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이스라엘 비판', 의미와 향후 과제는

장슬기 기자 2026. 4. 1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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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이재명 대통령 인권 강조에 언론보도 '국익 훼손 vs 국익 보장'
'친이스라엘' 기조 탈피한 이례적 행보…보편적 인권 강조 기조 이어질까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14일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청와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만행을 SNS에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진영을 떠나 한국 정부는 철저하게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여왔다. 한국 정부는 수십년간 벌어진 학살에 외면했고 보편적 인권에 기반한 이스라엘 비판에 소극적이었다. 태극기·성조기와 함께 이스라엘기를 들고 집회에 나오던 이들을 지지층으로 하는 보수진영에서는 이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비판한 형식과 태도, 진정성을 의심하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대통령 SNS 사용 비판 “온라인 소통방식 고민해야”
인권 강조한 대통령, 국익 훼손일까 국익을 위해서일까

지난 10일 오전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위군(IDF) 병사가 팔레스타인 아동을 고문한 뒤 옥상에서 떨어뜨렸다는 주장이 담긴 영상 게시글을 공유하면서 “이게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알아봐야겠다”며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고 썼다. 해당 영상이 2024년 9월 촬영된 것이고 떨어진 게 아동이 아니라 시신이라는 점, 이 대통령이 '사실인지 알아봐야겠다'고 한 점 등을 일부 언론이 문제 삼았다.

한국일보는 13일 사설에서 이 대통령이 공유한 글에 대해 “사실 관계가 다소 달랐다”면서 “인권 문제를 놓고 특정 국가와 충돌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11일 이 대통령이 공유한 해당 영상에는 아이가 아니라 시신이 등장했다는 점을 이유로 “가짜뉴스로 판명났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는 13일 사설에서 “대통령의 온라인 소통 방식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모두 인권을 강조하다가 국익을 훼손했다는 관점의 보도다.

▲ 국민일보 13일자 사설

반면 국익을 위해 인권을 강조한 SNS 글이라는 반박도 있다. 김준일 평론가는 지난 13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해당 게시글이 계산된 글이라고 해석했다. 영상에 나온 사건은 미국 정부에서도 비판했던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사안인 만큼 이스라엘을 비판하면서도 한미관계를 고려한 사건이라고 본 것이다. 또한 유럽국가들은 홀로코스트의 직간접 책임이 있어 이스라엘을 비판하기 어렵지만 이 대통령은 식민피해국으로서 일본군 '위안부'를 거론했다는 분석이다.

▲ 이스라엘군이 폭격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잔해 위에 서 있는 모하메드 사와프 영화감독(왼쪽). 사진=사와프 감독 제공

현재 이스라엘이 일으킨 전쟁으로 석유 수급이 불안정해졌고 호르무즈 해협에 국내 선박 26척이 갇혀있던 상태에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7일 중동으로 출국했다. 외교부도 지난 10일 이란으로 특사를 보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하면 이란과 협상을 위해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13일자 매일경제 보도를 보면 한국 선박이 이란이 지정한 루트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사례도 나타났다.

다수 언론이 간과한 이스라엘 외무부 성명 분석…홀로코스트 피해자면 가해가 정당화되나

이 대통령의 이번 SNS로 인해 이스라엘과 불필요한 외교 갈등이 시작됐다고 주장하는 다수 언론에서는 이스라엘 외무부가 유대인 학살 피해를 이유로 자신들의 가해를 정당화하려고 한 시도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11일 SNS에 “이 대통령이 홀로코스트 추모일을 앞두고 유대인 학살을 경시하는 발언을 했다”며 2년 전 해당 사건이 조사돼서 잘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스라엘은 이 사건을 처벌하지 않기로 결론을 냈는데, 전형적으로 자신들이 학살 피해를 당했으니 자신들의 가해가 정당하다는 논리다.

이를 기반으로 조선일보는 한국과 이스라엘의 정면 충돌로 “수교 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외무부가 SNS에 성명을 올린 것만으로 '수교 후 최악'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종배 평론가는 지난 2024년 4월21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유엔 가입' 찬성 표를 던진 한국 대사를 불러 항의(초치)한 사건과 비교했다. 진짜 이스라엘과 최악의 관계라면 성명 낸 이후에 대사를 직접 불러 항의하는 초치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당시 이스라엘의 초치에 대해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를 쓰지 않았다.

▲ 13일자 한겨레 사설

반면 한겨레는 13일 사설에서 “인권에 대한 비판을 '홀로코스트 경시'로 몰아가는 것은 자신들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귀를 막는 그동안의 행태를 반복한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과거의 고통이 현재의 잔혹한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레바논계 영국 언론인 기다 파크리가)는 비판이 왜 나오는지 깊이 성찰하기 바란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이날 사설에서 “이 대통령 발언은 유대인 학살을 경시하는 게 아니라 홀로코스트와 같은 인류사의 비극이 더는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며 “이스라엘은 국제 사회에서 도덕적 권위와 정당성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는 게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李 정부 과제 '팔레스타인 인권 보장' 진정성 보여주기

앞서 이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문제 삼으며 '보편적 인권'을 수차례 강조하자 보수진영에서는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냐고 비판했다. 이에 여권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해 유엔총회와 지난 3월 북한인권결의 공동제안국에 참여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번엔 팔레스타인 등 이스라엘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3일 <정부, 이스라엘에 '인권 침해' 책임 묻는 유엔 결의안엔 기권>에서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배 가능성을 지적하고 팔레스타인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는 지난달 27일 유엔인권이사회 결의안에는 기권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4일 지면에서 이 소식을 담았다. 이 대통령이 이란과 협상이 있어 이번엔 이스라엘을 비판했을지 모르지만 '보편적 인권'을 강조한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 알자지라 다큐멘터리 '가자로부터 온 목소리'의 한 장면

결국 이 대목이 이 대통령에게 부여된 과제다. 팔레스타인 언론 'Speak-up'과 현지 심층 취재를 함께 진행 중인 사단법인 아디의 이동화 활동가는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실 어떠한 대통령도 이런 메시지를 낼 거라고 생각지 못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 정부가 계속 이러한 목소리를 내거나 정책적으로, UN 등 외교 차원에서 비슷한 메시지를 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면서 “그럼에도 외교 무대에서 한국의 위치는 바뀌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아디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이 대통령 SNS에 대해 현지인들이 “드디어 한국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꼭두각시가 아닌 정상 국가로 보인다”며 환영의 뜻을 보인 사실을 전한 곳이다. 국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메시지를 낸 형식이나 태도를 두고 비난이 거세지만 팔레스타인 현지에서는 그런 것과 무관하게 “과하게 감동을 받고 있다”고 이 활동가는 전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노가 거세다 하더라도 한국 대통령이 이러한 메시지를 낼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디는 일부 정치인들의 '우방국 악마화', '외교참사'나 조선일보·문화일보·매일경제 등의 비판적 사설들이 “본질을 외면한 정쟁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대신 이 대통령이 '보편적 인권'을 말뿐이 아니라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활동가는 “한국 정부가 무기 관련 법령을 어기는 곳에 대해 행정조치를 하고, 이스라엘에 대해 유엔 인권이사회나 총회 차원에서 결의안이 올라왔을 때 적절한 포지션을 잡아야한다”며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시민사회가 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한 제재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은 기대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경계와 우려를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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