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인사이트] 대상포진, 피부병 아닌 '신경병'입니다

김지은 기자 2026. 4. 1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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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통증으로 유명해 ‘통증의 왕’으로 불리는 대상포진. 대상포진 환자 수는 겨울에 감소하다 봄에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우먼센스] 대상포진은 '띠'를 뜻하는 대(帶), '모양'을 뜻하는 상(狀), 두 한자를 합쳐 만든 말이다. 말 그대로 발진과 물집을 동반하는 포진이 '띠 모양'으로 줄을 이루며 나타난다.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가장 유명하지만 잘 대처하지 않으면 치료가 어려운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해 증상 초기 신호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봄철, 잠복했던 대상포진 바이러스 활개

대상포진이 봄에 왜 늘어나는지 알려면 대상포진의 원인부터 이해해야 한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한다. 이 바이러스는 소아기에 수두를 일으킨 후 신경절(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작은 집합소)에 잠복해 있다가 시간이 흐른 뒤 재활성화돼 대상포진을 유발한다. 증상 없이 조용히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갑자기 활동한다.

박휴정 가톨릭대학교 통증의학과 교수는 "겨울 동안 활동량이 줄고 실내 생활이 늘면서 면역 상태가 일시적으로 안정되다가 봄철 일교차가 커지면서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다"며 "특히 환절기에는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이 증가하면서 면역계가 영향을 받는다"며 봄철에 대상포진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럼 어릴 때 수두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대상포진 위험이 없는 걸까? 원칙적으로는 과거에 수두에 감염된 경험이 있어야 대상포진이 발생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 감염 사실을 기억 못 하거나 가볍게 앓고 지나가서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드물게는 성인이 된 후 처음 수두에 감염되며 잠복 감염이 형성될 수 있다. 박휴정 교수는 "본인이 어린 시절 수두에 걸렸던 걸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대상포진 위험이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누가 취약할까?

대상포진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위험 요인은 나이다. 면역계는 나이가 들수록 약해지는데, 특히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를 억제에 중요한 T세포 면역이 감소하면서 바이러스 재활성화가 쉬워진다. 실제로 대상포진은 50세 이상에서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도 위험하다. 암 환자, 장기이식 환자, 항암치료나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경우 대상포진 발생 위험이 높다. 당뇨병, 만성신부전 등 만성질환 역시 면역 기능을 떨어뜨려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 수면 부족, 과로 같은 생활 요인도 면역력을 약화시켜 대상포진 발생을 유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대상포진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즉,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미세먼지, 흡연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젊은 층도 대상포진에 취약할 수 있다.

몸 한 부위에서 통증 시작

2~3일 뒤 발진·물집 생겨

대상포진은 대부분 통증부터 시작된다. 통증이 신경을 따라 나타나기 때문에 처음엔 그저 몸 한쪽이 아픈 느낌이지만 점차 통증이 한 줄로 이어진 형태로 발생한다는 걸 인식하게 된다. 증상은 △몸통(가슴, 등, 옆구리) △머리와 안면부 △요추부(허리, 엉치, 다리) △경추부(목, 어깨, 팔) △천추부(엉덩이, 사타구니, 항문과 생식기 주변) 순으로 많이 나타난다. 보통 통증이 나타나고 2~3일 뒤 발진, 물집이 생긴다. 초기에는 감기 몸살처럼 피로감이나 미열이 동반되기도 한다.

통증만 나타났을 땐 단순 근육통이 발생했거나 혹은 담에 걸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 디스크나 심장 문제로 오인하기도 한다. 따라서 감기 몸살, 근육통 같은 증상이 있을 때 가슴이나 등, 옆구리같이 잘 안 보이는 몸 구석구석을 확인해 발진이나 물집이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두드러기ㆍ단순포진과 구별하는 법

눈에 보이는 증상만 봤을 땐 대상포진인지 단순 두드러기인지 헷갈릴 수 있다. 두드러기는 보통 몸 전체에 퍼지거나 신체 좌우에 동시에 나타난다. 대상포진은 몸의 좌우 중 한 쪽에서만 특정 신경절을 따라 띠 모양으로 나타난다. 우리 몸의 감각신경은 좌우가 완전히 독립적으로 나뉘어 있다.

