

익선동 한옥거리 한국관광공사 제공.

◇한옥인데 힙하다⋯익선동

북촌한옥마을을 따라 골목을 내려오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코스인 익선동으로 이어진다. 두 지역은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있어 별도의 이동 없이 동선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북촌이 전통 한옥의 정적인 분위기를 중심으로 한다면, 익선동은 같은 한옥 공간을 보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지역이다. 좁은 골목 사이로 이어지는 한옥 건물 안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소규모 상점들이 밀집해 있어 전통과 트렌드가 공존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익선동은 ‘골목형 상권’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건물 외관은 한옥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내부는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적용해, 외부와 내부의 대비가 특징적인 공간이다. 이로 인해 사진 촬영과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카페와 음식점 역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한옥 구조를 살린 디저트 카페부터 퓨전 한식, 양식 레스토랑까지 선택지가 넓어 연인들이 취향에 맞춰 코스를 구성하기 좋다. 일부 매장은 대기 줄이 형성될 정도로 방문객이 많아, 인기 상권으로서의 입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익선동 중심에 위치한 익선시장은 이 지역의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 중 하나다. 오래된 시장 골목을 기반으로 형성된 이곳은 한옥 구조를 살린 상점과 음식점들이 모여 있으며, 전통적인 시장의 형태 위에 젊은 감성이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익선시장 일대는 다양한 먹거리와 디저트, 소규모 브랜드 매장이 모여 있어 자연스럽게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골목마다 다른 콘셉트의 공간이 이어지며, 짧은 거리 안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골목형 상권’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북촌에서 이어진 고요한 분위기가 익선동과 익선시장으로 넘어오면서 한층 활기를 띠게 되고,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동선은 단순 이동을 넘어, 공간의 변화를 체감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여행 경험으로 이어진다.

조계사 한국관광공사 제공.

◇서울 한복판의 고요 ⋯ 조계사

조계사는 익선동의 활기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있지만, 경내에 들어서는 순간 소음이 한층 잦아들며 차분한 공기가 흐른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총본산인 이곳은 서울을 대표하는 사찰 중 하나로, 연중 다양한 불교 행사와 문화 프로그램이 열리는 장소다.

특히 조계사는 계절에 따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봄에는 연등이 경내를 가득 채우며 색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저녁이 되면 은은한 조명이 더해져 차분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연등이 걸린 마당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선을 끄는 장면이 이어져 사진 촬영 장소로도 활용된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종교와 일상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실제로 불교 신도들의 기도와 법회가 진행되는 동시에, 일반 방문객들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 다양한 층위의 이용이 이뤄진다. 이러한 개방성은 조계사를 서울 도심 속 ‘생활형 사찰’로 자리 잡게 한 요소로 평가된다

조계사 내부는 크지 않지만, 대웅전과 마당을 중심으로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어 짧은 시간에도 충분히 머무를 수 있다. 나무 그늘 아래 놓인 벤치와 마루 공간은 잠시 쉬어가기에도 적합해, 앞선 코스의 활기에서 벗어나 한 템포 쉬어가는 구간으로 기능한다.

동대문종합시장 액세서리상가 한국관광공사 제공.

◇DIY 부자재 맛집 동대문종합시장

익선동과 조계사를 둘러본 후 종로를 따라 이동하면 동대문종합시장에서 또 다른 분위기의 공간을 구경할 수 있다. 전통 시장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는 원단과 부자재, 공예 재료를 중심으로 구성된 대형 전문 상가다.

이곳은 최근 취미 생활을 즐기는 MZ세대 사이에서 주목받는 장소로, 키캡 꾸미기나 액세서리 제작, 인형 옷 만들기 등 다양한 DIY 활동에 필요한 재료를 한곳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층별로 원단, 레이스, 단추, 비즈, 금속 부자재 등이 세분화돼 있어 원하는 재료를 직접 고르고 조합하는 재미가 크다.

단순 쇼핑을 넘어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데이트 코스로도 활용도가 높다. 취향에 맞는 재료를 함께 고르고, 완성된 결과물을 공유하는 경험은 일반적인 카페 중심 데이트와는 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특히 최근에는 키보드 키캡이나 가방, 액세서리 등을 직접 꾸미는 취미가 확산되면서, 관련 부자재를 찾는 방문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동대문종합시장은 이러한 수요를 반영해 다양한 재료와 상점을 갖추며 ‘DIY 중심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앞선 코스가 풍경과 분위기를 즐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곳에서는 직접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경험으로 여행의 성격이 확장된다.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데이트 코스의 밀도를 한층 높여주는 구간이다.

청계천 한국관광공사 제공.

◇도심 속 야경 ⋯청계천

동대문종합시장에서 나와 도보로 이동하면 청계천이 이어진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도 물길을 따라 걷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낮과는 다른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청계천은 약 11km 길이로 이어진 도심 하천으로, 구간마다 서로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동대문 인근 구간은 비교적 조용한 편으로, 사람들로 붐비는 상권을 벗어나 천천히 걷기 좋은 코스로 꼽힌다.

특히 해가 지고 난 이후의 청계천은 데이트 장소로 활용도가 높다. 물 위로 비치는 조명과 주변 건물의 불빛이 어우러지며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기 좋은 환경이 형성된다. 계단에 앉아 쉬거나 물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앞선 코스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면, 청계천은 그 흐름을 마무리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전통과 트렌드, 체험이 이어졌던 하루가 물길을 따라 천천히 정리되며, 비교적 짧은 동선 안에서도 밀도 있는 데이트 코스를 완성할 수 있다.

종로 3가 포차거리. 한국관광공사 제공.

◇봄에는 야장이지⋯ 종로3가 포장마차 거리

청계천을 따라 걷다가 관수교에서 청계청을 벗어나 종로 방향으로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종로3가 포장마차 거리로 이어진다. 데이트의 마지막으로 배고픔을 달래 줄 낭만의 야장코스는 안성맞춤이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난 뒤 이곳은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바뀐다. 좁은 골목을 따라 포장마차와 노점이 빼곡히 들어서고, 따뜻한 불빛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지며 특유의 활기가 형성된다.

이곳은 서울의 오래된 밤 문화를 그대로 간직한 공간이다. 간단한 안주와 술을 곁들이며 부담 없이 머무를 수 있어,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기에 적합한 장소로 꼽힌다. 메뉴 역시 꼬치구이, 어묵, 전, 해산물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젊은 층 방문객도 늘어나며 분위기가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포장마차 감성과 함께, 비교적 깔끔하게 정비된 노점들이 공존하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는 모습이다.

하루 동안 고궁과 골목, 카페와 시장, 산책로를 거쳐 이어진 데이트는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마무리된다. 조용한 공간에서 시작된 하루가 활기찬 밤의 분위기로 이어지며,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다양한 얼굴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

홍선혜 기자 redsu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