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나의 영웅”…애끓는 절규 속 마지막 배웅

광주일보 2026. 4. 1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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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냉동창고 화재 순직 소방관 2명 영결식
“보낼 준비 아직 안됐는데…” 끝내 참지 못한 눈물 펑펑 쏟아내
동료들 거수경례로 예우 갖춰…못 지켜준 미안함에 비통함만
“숭고한 정신 영원히 남을 것”…1계급 특진·옥조근정훈장 추서
14일 오전 완도군 완도읍 완도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고(故) 박승원 소방경과 고(故) 노태영 소방교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에서 제복을 입은 동료 소방관들이 거수경례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완도 소방관 순직 사고’에서 사망한 두 소방관의 영결식이 열린 14일 오전 완도군 완도읍 완도농어민문화체육센터.

서글픈 추도곡이 울려 퍼지며 태극기로 감싼 두 소방대원의 관이 강당 중앙으로 운구되자 동료들은 일제히 거수경례로 마지막 예우를 갖췄다.

화재 현장에서 돌아오지 못한 동료의 영정사진과 위패를 가슴에 품은 대원들은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그리움에 눈시울을 붉혔고, 끝내 참지 못한 눈물이 눈가에 흘러내렸다.

하늘의 별이 된 아버지, 아들, 형을 떠나보내는 가족들은 서로의 등을 어루만지며 애끓는 절규를 터뜨렸다. 장내는 내내 비통한 흐느낌으로 가득 찼다.

이날 영결식은 지난 12일 완도 전복 가공공장 냉동창고 화재로 순직한 고(故) 박승원(44) 완도소방 소방경과 고(故) 노태영(30) 해남소방 소방교를 기리기 위해 전남도지사장으로 엄수됐다.

두 대원에게는 각각 1계급 특진과 함께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으며, 유족과 동료 소방대원, 정부 관계자 등 800여명이 참석해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이민석 완도소방서장은 박 소방경에 대해 ‘책임감이 강하고 솔선수범하던 20년차 베테랑 대원’이라고 회고했다.

이 서장은 “확고한 사명감과 능력을 인정받아 다수의 표창을 수여받는 등 든든한 동료이자,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선배였다. 그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모두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미안하다 승원아…”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박춘천 해남소방서장 역시 노 소방교가 ‘열정적이고 바른 성품을 지닌 대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서장은 “3년여간 400여건에 이르는 크고 작은 재난 현장에서 열과 성을 다해 소방활동에 임했다”면서 “동료와 선후배 사이에서 큰 힘이 돼주던 존재였다. 노 소방교가 남긴 꿈과 헌신, 희생정신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며 눈가를 붉혔다.

장내의 슬픔은 세상에 남겨진 두 대원의 유족들이 가족을 향한 마지막 인사를 전할 때 극에 달했다.

박 소방경의 아들은 “아직 아빠의 마지막을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 관 속에 있는 아빠도 자랑스러운 나의 아빠고, 나의 영웅”이라며 “다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앞길이 막막하고 가슴이 아려온다. 엄마와 동생들은 내가 잘 챙길게. 보고 싶다”고 울먹였다.

노 소방교의 동생은 “형을 이렇게 보게 될 줄 몰랐는데, 오랜만에 본다. 성인이 되고 10여년 동안 형과 술 한잔 못 마셔봤다”며 “나중에 다시 만나면 화마가 없는 곳에서 술 한잔하자. 사랑한다”고 했다.

일선에서 수많은 재난현장을 함께 누비며 동고동락해온 동료들의 미안함과 애통함은 더욱 깊었다. 차가운 영정사진 앞에서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이들은 믿기 힘든 현실에 결국 통곡을 터뜨렸다.

임동현 완도소방 소방장은 “누군가는 두려움에 멈춰설 수밖에 없는 순간에도 박 소방경은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며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었던 건 아닌지, 끝내 지켜주지 못한 건 아닌지 되묻게 된다. 모든 짐을 내려놓고 위험도 고통도 없는 곳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고 눈물을 삼켰다.

임준혁 해남소방 소방사는 “태영이 형과 막내로서 선배들을 따라가려, 실수하지 않으려 함께 노력해 온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모른다”며 “결혼을 앞두고 수줍어하던 형의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지고 후회만 남는다. 형님이 우리 곁에 있어 정말 행복했다”고 눈가를 훔쳤다.

영정사진 앞에 차례로 헌화를 마치고 돌아서는 가족과 동료들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졌다. 소방대원들은 대전현충원으로 향하는 운구차를 향해 경례를 올린 채 한동안 흐느꼈다.

황기연 전남도지사 권한대행은 “두 분이 용기와 헌신으로 도민들을 지켜낸 것처럼 전남도는 소방관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며 “두 분의 빈자리가 더 안전한 전남소방을 만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조전을 통해 “거센 화마 속으로 달려간 고인들의 숭고한 정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슬픔에 잠겨 있을 유가족과 동료를 잃은 소방관 여러분께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고인의 안식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지난 12일 오전 8시 20분께 완도군 군외면 원동리의 한 전복 가공업체 창고에서 발생했다. 당시 박 소방경과 노 소방교는 화재를 진압하러 냉동창고에 진입했다가 유증기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순직했다.

화재는 창고 내 보수작업을 맡은 바닥 에폭시 작업 시공업체 직원이 페인트를 녹일 용도로 토치를 사용하다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완도경찰은 14일 보수작업 시공업체 대표 60대 A씨를 업무상 실화 등 혐의로 입건했으며, 전날에는 토치 작업을 하다 불을 낸 혐의(업무상 실화 등)로 중국 국적 불법체류자 30대 B씨도 입건했다.

/완도=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완도=윤주은 기자 yu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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