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반려동물 음식점 출입, 영국은 업주 재량에 맡긴다

김한아 변호사 2026. 4.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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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반려동물 정책을 특정 부처 하나에서 다루기 어렵다는 문제의식 아래 국무총리실 산하에 반려동물정책위원회를 두고 관련 정책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2026년 3월 30일 국무총리 주재 첫 회의에서 반려동물 동반출입 음식점 문제가 다시 쟁점이 되었고, 이른바 반려선진국의 사례에 대한 관심이 제기됐다. 한국은 그동안 원칙적으로 음식점 실내 동물 출입을 금지하고, 음식 섭취 공간과 동물이 있는 공간을 분리해 왔다. 그러다가 2026년 3월 1일부터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지자체에 별도 등록하고 시설·위생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만 개·고양이 출입을 허용하는 '반려동물 동반출입 음식점(카페·빵집 포함)' 제도를 도입했다. 시행 직후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일부 기존 반려동물 친화 사업장이 제도 참여를 포기하거나 노펫존으로 전환했고, 업주와 이용객 모두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 특히 오랫동안 개를 가족처럼 여겨온 영국의 구조는 다소 다르다. 영국에는 카페·펍·식당·휴게소를 막론하고 '반려견 출입 금지'를 일반적으로 선언하는 법 규정이 없고, 홀·객석의 개 출입 허용 여부는 원칙적으로 업주 재량이다. 전통적으로 많은 펍·카페가 개를 받아 왔고, 지방자치단체 가이던스도 "주방·식품 취급구역은 출입 금지, 홀·객석은 업주 재량"이라는 틀을 전제로 한다.

영국의 가이던스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Regulation (EC) No 852/2004 on the hygiene of foodstuffs가 국내법으로 편입된 Food Hygiene Regulations에 따라 반려동물이 음식이 준비·처리·보관되는 장소에는 들어갈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둘째, 식당·펍·카페 등은 스스로 'dog friendly' 여부와 허용 범위(예컨대 바, 펍 홀, 야외 좌석만 허용 등)를 정하고, 'Dogs welcome in the bar area only'와 같은 안내문을 입구나 웹사이트에 명시한다. 셋째, 오염 위험 방지를 위해 반려견은 사람용 의자나 테이블 위로 올라가서는 안 되고 사람용 식기에 접촉해서도 안 되며, 리드줄을 착용한 채 보호자 곁 바닥에서 조용히 대기하는 것이 일반적인 룰이다. 핵심은 음식 위생이다. 영업자는 음식이 오염되지 않도록 관리하면 되고, 식사 공간에 개를 들일지 여부와 범위는 영업자의 재량이다. 결국 특별한 규제는 '음식 준비·처리·보관 장소에는 동물이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것 하나뿐이며, 이런 구조로 운영되었어도 공중보건상 큰 문제가 부각되지는 않았다. 반려동물 동반출입 허용음식점이든 불허음식점이든 모두 동일한 수준으로 청결히 위생관리하여야 함은 당연하므로 위생 기준은 구별없이 1가지로 족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 과정에서 식약처는 "비반려인의 인식상 아무 동물이나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관리된 반려동물이 들어와야 신뢰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관리'의 의미, 검증·감독 방식, 특히 예방접종 확인을 두고 논란이 상당하다. 영국에는 법령상 예방접종 확인 의무가 없고, 카페·펍 등에서 예방접종 확인서를 요구하는 관행도 찾아보기 어렵다. '관리'를 예방접종 확인 서류 몇 장으로 환원한다면 실제 위생·안전 위험과 비례하지 않는 서류 행정으로 흐를 수도 있다. 영국에서 '관리된 개'의 의미는 예방접종 확인이 아니라, 개별 식당의 하우스 룰과 국가 일반법이 결합된 결과로 구체화된다. 예컨대 리드줄 착용, 얌전한 대기, 실내 배변 금지, 한 테이블당 두 마리 제한, 짖음이나 공격성이 나타나면 즉시 퇴장 조치 등의 룰을 정하고 사전에 공지하며, 위험하게 통제불능 상태에 이른 개에 대해서는 형사책임과 몰수·퇴거 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일반법 규정이 뒷받침한다.

