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in 필름] ‘왕사남’ 이후… 엄흥도는 어떻게 됐을까
국립중앙도서관, 고문서 최초 공개
역대 관객 순위 2위에 올라선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이야기 이후, 호장(戶長) 엄흥도(유해진)는 어떻게 됐을까. 국가에서 충절을 기려 후손에게 ‘병역 면제’ 등 혜택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중앙도서관이 1733년(영조 9년) 조선 병조에서 엄흥도의 후손 엄철업 등 4명의 군역·잡역을 면제하고 이를 증빙하는 내용의 고문서 ‘완문(完文)’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정진웅 중앙도서관 학예연구사는 “국가가 엄흥도의 충절을 어떻게 기억하고 후손을 대우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료”라고 말했다.

엄흥도는 단종(노산군)의 시신을 수습한 후 영월에서 영남 지방으로 거처를 옮기고 은거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국학연구론총 제12집) 세조가 “누구든 시신을 수습하는 자는 삼족을 멸한다”는 어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 군위군, 경북 문경시, 울산 울주군 등에 엄씨 집성촌이 형성돼 있다. 엄씨 집안이 세상에 다시 나타난 것은 단종 사후 200여 년이 지난 후였다. 숙종 대에 이르러 단종이 복위되자 엄흥도는 ‘충의(忠義)’라는 시호를 받았다.
이후 경상도 의흥(현 군위)에 사는 엄흥도의 후손 엄철업 등이 영조 조정에 “예로부터 밝고 성스러운 임금께서는 충성스럽고 선량한 이를 높이 기렸다”는 글을 올렸다. 조정이 이를 검토해 임금에게 “엄흥도 사후 자손들이 쇠잔하고 여러 고을에 흩어져 있어 제사가 끊기며 상심이 크다”는 보고를 올렸다. 다만 영의정 이광좌는 향리의 수장이었던 엄흥도를 “미천하게 태어났지만 충의가 해와 별과 같다”면서도 “복호(復戶·충신 등에 잡부금을 면제)까지는 길을 열어주기 어려운 듯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영조는 이렇게 말한다. “선조를 포상하는 뜻이 지극하구나. 들으니 그 자손들이 또한 구차하게 되어 제사도 계속할 수 없다고 하니 대대로 복호하여 면역(免役·병역 등을 면제)할 일이다.”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는 무수리 출신으로 전해진다.

완문을 중앙도서관에 기탁한 영월 엄씨 충의공계 20대손 엄근수(60)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화를 피하기 위해 선대부터 ‘조용히 숨어서 지내라’는 이야기가 내려왔다”며 “엄흥도 할아버지가 말한 ‘위선피화 오소감심(爲善被禍 吾所甘心·선한 일을 하다가 화를 당하더라도 달게 받겠노라)‘이 지금도 가훈이다”라고 말했다.
중앙도서관은 완문과 함께 조선왕조실록의 일부인 ‘단종실록’, ‘세조실록’을 전시하고 있다. 이광수가 집필한 ‘단종애사’ 필사본(1930년대)·인쇄본(1935년)을 함께 전시해 단종의 생애를 문학으로 전한다. 엄흥도의 행적과 기록을 모아 편찬한 ‘증참판엄공실기’(1817년), ‘충의공실기’(1936년)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전시는 19일까지, 무료.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K-문학의 재발견 동명왕편’(본관 1층), ‘작가의 노트’(본관 지하1층), ‘해방의 소리, AI로 담다’(디지털도서관 지하3층), ‘해설이 있는 K-컬처’ 등의 전시를 함께 볼 수 있다”며 “사전 예약 및 프로그램 진행 시간은 중앙도서관 홈페이지를 참고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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