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 정주영 집에서 훔쳐간 것은…

이상우 기자 2026. 4.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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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지 경계의 절대적 기준은 지적도상의 숫자(좌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품고 있는 데이터의 의미를 읽어내는 일이다.

법률신문이 단독 입수해 공개하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사장단 회의록> 곳곳에 정 회장의 숫자 감각이 드러난다.

숫자 계산에서 개인적 욕심을 배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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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거인의 유산 ⑤ 숫자 감각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사장단 회의록 최초 공개
정주영 부부. 60년대 중반 청운동 자택에서. 《건설자 정주영》 20쪽.

농경지 경계의 절대적 기준은 지적도상의 숫자(좌표)다. 

맹자(孟子)는 "어진 정치는 토지 경계를 바르게 확정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했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숫자는 기본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품고 있는 데이터의 의미를 읽어내는 일이다. 정주영 회장이 어린 시절 서당에서 배운 맹자는 기업 경영의 밑거름이 됐다. 법률신문이 단독 입수해 공개하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사장단 회의록> 곳곳에 정 회장의 숫자 감각이 드러난다.

아무리 통 큰 사업가라도 숫자 계산을 하지 않는 이는 없다. 정주영도 그랬다.

1983년 11월 동아일보 간부 세미나 특강. 정 회장이 말했다. "기업인이 국가나 국민에 충성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기업인은 자기 기업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의명분도 좋지만 기업의 유지와 발전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국가 부흥의 기치를 내걸었던 경부고속도로 공사에서도 득실에 대한 고민은 컸다. "공사비가 빠듯하지만 어떤 경우든 이익을 남기는 것이 기업가에게는 절대 명제라는 생각을 갖고 공기 단축을 밀어붙였다."

다만 다른 기업인과 다른 점이 있었다. 숫자 계산에서 개인적 욕심을 배제한 것이다. 정 회장이 살던 서울 청운동 집은 대기업 총수의 저택으로 믿기 어려울 만큼 살림살이가 소박했다. 입고 먹는 것도 현대 직원들과 다르지 않았다.

정 회장은 1984년 KB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근검절약에 대해 말했다. "우리 집에는 개가 한 마리도 없습니다. 집 울타리도 없어요. 도둑이 들어와도 가져갈 게 의자밖에 없어요. 첫 번째 도둑이 들었을 땐 내 양복을 가져갔어요. 내가 도둑한테 '주민등록증은 빼놓고 가!' 하고 소리치니까 산에다 놓고 갔습니다. 그 이후에는 장독대의 고추장 항아리를 가져간 적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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