결국 영국은 기본 허용 + 위생관리 의무(반려동물 출입 허부와 무관하게 음식점이라면 모두 당연히 지켜야 하는 의무) 구조를 취하는 반면, 한국은 기본 금지 + 승인받은 업소만 허용 구조를 택했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체크리스트를 하나 더 보태는 일이 아니라, 주거·생활 환경과 문화적 특수성을 정확히 진단한 뒤 반려가족과 비반려 시민 모두를 존중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일일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에서는 먼저 영업 형태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필자의 영국인 남편과 반려견. 동반출입형 음식점에서의 전형적인 동반 모습이다.

첫째, 기존 '애견카페(애카)'처럼 반려동물이 주된 고객이고 반려동물 1마리당 입장료가 있으며, 실내외에서 오프리시(Off-leash)로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한 반려견 전용형·놀이형 업장 유형이다. 견종별 소모임을 하고 소형견을 의자나 테이블에 올려놓기도 하며, 반려견이 없는 사람은 매장 이용이 불가능한 곳도 있다. 이를 「반려견 전용 놀이형 매장」이라 부를 수 있겠다. 마당이 없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소형 반려견을 키우는 비중이 높고, 동네마다 반려견 운동장을 여러 곳 갖춘 지자체를 찾기 어려운 한국에서, 애카는 오프리시로 운동·놀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발전해 온 한국형 업태로 볼 수 있다. 영국에는 한국식 애견카페와 유사한 상시 실내외 오프리시 카페 형태는 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둘째, 사람의 음식 섭취가 주된 목적이고 반려동물은 얌전한 동반자로 머무는 일반 카페·빵집·식당 유형이다. 이를 반려견 동반출입형 매장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영국은 물론 반려동물 친화 역사가 오래된 유럽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다. 식약처 개정규칙은 예방접종 확인 의무를 포함한 몇 가지 요소를 제외하면 이러한 '동반출입형' 영업을 전제로 설계된 측면이 강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개정규칙 시행 전 기존 반려동물친화사업장 중에는 '동반출입형'이라기보다는 애견카페와 같은 '놀이형' 업장으로서 비반려인은 거의 찾지 않는 사실상 반려인 전용 공간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개정규칙은 이들 놀이형 업장에 대해서는 반려동물 동반출입 허용으로 규제를 완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 영업 형태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규제 강화로 작용할 수 있음에도 이 점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시행 이후 일부 업장에서 업주와 이용객 간 갈등이 심화되거나, 차라리 노펫존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오프리시로 뛰놀게 해주려고 강아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던 카페에 갔더니 이제부터는 온리시로 바닥이나 이동장 안에만 두라고 한다면, 반발이 없기 어려울 것이다.

개정규칙이 이런 두 영업 형태를 구분해 접근했더라면 혼란이 덜했을 것이다. 즉, ⓐ 기존 애견카페와 같은 '반려견 전용형·놀이형' 업장은 오프리시 등 기존 방식의 영업이 가능하도록 별도의 '양성화' 입법을 하는 한편, ⓑ 일반음식점 등에는 새 시행규칙에 따른 요건을 갖추면 '동반출입형' 업장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업주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진정한 의미의 반려동물친화사업장 '확대'라는 정책 목적 실현도 보다 용이했을 것이다. 법규와 지침은 영국처럼 '조리·보관 공간에서의 동물 출입 금지'와 '사업자의 식품안전 책임 범위'만 명확히 하고 객석에서의 반려동물 허용 여부와 범위는 영업자 재량에 맡겨도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영업자는 사전 안내, 구역 구분, 위생관리 계획을 충분히 고지해 비반려 고객의 선택권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고, '반려견 전용형·놀이형' 매장과 '반려견 동반출입형' 매장을 명확히 구분해 오인에 따른 갈등을 줄여 나가야 할 것이다.

김한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