예를 들어 오른쪽 신경은 오른쪽 피부만 담당하고 왼쪽 신경은 왼쪽 피부만 담당하며 서로 교차하지 않는다. 따라서 오른쪽 신경절에서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활성화되면 몸의 오른쪽에만 발진이 나타나고 왼쪽으로 넘어갈 수 없다. 대상포진 발진은 처음 생긴 부위에서 몸 중앙선을 넘는 일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한편, 입술 주변에 흔히 생기는 단순포진은 작은 물집이 군집 형태로 나타나지만 대상포진처럼 넓은 범위로 퍼지거나 심한 신경통을 동반하는 경우는 드물다. 가벼운 통증이나 따끔거림 정도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대상포진 VS 단순포진 VS 두드러기

무엇이 다를까? 

"칼로 베이는 것 같다" "전기가 오는 것 같다"

대상포진이 생겼을 때 환자들의 표현은 가지각색이지만 단순히 "아프다"고 말하기보다 "칼로 베는 것 같다", "전기가 오는 것 같다", "남의 살 같다"는 표현을 한다. 순간순간 무언가 몸을 쑤시듯 혹은 바늘로 콕콕 찌르듯 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통증 강도도 심하다. 통증을 점수화했을 때, 하나도 아프지 않은 것을 0점, 도저히 못 참을 정도의 최악의 통증을 10점이라 했을 때 대상포진은 7~8점에 해당한다. 산모의 출산 고통(7~8점)과 거의 같다.

박휴정 교수는 "대상포진을 신경에 병이 생긴 것이기 때문에 통증 양상이 다르고 더 심하다"며 "흔히 피부질환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신경 속에서 염증과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시력 상실ㆍ안면마비로 이어질 위험

대상포진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빠른 치료가 관건이다. 가장 흔한 후유증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대상포진 환자 3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데 바이러스로 인해 신경절이 파괴되면서 통증이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눈, 이마, 귀 주변 발생하는 대상포진은 합병증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눈 주변에 발생하는 대상포진은 안(眼)신경을 침범한 상태다. 이 경우 각막염, 포도막염 등 눈의 염증을 유발해 시력 저하나 심한 경우 시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눈부심과 함께 무언가 떠다니는 듯한 증상 등이 동반되면 안과에서도 망막 손상을 검사하고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박휴정 교수는 "얼굴 신경이 영향을 받으면 안면신경마비가 생기기도 한다"며 "귀 주변에 발생하면 청력 저하나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람세이헌트 증후군'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얼굴이나 눈 주변 대상포진은 특히 더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대상포진이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들도 나왔다. 대표적으로 2017년 대만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PLOS ONE'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안구 대상포진 환자 846명과 일반인 2538명을 5년간 추적했다. 그 결과, 대상포진 환자의 치매 발생률이 4.61%로 대조군(1.65%)보다 높았고, 치매 발생 위험은 약 2.8~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연구들에서도 중증 대상포진이나 특정 유형 대상포진에서 치매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결과가 일부 보고됐지만, 모든 연구에서 일관된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어서 인과관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신경 염증과 혈관 손상을 유발해 뇌 기능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발생 72시간 이내 항바이러스제 투여가 관건

대상포진으로 인한 후유증과 합병증을 최소화하려면 발진 등 증상이 나타나고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 진통제, 신경통 치료제가 함께 쓰이기도 한다. 대상포진 발생 2~4주 이내 급성기에는 통증 조절, 합병증 예방에 집중한다. 동시에 2차 감염이 생기지 않도록 피부 창상(조직이 손상돼 개방된 상처)을 관리한다.

대상포진이 치료되지 않고 한 달이 넘어가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 6개월 넘어서까지 치료가 되지 않으면 평생 질환처럼 자리매김한다. 박휴정 교수는 "평생 질환 단계가 되면 단번에 통증을 제거하는 걸 목표로 삼을 수 없다"며 "재발하지 않도록 평생 관리하는 방향으로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바이러스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치료 후에도 재발 가능

대상포진은 항바이러스로 치료한 후에도 재발할 수 있다. 'Oxford Academic'에 올라온 일본 연구진의 대규모 데이터 분석에서 면역이 정상인 사람에서도 평생 재발률이 약 1~6% 수준인 것으로 보고됐다.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해 증상과 염증을 줄이는 역할까지만 한다. 신경절에 잠복한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치료는 아직 없다. 즉,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돼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예방을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대상포진 예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특히 만 50세 이상 성인은 접종을 꼭 권하고, 만 18세 이상 성인도 면역력이 약한 경우 접종을 하는 게 좋다. 현재 우리나라에 사용되는 대상포진 예방백신은 크게 '생백신'과 '유전자재조합 백신'으로 나뉜다.

