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이 미국에 남긴 것과 남길 것들[천조국 리포트]

염현석 기자 2026. 4. 1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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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초기 6일 전쟁비용 113억달러…총 1조달러로 불어날 가능성
유가 100달러·수요 파괴…전쟁, 성장과 물가 동시에 압박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금리+부채 충격 오면 손실 커질 것" 경고

(뉴욕=머니투데이방송) 염현석 특파원=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은 일단 휴전 국면에 들어섰지만, 경제와 시장에 남긴 충격은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가장 먼저 드러난 것은 전쟁 비용이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개전 후 6일 동안 전쟁 비용은 113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공공정책 전문가 린다 빌메스 교수는 실제 비용은 훨씬 클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단기적으로 하루 약 20억달러 수준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향후 10년에 걸쳐 총비용이 1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막대한 전쟁비용은 무기 재고가 빠르게 소모되고 새 무기가 공급되면서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 국방부는 기존 무기 재고의 과거 취득가격을 기준으로 비용을 산정하지만, 실제 전쟁 이후 무기를 재조달하려면 현재 시장 가격이 반영된다. 이 경우 비용은 크게 증가하게 된다. 실제 빌메스 교수는 공식 집계된 113억달러 역시 실제로는 약 160억달러 수준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전쟁은 비용 비대칭 구조가 뚜렷하다. 이란이 수만달러 수준의 드론을 사용하는 반면, 이를 요격하는 미사일은 수백만달러에 달해 미국의 비용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구조다.

이처럼 전쟁 비용이 예상보다 빠르게 불어나는 구조 속에서, 결국 그 부담은 미국 납세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비용이 단순한 세금 부담을 넘어, 금리와 물가를 동시에 자극한다는 점이다. 국방비 확대와 전쟁 관련 지출은 재정적자를 더욱 키우고, 이는 국채 발행 증가와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동시에 정부 지출 확대는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전쟁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은 끝나도 비용은 남는다
전쟁 비용은 전투가 끝난 뒤에도 계속 늘어난다. 향후에는 무기 재보충과 군사자산 복구, 동맹국 인프라 재건 등이 이어진다. 여기에 백악관은 약 5만5000명에 달하는 병력의 장기 의료비와 장애 보상까지 더해질 것으로 보고, 국방예산을 1조50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역시 별도로 2000억달러 규모의 전쟁 관련 예산도 요청한 상태인데, 이 중 일부만 반영되더라도 전쟁 이후 국방비가 연간 최소 1000억달러 이상 추가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비용이 단순한 '일회성 지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쟁 이후에도 무기 재고를 다시 채우기 위한 장기 계약이 이어진다. 예컨대 요격 미사일은 발당 약 400만달러 수준으로, 수천 발 단위 재보충이 이뤄질 경우 수십억달러가 추가로 필요하다. 여기에 록히드마틴과 보잉 등 방산업체와의 다년 계약이 체결되면 지출은 수년간 고정비처럼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 테헤란 도심의 건물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 로이터=뉴스1

하지만 현재 미국의 재정 상태로는 이렇게 늘어난 전쟁비용을 과거와 달리 정부 재정으로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과거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의 공공부채는 약 4조달러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31조달러를 넘어선 상태이며, 기준금리도 과거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같은 규모의 차입이라도 이자 부담은 훨씬 빠르게 불어난다. 예를 들어 1조달러 규모의 전쟁 비용을 평균 4~5% 금리로 조달할 경우, 연간 이자 비용만 400억~5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군사비를 넘어, 장기간 재정지출을 고정적으로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결국 전쟁의 진짜 비용은 전장에서가 아니라 이후 수년간 이어지는 재정지출과 이자 비용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초기 수백억달러 규모의 군사비가 시간이 지날수록 수천억달러로 불어나고, 이 과정에서 재정적자 확대와 금리 상승 압력이 동시에 누적되는 구조가 형성돼, 부담은 미국 내 세금 납부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유가 충격, 경제 전반으로 확산
중동 정세 불안은 언제나 실물경제 불확실성을 높여왔다. 이번 전쟁 영향 역시 에너지 시장 불안이 실물경제 침체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전쟁이 글로벌 석유 수급 전망을 크게 흔들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한 수준까지 상승했고, 공급 차질과 가격 상승 영향으로 수요 감소, 이른바 ‘수요 파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IEA는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가 하루 8만배럴 감소하고, 2분기에는 하루 150만배럴 급감해 코로나19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같은 충격은 글로벌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가 상승은 소비와 생산을 동시에 압박하며,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을 동시에 유발하는 구조를 만든다. 실제로 인도는 중동 공급 차질과 러시아산 원유 변수까지 겹치면서 에너지 수급 압박에 직면했고, 성장률 전망에도 하방 위험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과 금융시장에서도 변화는 감지된다. LVMH는 중동 지역 소비 둔화로 매출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밝혔고, JP모건체이스는 트레이딩과 투자은행 부문 호조로 실적은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향후 불확실성 확대를 경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조사에서도 글로벌 성장 기대는 최근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 인플레이션 우려는 약 5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린다 빌메스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는 "우리는 더 큰 부채 위에서 더 높은 금리로 이 전쟁을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그 결과 이자 비용만으로도 전쟁의 총비용은 계속 증가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부담은 다음 세대에 그대로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도 "미국 경제는 소비자 지출과 기업 건전성 면에서 여전히 탄력적이지만, 지정학적 긴장과 전쟁, 에너지 가격 변동성 등으로 인해 리스크가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대규모 글로벌 재정 적자와 자산 가격 상승이 맞물린 불확실한 환경 속에 있다"며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부채가 많은 기업들이 경기 둔화까지 맞게 될 경우, 예상보다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염현석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