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는 꿈이라는데, 차라리…"
서울 접근성 좋은 경기 지역, 매수 쏠림 뚜렷
정책 규제·금리 부담... 수도권 주거 이동 가속화
서울·경기 주거 불균형... 장기 해법 시급
[지데일리] 서울의 하늘 아래 ‘살 집’을 찾는 일은 점점 멀어지는 꿈이 되는 걸까.
치솟는 전세 가격과 줄어드는 매물 속에서, 서울 주민들이 짐을 싸서 경기도로 향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세 걱정 대신 아예 경기에서 ‘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서울 거주자의 경기 주택 매수 비율이 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전세보다 경기 매매’라는 선택이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현실적 대안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의 매매 신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3월 기준 경기도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 주택 등) 매수자 중 서울 거주자 비중은 15.69%로 집계됐다.
2월(14.52%) 대비 1.17%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2022년 6월(16.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불과 2024년 12월에는 9.32%까지 떨어졌던 비중이 반년 만에 6%포인트 이상 튀어오른 모습이다. 이는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이주하는 흐름이 현저히 강화됐음을 보여준다.
반면 경기도민의 서울 진입은 눈에 띄게 둔화됐다. 서울 집합건물 매수자 가운데 경기 거주자 비중은 지난해 8월 16.08%에서 올해 3월 13.76%로 떨어졌다. 인구와 수요가 상호 교차하던 서울·경기 부동산의 ‘통행 방향’이 역전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높은 매매가와 대출 규제, 금리 부담에 전월세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실수요자들이 서울을 벗어나 경기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그 중심에는 ‘전세 시장의 불안’이 자리한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4월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16% 상승해 매매가격 상승률(0.1%)을 웃돌았다.
전세수급동향지수는 104.5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부족한 가운데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지며 실수요자들이 ‘전세 계약’보다 ‘주택 매수’를 택하는 구조적 변화를 낳고 있다.
서울과 경기의 가격 격차가 거의 사라진 점도 이러한 흐름을 가속시킨다. 지난 2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5억9823만원으로, 경기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5억6301만원)과 불과 3500만원 차이다. 서울에 전세집을 얻느니 경기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는 ‘합리적 선택’이 늘어나는 이유다.
특히 서울 접근성이 높은 경기 지역은 이런 이동의 ‘수혜지’로 떠올랐다. 3월 기준 경기도 아파트 매수자 중 서울 거주자 비중은 광명시(34.1%), 하남시(33.4%), 구리시(32.4%), 고양 덕양구(29.0%), 안양 동안구(28.9%)에서 높게 나타났다. 지하철, GTX 등 교통 인프라가 서울과 신속히 연결되는 지역일수록 ‘서울 탈출, 경기 입성’이 활발하다.
가격 상승률도 이를 방증한다. 올해 누계 기준 경기 용인 수지구(6.70%), 안양 동안구(5.47%), 구리시(4.30%), 광명시(4.24%), 성남 분당구(4.16%), 하남시(4.09%) 등은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서울 주요 자치구보다 높은 수준으로, ‘경기 인기 지역’의 열기가 심상치 않다.
거래량 역시 경기 지역에서 폭증했다. 경기도·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기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만976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9827건)보다 33.3% 늘었다. 반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9508건에서 1만5596건으로 20% 감소했다. 실수요 중심의 이주 행렬이 실제 거래 통계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단기적인 가격 요인보다 ‘정책 변수’에 따른 구조적 이동으로 본다. 다주택자 규제 강화,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제한, 금리 부담 등으로 서울 주택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규제 완화와 가격 안정성을 갖춘 경기 지역으로 수요가 쏠린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서울 외곽 이주’가 지역 이동을 넘어 주거 불평등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 인근 주요 도시들은 이미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져 또 다른 공급 불안과 조세 부담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은 전세난으로, 경기는 매매 과열로 고통받는 악순환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 과제가 제기된다. 먼저 서울 내 중소형 주택 및 청년·실수요자 대상의 공공임대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또 경기권의 급격한 수요 편중을 완화하기 위해 교통망 확충과 주거 인프라 균형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아울러 대출 규제나 세제 개선 등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여건을 실제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서울과 경기 모두의 ‘주거 이동의 불균형’을 정상화하지 못한다면, 수도권 전체가 주거 불안의 중심지로 고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 컨설턴트는 "서울을 떠나야 집을 가질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이주 현상의 분석이 아니라 서울과 경기의 주택 시장이 함께 숨 쉴 수 있는 ‘공존의 해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