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만으론 깨기 어려운 불평등…자산 구조 재정립해야[정준호의 부동산과 사회경제]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2026. 4. 14.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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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여전히 ‘소득’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체감하듯이, 최근 지표들은 그 질문에 점점 다른 답을 내놓고 있다.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이변량 지니계수’다. 이 지표는 일반 지니계수처럼 0과 1 사이의 값을 가지며,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 다만 소득이나 자산 중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두 요소를 결합해 가구의 경제적 격차를 측정한다. 각 가구를 ‘소득-자산’이라는 2차원 공간의 한 점으로 보고, 그 점이 원점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기준으로 전체 분포의 불평등을 계산한다. 즉, 얼마나 버느냐와 얼마나 보유하느냐를 함께 반영한 지표다.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로 계산해보면 흐름은 비교적 분명하다. 이변량 지니계수는 2017년 0.401에서 2021년 0.404로 상승한 뒤, 2023년 0.403으로 소폭 하락했다가 2025년 0.413으로 다시 상승했다.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는 2017년 0.426에서 2023년 0.403으로 낮아졌다가 2025년 0.406으로 소폭 반등했고,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7년 0.589에서 2025년 0.629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이변량 지니계수는 자산 지니계수보다 낮게 나타나는데, 상대적으로 불평등이 덜한 소득이 결합되면서 전체 격차가 일부 완화되기 때문이다.

이 세 지표를 함께 보면 한 가지 특징이 드러난다. 중요한 것은 이들 지표의 절댓값이 아니라 흐름이다. 이변량 지니계수는 2021~2023년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대체로 자산 지니계수의 흐름과 같이 움직인다. 즉 소득 불평등이 완화되는 시기에도 전체 불평등은 크게 낮아지지 않고, 자산 불평등의 흐름을 따라간다.

다만 코로나 시기는 예외적이다. 당시 자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지만, 분포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아 자산 지니계수는 높은 수준에서 사실상 횡보했다. 반면 재난지원금과 이전지출 확대는 하위 계층 소득을 보전하면서 소득 지니계수를 빠르게 낮췄다. 이변량 지니계수는 변동이 큰 쪽의 영향을 더 크게 받으므로, 이 시기 전체 불평등의 단기 변동은 소득이 주도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2023년 이후 거시환경이 바뀌면서 이변량 지니계수는 다시 자산 지니계수의 흐름과 동조화되고, 최근에는 그 상승 속도도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일시적으로 소득이 주도하던 국면이 종료되자, 전체 불평등의 중심축이 다시 자산으로 이동한 것이다.

문제는 단순한 격차 확대가 아니라, 그 격차가 스스로를 재생산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변량 지니계수의 상승은 자산과 소득의 결합 구조 변화도 반영한다. 고소득 가구면서 자산도 많은 가구가 늘어나고, 소득이 낮고 자산이 집중된 은퇴 고령가구도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전체 분포는 점차 자산 상층에 주도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고령화와 맞물리며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 위계는 점차 소득이 아니라 자산 중심으로 재편되어 계층 이동 경로로서 소득 역할이 약화되고, 자산 격차는 세대를 넘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지표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소득은 교육과 노동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유동적 변수지만, 자산은 과거 축적의 결과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럼에도 전체 불평등의 흐름이 자산을 따라가고 있으며, 개인의 현재 노력보다 이미 보유한 자산이 경제적 위치를 좌우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처분가능소득 지표를 이용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소득 기반의 재분배 정책만으로 자산 격차를 상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자산시장의 흐름은 이러한 구조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주식과 부동산 모두 변동성을 보이고 있지만, 자산 가격의 상승과 조정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자산 보유 여부에 따른 격차는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변량 지니계수의 흐름은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 역설적으로 소득 정책의 역할이 약화되기보다 자산 중심 구조 속에서 그 기능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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