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슬슬 걱정된다

김수경 기자 2026. 4. 1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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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예수·왕·교황·마스터치프… 트럼프가 올린 AI 합성 사진들 논란
트럼프 합성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예수로 묘사한 AI 생성 이미지를 게재한 후폭풍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핵심 지지 기반인 보수 기독교 진영에서조차 “선을 한참 넘었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트럼프는 이례적으로 12시간 만에 해당 그림을 삭제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트럼프의 집착에 가까운 자기 과시 행태가 행정부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그림을 보면, 트럼프는 흰옷에 빨간색 천을 걸치고, 누워 있는 병자 이마 위에 손을 얹고 있다. 트럼프의 두 손에서는 빛이 뿜어져 나오고, 옆에서는 군인·의료진과 평범한 시민들이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등 뒤로는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고 전투기와 미국의 국조 흰머리수리가 날고 있다.

성조기·자유의 여신상·흰머리수리 등 ‘미국적 코드’가 짙었지만, 구도 자체는 예수가 병자를 치유해 병을 낫게 하는 기적을 연상하기 충분했다. 트럼프는 첫 미국 출신 교황인 레오 14세를 겨냥해 “범죄에는 약하고, 외교적으로는 형편없다. 교황으로서 정신을 차리라”고 독설을 퍼부은 지 한 시간 만에 이 그림을 올렸다. 이 때문에 이란과의 전쟁 등 자신의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이어가는 교황을 겨냥한 조치로도 풀이됐다.

‘예수 게시물’이 올라오자 미국 기독교계 인사들이 일제히 반발했다. 친트럼프 성향의 보수 인사들이 비판에 앞장섰다. 트럼프 자택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종교 행사를 주최해 온 존 옙 ‘가톨릭을 위한 가톨릭’ 대표는 “그토록 압도적인 표를 던져준 대통령인데,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신앙을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소속된 보수 칼뱅주의 교단의 공동 창립자 더글러스 윌슨 목사는 “신성 모독”이라고 직격했다.

트럼프와 각별한 인연으로 미국 건국 250주년 행사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복음성가 가수 겸 목회자 션 포이히트는 “즉시 삭제하라. 어떠한 맥락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와 함께 성전환자 여성 스포츠 참여 금지 운동을 주도해 온 여성 보수주의 활동가 라일리 게인스도 “하나님을 조롱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가톨릭과 개신교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가장 강력한 반발”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핵심 지지자가 만든 AI 이미지를 일부 편집해 그림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게시물 삭제에 대한 트럼프의 해명도 빈축을 사고 있다. 그는 기자들에게 그림 속 자신의 모습에 대해 “적십자사 구호 직원 옆에 있는 의사인 줄 알았다”며 “의사인 내가 사람들을 치료하는 모습인 것 같다. 나는 실제로 사람들을 치료한다”고 했다. JD 밴스 부통령이 폭스뉴스에 출연해 “대통령이 농담을 올렸는데, 많은 사람이 그의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삭제했다”고 답변한 것에 대해서도 “심기 경호성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트럼프가 자신 또는 백악관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자신을 신격화 혹은 영웅화한 이미지를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직후인 작년 5월에는 자신을 교황으로 분장한 이미지를 게시해 가톨릭계의 반발을 불렀다. 앞서 기자들에게 “나는 교황이 되고 싶다, 그게 내 1순위 선택이다”라고 농담했는데, 실제로 게시물로 만든 것이다. 두 달 뒤에는 ‘희망의 상징’이라는 문구와 함께 ‘슈퍼맨’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이미지를 올렸다. 초강력 이민 단속과 텍사스 홍수 피해 복구 등의 현안을 이끌던 자신을 ‘수퍼 히어로’로 홍보한 것이다.

트럼프는 2025년 2월에는 민주당 소속 뉴욕 주지사가 뉴욕 맨해튼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물리려던 혼잡 통행료를 직권으로 중단시킨 뒤 자신의 머리에 황금 왕관을 씌운 그림과 함께 ‘국왕 폐하 만세’라는 글을 올렸다. 2025년 10월에는 비디오 게임 캐릭터인 ‘마스터치프’의 갑옷을 입고 검을 든 모습과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그림을 ‘선수들에게 힘을 달라’는 글과 함께 올렸다. 관세와 이민 등에서 초강경 정책을 밀어붙이며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지지층의 지원을 호소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트럼프 2기 들어서 트럼프 본인과 백악관뿐 아니라 주요 연방 정부의 소셜미디어가 열성 지지층을 의식해 과격하거나 기괴한 이미지를 게시해 국정을 희화화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주변이 쓴소리를 하지 않는 ‘예스맨’으로 채워지면서 여과 기능이 상실되다 보니 이번 예수 게시물 같은 ‘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수 게시물에서는 트럼프의 불안한 심리 상태가 엿보인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여과되지 않고 공격적이며 제정신이 아닌 듯한 메시지 자체에서 퍼뜨린 사람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엿볼 수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게시물 직전 트럼프가 이란을 향해 “빌어먹을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라, 이 미친X들아” 등의 욕설을 올린 사실을 지적하며 “과거에 비해 욕설을 더 많이 사용하고, 말도 더 길게 하며, 사실보다는 허구에 근거한 발언을 자주 한다.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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