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목표는 '서울 산 도장깨기'… 필수 관광 코스 된 'K등산'

문지수 2026. 4. 1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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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등산객 수락산 등산 관광 동행기]
하이킹위크 12회 운영, 외국인 323명 참여
계절마다 다른 풍경, 음식 나눔 문화에 흠뻑
지하철로 한 번에 닿는 높은 접근성도 장점
5일 서울관광재단의 '서울하이킹위크'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 관광객과 재한 외국인들이 수락산 정상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문지수 기자

"산 정상에서 맞이한 해돋이와 노을에 반했어요."

봄기운이 물씬한 이달 5일 수락산 초입에서 만난 필리핀인 말론(32)은 들뜬 표정으로 'K등산 예찬론'을 늘어놓았다. 경기 이천에서 식품 회사에 다니는 그는 회사 동료를 따라 등산을 했다가 한국 산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미 도봉산, 북한산, 아차산 등을 섭렵했고, 처음으로 수락산에 도전했다. 이번엔 친구 잔넷(32)도 동행했다. 말론은 "처음 등산을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내가 친구를 데려온다"며 흐뭇해했다.

수락산 산행은 서울관광재단이 기획한 도심형 등산 관광인 '서울하이킹위크' 프로그램 중 하나로, 몽골, 말레이시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출신 외국인 30여 명이 참가했다. 이 프로그램은 수락산 외에도 북한산, 관악산 등에서 지난달 23일부터 3주간 12회 진행됐는데 외국인만 323명이 참여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5일 외국인 등산객들이 수락산 초입에서 줄 맞춰 산행에 나섰다. 문지수 기자

이날 참가자들은 등산화와 바람막이 외투로 단단히 무장하고 산에 올랐다. 수락산은 해발고도 약 640m로 높진 않지만, 경사가 가파르고 길이 거칠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특히 정상 부근 '기차바위'는 밧줄을 붙잡고 올라야 할 만큼 미끄럽다. 서울관광재단 관계자는 "난도가 높은 산이지만 인솔자 가이드를 따르면 안전하게 탐방할 수 있어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K등산 정보를 접했다. 요즘 '한국 추천 관광 코스'에서 등산이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한 달째 한국을 여행 중인 인도인 브이앙카(31)는 "남산타워, 한강 등 가봤던 곳 말고 자연의 풍경을 느끼고 싶던 차에 등산 영상을 보고 참여했다"며 씩씩하게 걸음을 내디뎠다.

실제로 K등산 인기는 날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국립공원을 찾은 외국인은 전체 방문객(4,331만477명)의 4.7% 수준인 205만897명(국립공원공단 통계)에 달한다. 재한 외국인(91만9,414명·44.8%)보다 일시 체류하는 관광객(113만1,483명·55.2%)이 훨씬 많았다. 등산이 대중적인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은 산은 한라산(30만3,367명), 설악산(16만9,284명), 북한산(13만5,830명)이었다.

5일 본보 문지수 기자(왼쪽)와 외국인 등산객들이 수락산 경사길을 올라가고 있다. 서울관광재단 제공

외국인들은 K등산의 매력으로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첫손에 꼽았다. '서울에 있는 모든 산 완등'을 목표로 1년 6개월째 도전 중이라는 말레이시아 유학생 카린(34)은 "내 고향은 1년 내내 여름이지만, 한국은 계절마다 산의 풍경이 달라 좋다"고 말했다. 특히 산과 도시가 맞닿아 있는 독특한 광경은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들어 외국인들이 열광한다. 한국살이 2년 차 미국인 브라이스(38)는 "지리학을 공부하는데 풍경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감탄했다.

5일 외국인 등산객들이 수락산 기차바위에 오르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문지수 기자

뛰어난 접근성은 최대 장점이다. 콜롬비아 여행객 마누엘라(33)는 "다른 나라에선 산이 멀리 떨어져 있어 등산을 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다"며 "한국에선 지하철이나 버스로 쉽게 갈 수 있는 데다 산에 내려오면 도심에서 또 다른 관광 콘텐츠까지 즐길 수 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등산객들이 인심을 나누는 K등산 문화도 외국인들을 홀렸다. 중국계 미국인 알렉스(33)는 "어르신들이 외국인들을 보면 '어디서 왔냐'고 물어봐 주고 먹을거리를 나눠 주신다"며 "그때마다 축복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5일 외국인 등산객들이 수락산 정상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문지수 기자

다만 한국 산은 초심자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다. 틱톡에서 등산 영상을 보고 왔다는 몽골인 관광객 3명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숨을 헐떡였다. 인솔자는 "힘들면 언제든 택시 불러 주겠다"고 농담을 건네며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기자가 최대 난코스인 기차바위 앞에서 겁을 먹고 머뭇거리자, 브이앙카는 "내가 할 수 있으면, 당신도 할 수 있다(I can do it, You can do it)"며 용기를 북돋아 줬다.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한 걸음씩 오르다 보니 어느덧 끝이 보였다. 낙오자 없이 모두가 정상을 밟았다. 참가자들은 산 아래 풍경을 내려다보며 추억을 가슴에 새겼다. 단체 사진도 빠뜨리지 않았다. 마누엘라는 "정상에 올라오니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 냉면이 생각난다"며 "흔치 않은 경험을 한, 아주 뜻깊은 하루였다"고 생긋 웃었다.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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