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자격도 없다” 그랬는데, KIA를 먹여 살리네… 이범호 영입 요청 적중했나

김태우 기자 2026. 4. 15.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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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막전 부진 이후 7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정상궤도를 찾아가고 있는 김범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평생 한화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은 처음으로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 마운드에 서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김범수(31·KIA)의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계속 외면하고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3년 총액 20억 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하고 KIA에 입단한 김범수는 KIA 데뷔전을 망쳤다. 3월 2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시즌 개막전에서 부진했다. 김범수는 이날 5-0으로 앞선 7회 불펜 첫 주자로 등판했으나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한 채 세 타자에게 모두 출루를 허용하고 쓸쓸하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0이닝 3실점이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시즌을 출발한 김범수는 경기 후 숙소로 돌아가 손승락 수석코치와 만난 자리에서 “밥 먹을 자격도 없다”고 자책했다. 팀의 충격적인 역전패는 6-3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랐으나 끝내기 패배로 고개를 숙인 정해영 조상우의 지분이 더 컸다. 하지만 5-0에서 3점 추격의 빌미를 제공한 자신의 책임도 크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범호 KIA 감독은 김범수를 전혀 탓하지 않았다. KIA에서 맞이하는 첫 경기인 만큼 긴장감이 컸을 것이라 헤아렸다. 캠프부터 오키나와 연습경기, 그리고 시범경기까지 오는 흐름이 좋았던 만큼 자기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예방주사를 맞은 김범수는 이후 완연한 상승 곡선이다. “밥 먹을 자격도 없다”고 자책했던 이 선수는 지금 KIA 불펜을 먹여살리는 든든한 일꾼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벌써 7경기 연속 무실점이다.

▲ 김범수는 올해 KIA 불펜 안정화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충격적인 첫 등판 이후 김범수는 7경기에서 4⅓이닝을 던지며 안타 하나만 맞았다. 반대로 삼진 5개를 잡아내면서 단 하나의 실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0이닝 3실점이라 평균자책점을 계산조차 할 수 없었던 출발에서 이 수치를 어느덧 4.15까지 깎았다. 볼넷이 나오는 게 아쉽지만, 피안타율은 0.188로 수준급이다.

10일 대전 한화전에서 흔들리는 마무리 정해영을 대신해 세이브를 거두기도 한 김범수는 14일 광주 키움전에서도 안정적인 투구로 팀 승리를 지켰다. 팀이 6-2로 앞선 8회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공 7개로 간단하게 정리하고 조상우에게 경기 마무리를 넘겼다.

박한결을 유격수 땅볼로 정리한 것에 이어 이주형을 좌익수 뜬공으로 침착하게 잡아냈고, 이어 최주환까지 2루수 뜬공으로 잡고 간단하게 1이닝을 마쳤다. 추격의 빌미를 주지 않는 안정적인 투구였다.

▲ 김범수의 가세로 양적으로 확충된 KIA 불펜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KIA타이거즈

김범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었으나 원 소속구단인 한화와 협상이 쉬이 잘 풀리지 않았다. 이런 교착 상태를 눈여겨본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이범호 KIA 감독이었다. 지난해 KIA는 불펜이 헐거워 고전하는 경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형우 박찬호의 이적으로 타선도 약해졌다. 그렇다면 불펜을 보강해 ‘지키는 야구’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감독의 구상이었다.

김범수가 시장에 남아 있었다. 이 감독은 김범수가 오랜 기간 꾸준하게 마운드에 선 이력을 주목했다. 몸 상태·스태미너가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봤고, 그렇다면 3년 20억 원 정도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구단에 김범수 영입을 요청한 배경이다. 구단도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해 김범수를 잡아줬다. 그리고 이 선택은 꽤 올바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박찬호가 빠져 나간 유격수는 외부에서 영입하기가 어려우니 아시아쿼터를 활용해 메우고, 대신 남들처럼 아시아쿼터로 보강하지 못한 불펜은 김범수를 잡아 보강하는 그림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 팀의 주전 유격수인 제러드 데일 또한 13경기 연속 안타를 때리며 시즌 타율 0.340, 출루율 0.404의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점차 팀 경기력이 안정감을 찾아가는 가운데, KIA는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팀 승률 5할을 맞췄다.

▲ 김범수를 영입해 달라고 요청한 이범호 감독의 구상은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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