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격제 한 달…기름값 잡았지만 '재정 부담·판매량'↑
유럽 대비 가격 상승 억제 효과 뚜렷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에 정유사 손실 확대
정부 "현재는 감당 가능"…장기화 시 부담 우려
가격제 시행 후 휘발유 판매량 최대 24.7% 증가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지 한 달이 됐다. 고강도 정책을 통해 치솟는 국제 유가에도 국내 기름값을 안정화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부담도 적지 않다.
정부가 정유사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구조인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부의 가격 억제가 오히려 수요를 자극해 기름 판매량이 증가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기름값 안정화 효과…유럽 경윳값 상승폭, 韓의 4배
중동 전쟁 발발 전날인 2월 27일(휘발유 1692.85원·경유 1597.24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최고가격제 시행 전날(휘발유 1898.78원·경유 1918.97원) 이후로는 상승폭이 둔화하며 비교적 안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유가와 비교하면 가격 억제 효과는 더욱 뚜렷하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국내 기름값은 전쟁 발발 전과 비교해 휘발유는 17.9%, 경유는 24.5%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브렌트유는 배럴당 72.48달러에서 98달러로 35.2% 올랐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7.02달러에서 98달러로 46.2% 급등했다.
유럽과 비교해도 가격 상승세는 완만한 편이다. 오피넷 등에 따르면 유럽 20개국의 지난달 넷째 주 경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3538.7원으로 한국 평균 1815.8원의 약 2배 수준이다. 유럽은 지난달 첫째 주(2685.99원)와 비교해 31.75%(852.71원) 상승한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1680.4원에서 8.05%(135.4원) 올라 상승률이 약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정유사 손실·정부 재정 부담 '눈덩이'
업계에서는 1차와 2차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정유 4사의 손실이 약 1조원에 달한다는 추정도 나온다.
정부는 손실 보전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예비비로 4조2천억원을 편성했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이마저도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정부가 손실액을 엄격히 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실제 보상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민 세금으로 보전하는 구조다 보니 정부도 깐깐하게 심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실제 손실보다 적게 보전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유사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 정부 역시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정부는 현재로서는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산업통상부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은 3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발표하며 "적용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불확실하지만 현재 재원으로는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억제가 수요 자극…"보완책 필요"
가격 억제가 수요를 자극한다는 지적은 실제 지표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전쟁 직후인 3월 첫째 주부터 이달 첫째 주까지 휘발유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0.7% 증가했다. 특히 1차 최고가격제 시행 시점인 지난달 둘째 주와 2차 시행 시점인 넷째 주를 비교하면 휘발유 판매량은 24.7%, 경유는 16.3% 증가했다.
정부가 전방위로 에너지 수요 절감 대책을 병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가격제가 오히려 수요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고가격 고시 시점에 맞춰 미리 기름을 사두려는 가수요 등 일시적 시장 왜곡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은행 신현송 총재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최고가격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에너지 초과 수요 지속 등 가격 왜곡에 따른 부작용과 재정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며 "한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최근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의 정책적 함의와 향후 방향' 보고서를 통해 "최고가격제의 한시적·제한적 운영을 전제로 향후 다양한 정책 수단과의 패키지 접근을 통해 시장 안정성과 정책 효과를 동시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류세 인하, 취약계층 직접지원, 비축유 활용, 도입선 다변화 등 다양한 정책 수단과의 병행이 필요하며,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대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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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석호 기자 seokho7@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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