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수는 그림자 아닌 그늘"…처음 시상대 오른 황승빈 첫 인사

안영준 기자 2026. 4. 15.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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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한선수와 현대캐피탈의 황승빈은 선후배에서 라이벌이 된 묘한 사이다.

황승빈은 하늘 같은 선배 한선수 밑에서 성장하느라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이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고, 이제는 다른 팀에서 V리그 최고 세터 타이틀을 노리는 존재가 됐다.

실제로 황승빈은 불평 대신 레전드 선배를 늘 보고 배워 따라잡으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이제는 두 시즌 연속 챔프전에서 한선수와 만나 우승을 다투는 강력한 라이벌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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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서 한선수에 밀려 이적 후 현대캐피탈서 폭풍 성장
한선수 "예전부터 욕심 많던 선수…더 성장할 것"
현대캐피탈 황승빈이 1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6 V리그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경기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2025.12.16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한선수와 현대캐피탈의 황승빈은 선후배에서 라이벌이 된 묘한 사이다.

황승빈은 하늘 같은 선배 한선수 밑에서 성장하느라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이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고, 이제는 다른 팀에서 V리그 최고 세터 타이틀을 노리는 존재가 됐다. 황승빈은 한선수가 그늘이었다며 고맙다고 밝혔고, 한선수 역시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며 후배를 응원했다.

황승빈은 지난 13일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진에어 2025-26 V리그 시상식에서 남자부 베스트7 세터상을 수상했다.

2014-15시즌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뒤, 12년 만에 처음 받은 베스트7이었다.

황승빈은 '기대주'라는 평가를 받으며 프로에 입성했지만, 초반 힘든 시간을 보냈다. 대한항공에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한 팀에서만 뛰어 온 V리그의 전설 한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포지션 특성상 황승빈은 한선수를 넘어서지 못하면 주전으로 뛸 수 없었는데, 신인 황승빈에게 쉬운 미션이 아니었다.

결국 황승빈은 긴 시간 백업으로만 지내다 여러 팀을 거쳐 2024년부터 현대캐피탈로 이적했다. 이후 그는 기량이 만개, 첫 시즌 현대캐피탈에서 우승을 일구고 이번 시즌에는 준우승과 함께 커리어 첫 베스트7을 수상하는 등 존재감을 드러냈다.

대한항공 시절의 황승빈. 2019.3.11 ⓒ 뉴스1 황기선 기자

비로소 빛을 본 황승빈에게는 그동안 자신의 앞을 막아선 '벽'이었던 한선수가 서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황승빈은 시상대에 오른 뒤 "드디어 상을 받고 이런 말을 할 기회가 생겼다. (한)선수 형은 내게 그림자가 아닌, 시원한 그늘이었다. 우러러볼 수 있는 고마운 나무였다"면서 "이 자리를 빌어 처음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한선수를 향한 감사함을 가장 먼저 전했다.

실제로 황승빈은 불평 대신 레전드 선배를 늘 보고 배워 따라잡으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이제는 두 시즌 연속 챔프전에서 한선수와 만나 우승을 다투는 강력한 라이벌로 성장했다.

이날 역대 최고량 MVP를 수상, 건재함을 알린 한선수 역시 그런 황승빈을 향해 애정이 컸다.

한선수는 "대한항공에 함께 있을 때 (황)승빈이는 내 보조 세터였는데, 그 때도 승빈이는 경기를 뛰고 싶어하는 욕심과 해내고 싶은 욕망이 많았다. 다른 팀에 간다면 분명 주전 세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챔프전에서는 내게 패하면서 좌절을 겪었을텐데, (그동안 힘든 시간을 이겨냈던) 승빈이는 좌절이 있을 때 더 성장하는 세터가 될 것"이라며 애정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황승빈은 이번 시즌 대한항공과의 챔프전 마지막 5차전을 앞두고 "이제 선수형을 그냥 이겨야 할 적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한선수는 "그렇게 말해주니 내가 더 고맙다. 코트 안에서는 싸워야 하는 상대, 적으로만 여기고 임해야 한다. 이제 나 역시 승빈이가 그런 존재"라고 말했다.

선배의 존재를 그늘 삼아 훌쩍 성장한 후배와, 그런 후배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새 시즌 다시 대결을 고대하는 선배. 둘의 미묘한 '세터 라이벌' 관계가 배구 팬들의 가슴을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다.

베스트7을 수상한 황승빈 2026.4.13 ⓒ 뉴스1 오대일 기자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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