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90억 받을 땅을… “市 정책 동의” 한마디에 94억에 팔아

천종현 기자 2026. 4. 15.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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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지자체 재산매각 심의’]
5조 지자체 재산 깜깜이 매각
계룡시 심의위, 별 토론 없이 의결
서울 강서구 보건소 땅 매각때도… “더 받을수 있다” 이의제기 외면
성남시 1조 넘는 땅-건물 팔며… “위원들 위축” 회의록 공개 안해
서울 강서구. 염창동 보건소 부지 매각 당시 “역세권이라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는 의견 나왔지만 “시간이 없다”며 수의 매각 강행
서울 강서구는 지난해 10월 염창동 보건소 부지를 매각하기로 하고 이 안건을 공유재산심의위원회(심의위)에 올렸다. 그런데 당시 회의록을 보면 한 외부 위원은 “역세권이고 좋은 자리라서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다”며 구의 가격 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집행부는 “사업 계획과 국토교통부 승인까지 시간이 걸려 수의 매각으로 정했다”며 의결을 강행했다. 임형백 성결대 국제개발협력학과 교수는 “핵심 쟁점에 대해 합리적 가치 평가 없이 ‘부서의 업무 일정이 우선시 된다’는 답변으로 끝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서면 심사-비공개회의 관행에 ‘감시 사각’

심의위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산을 팔 때 그 적정성과 타당성을 외부 전문가가 최종 점검하는 견제 장치다. 회의록은 심의위 논의 과정을 기록해 재산의 주인인 주민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하지만, 실제 운영은 취지와 거리가 멀었다. 동아일보가 최근 5년간 전국 245개 지자체 재산 매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심의위가 개최된 지자체 재산 6023건 중 회의록을 확인할 수 있는 건 579건으로 9.6%에 불과했다. 김상봉 고려대 정부행정학부 교수는 “재개발에 따른 매각 등은 개별법과 조례에 따라 별도의 외부 검토를 거쳐 심의위 제외 대상인 점을 고려해도, 상당수 지자체가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거나 서면 심사로 대체해 회의록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은 투명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기 성남시는 같은 기간 1조1855억 원어치 땅과 건물을 매각했으나 회의록은 한 건도 공개하지 않았다. 성남시 관계자는 “위원들 발언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 전북 전주시는 총 1016억 원 규모의 재산 320건을 매각하면서 “회의록 공개 규정이 없다”며 전체를 비공개했다.

경기 포천시. 송우리 공영주차장 등 땅 5646㎡를 145억 원에 팔면서 서면 심의로 진행. 검토 미비로 2028년까지 매년 임차료 1억 원 부담.
대구 수성구. 황금동과 대흥동 땅 3048㎡를 82억 원에 팔면서 “대면 회의는 비용이 발생해 효율이 떨어진다”며 서면 심의로 대체.
서면 심사와 대면 회의를 나누는 기준도 모호하다. 지자체들은 “중요성이 낮거나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려운 안건은 서면으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대구 수성구는 황금동과 대흥동 일대 총 82억 원 규모의 매각 심의회를 서면으로 진행하며 “효율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 “이의 없습니다” 한마디에 원안 가결

대면 회의가 열려도 실질적인 심의가 없는 곳이 부지기수였다. 매각 관련 회의록 579건을 분석한 결과 207건(35.8%)이 “이의 없다” 등 한마디로 종료됐다. 경기 광주시는 2024년 장지동 일원 땅을 아파트 시행사에 31억 원에 매각했는데 심의위에선 “시행사 요청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매각할 예정”이라고만 설명했고, 위원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그대로 가결됐다. 같은 해 서울 은평구가 불광동 땅을 팔 때 “실거래가는 언제 산정된 것이냐” “구의 재산이니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게끔 노력을 부탁한다” 등 치열한 토론이 오간 것과 대조적이다.

충남 계룡시. 시청 옆 축구장 등 1만2949㎡를 94억 원에 팔면서 “시 정책대로 추진” 한마디로 회의 종료. 시의회 “인근 땅값보다 100억 원 싸게 팔아” 비판
충남 계룡시는 시청 바로 옆에 있는 축구장과 테니스장 등 시민을 위한 체육시설 부지를 2022년 7월 약 94억 원에 매각했다. 그런데 당시 심의위는 “시 정책대로 추진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발언 이후 별다른 토론 없이 매각 안건이 의결됐다. 가격 적정성이나 공공성 유지 방안에 대한 검토는 생략됐다. 김미정 계룡시의원은 “인근 토지 시세를 감안하면 약 190억 원은 받을 수 있는데 절반 수준인 헐값에 넘겼다”며 “시민의 체육 공간이 사라졌는데 공공성을 충분히 고려했는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심의위 구성의 폐쇄성도 문제다. 심의위는 변호사나 회계사 등 전문가를 위촉하게 돼 있지만 구성 비율에 관한 강제 조항이 없다 보니 일부 지자체는 전현직 공무원으로 위원회를 채우고 있었다. 충북 단양군은 심의위원 11명 중 현직 공무원 5명, 전직 공무원 6명으로 전원이 공무원 출신으로 사실상 ‘선수가 심판을 보는’ 구조였다. 단양군 관계자는 “지역 내 전문가를 찾기 어려워 공무원 출신을 위촉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심의위가 실질적인 검증 기구로 작동할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 비율을 확대하고 대면 회의, 회의록 공개 등 원칙을 법령에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전현직 공무원이 주도하는 심의위는 조직 논리에서 자유롭기 어려워 매각 적정성을 따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고진영 기자 go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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