생백신은 약독화된 살아있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를 이용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50세 이상에서 접종이 권장되며, 예방 효과는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약 50~70% 수준으로 알려져 있고, 8년 정도 유지되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감소한다.

반면 유전자재조합 백신은 바이러스 전체가 아니라 특정 항원 단백질만을 이용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어깨 근육에 한 번 접종한 후 2~6개월 사이 두 번째 접종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전 연령대에서 90% 이상 고르게 대상포진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알려졌다. 박휴정 교수는 "시뮬레이션으로 통계를 낸 결과, 예방 효과가 20년 동안 유지되는 것으로 예측됐다"고 말했다. 비용은 유전자재조합 백신이 3배 이상 정도로 비싸다.

생활 속 스트레스 줄이기 가장 중요
대상포진 위험 14% 높여

대상포진 예방을 위해 일상에서 충분한 수면, 영양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등을 통해 면역력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과도한 스트레스는 대상포진을 유발하는 명확한 위험 요인으로 밝혀져 주의가 필요하다. 영국 피부과학회지(British Journal of Dermatology)에 2021년 게재된 덴마크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스트레스와 대상포진의 명확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40세 이상 성인 약 7만7000명을 대상으로 국민건강조사 자료를 활용해 약 4년 추적 관찰했다.

스트레스 정도는 '지각된 스트레스 척도(PSS, 0~40점)'를 통해 평가했다. 스트레스 수준이 가장 높은 집단(PSS 18점 이상)은 낮은 집단에 비해 대상포진 발생 위험이 약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트레스 점수가 20점을 넘는 구간부터는 점수가 높아질수록 위험이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고, 최고 수준에서는 위험이 2배 이상까지 상승했다.

연구진은 "심리적 스트레스가 세포성 면역 기능을 떨어뜨려 잠복해 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며 "다만 스트레스가 낮거나 중간 수준인 경우에는 위험 증가가 뚜렷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스트레스보다는 지속적이고 높은 수준의 만성 스트레스가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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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포진 팩트체크

대상포진 발생 시 샤워하면 안 된다? X

대상포진 물집 등이 생긴 부위에 물이 닿으면 안 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샤워를 안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 오히려 피부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2차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미국 피부과학회(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는 대상포진 발진 부위를 매일 부드럽게 씻어 관리할 것을 권고한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도 발진 부위를 깨끗하고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씻는 방법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뜨거운 물은 피부 자극과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어 미지근한 물로 짧게 샤워하는 것이 좋다. 때를 밀거나 수건으로 세게 문지르는 행동은 피한다. 물집은 자연스럽게 회복 과정에서 딱지가 생기며 아물기 때문에 억지로 터뜨리면 세균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건드리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샤워 후에는 물기를 부드럽게 두드려 말리고, 필요하면 깨끗한 거즈로 가볍게 덮어 피부를 보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 

 대상포진이 '전염되는 병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상포진 자체가 공기 중으로 퍼지는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물집 속에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포함돼 있어, 접촉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은 있다.

특히 수두에 걸린 적이 없는 사람이나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은 대상포진 환자의 물집과 접촉했을 경우 대상포진이 아닌 '수두'에 걸릴 수 있다. 물집이 터져 진물이 나오는 시기에 전염력이 가장 높으며, 딱지가 생기면 전염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 따라서 대상포진 환자는 물집 부위를 가리고, 영유아나 면역저하자와의 접촉을 피하는 게 좋다.

통증 없이 발진만, 발진 없이 통증만 있는 경우도 있다? 

대상포진의 전형적인 증상은 발진·물집을 동반한 통증이다. 그런데 둘 중 하나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드물게 10명중 1~2명 꼴로 통증이 없거나 미약한 상태에서 발진과 물집만 생긴다.

역시 드물지만 눈에 보이는 피부 증상 없이 특정 신경 분포를 따라 신경통만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도 통증이 한쪽으로만 나타나는 등 대상포진의 특징적인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피부 증상, 통증 둘 중 하나만 생긴 경우에도 대상포진 가능성을 고려하고 의료진의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박휴정 교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세부전공이사, 대한척추통증학회 기획이사, 대한노인의학세부전문의연합학회 정책이사를 맡고 있으며, 최근 대한통증학회 제25대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척추 및 근골격계 통증, 대상포진 후 신경통 등 다양한 통증 질환 비수술 치료 분야 전문가다.

CREDIT INFO

기획 김지은 기자

취재 김준승(헬스콘텐츠그룹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도움말 박휴정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김지은 기자 a05190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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