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현장 사망사고 숫자 감소에 안주해선 안된다

경상일보 2026. 4. 1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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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산업현장의 1분기 사고사망자 수가 지난해보다 다소 줄었다. '산재 도시'라는 오명을 짊어져 온 울산으로서는 반가운 변화다. 그렇다고 이 수치만으로 산업현장의 위험이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국적인 산재사고 사망자 감소세는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업이 이끌었을 뿐, 정작 제조업의 사망사고는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울산처럼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제조업 비중이 큰 도시는 이 대목을 더 무겁게 봐야 한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1분기 산재사고 사망자는 113명으로 전년보다 24명 줄었다. 그러나 제조업 사고사망자는 79.3% 증가한 52명으로 집계됐다. 화재·폭발 사망, 끼임과 부딪힘 등의 사망자가 더 늘어났다. 특히 50인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이 늘었다는 대목은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장에서도 안전관리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울산의 산재사망자는 2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4명 줄었다. 태광산업 클로로포름 누출사고와 용연부두 지게차 충돌사고로 재구성 된다. 화학물질 관리와 작업장내 운반장비 동선통제가 여전히 지역 산업현장의 취약지점임을 보여준다. 정유·석유화학은 인화성 물질과 압력설비가 밀집돼 있고, 조선은 대형 구조물과 협소공간, 화기작업과 하청 다단계공정이 겹친다. 자동차·부품공정 역시 자동화설비와 물류동선, 지게차 이동구간이 상시 위험요인이다. 사망자 수는 줄었지만 사고가 일어나는 방식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울산 산업재해는 총량보다 구조로 읽어야 한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위험은 대체로 세 갈래다. 정비·보수과정에서 설비를 충분히 멈추지 않은 채 작업하다 벌어지는 사고, 인화성 물질과 고온·고압설비가 결합된 화재·폭발사고, 지게차·크레인·자동화설비와 작업자 동선이 충돌하는 사고다. 이 세 가지는 자동차와 조선, 화학 산업현장을 관통하는 공통 위험이기도 하다. 울산 산업구조에 맞춘 안전대책 재설계가 필요하다. 화기작업 통제, 설비 정지절차 준수, 밀폐공간 관리 등 기본수칙의 체계화는 필수다. 사고위험이 치솟는 정비·보수 및 셧다운기간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맞춤형 점검체계가 반드시 구축되어야 한다.

1분기의 단편적인 수치만으로는 울산 산업현장 깊숙이 잠복한 위험의 실체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번 감소가 '통계적 행운'에 그치지 않고, 현장의 본질적인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민·관의 끝없는 경계심과 전방위적인 행정 역량 결집이 절실하다. 안전의 방심은 생명을 위협하는 칼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