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주 뜨는 이유 있었네” 무려 44조원…중동 건설 붐이 이 정도였을 줄 [투자360]

홍태화 2026. 4. 1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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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이란 잔잔 지역 그랜드 호세이니예 단지의 모습 [AP]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중동 지역 전쟁으로 정유·가스·석유화학 핵심 설비가 잇따라 파괴되면서 국내 건설업계가 다시 한번 ‘기회의 땅’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겨나고 있다.

전쟁이 끝나는 즉시 대규모 재건 발주가 불가피한 만큼, 과거 해당 지역에서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국내 건설사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다. 피해 지역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우리나라 건설사가 과거 수주한 프로젝트 규모는 40조원이 넘는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피해가 발생했거나 인접한 중동 주요 산업단지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수행한 과거 프로젝트 규모는 약 44조원으로 추산됐다. 사업이 중단된 경우와 중복 수주를 제외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이 물량 일부분이 전후(戰後) 복구 과정에서 다시 발주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중동 피해 지역 건설사 수행 실적

김세련 LS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정확한 피해 규모를 추산하기는 어려우나, 피해를 본 지역 혹은 피해 지역과 관련된 인근 프로젝트 레코드는 44조원 보유 중”이라며 “중동의 정유, 가스, 석유화학 생산 시설은 우리나라 건설사의 레코드가 많기 때문에 실제 생산 시설의 피해가 재건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시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번 재건 기대가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때와는 다르다는 점도 주목된다. 당시에도 재건 기대감으로 건설 테마가 반짝 부각됐지만 실제 수주로 이어진 사례는 제한적이었다.

반면 중동은 국내 건설사들이 이미 정유·가스·석유화학 플랜트의 설계·조달·시공(EPC)을 수행한 경험이 축적된 시장이다. 단순 진출이 아니라 이미 지은 설비를 다시 짓는 구조라는 점에서 사업 가시성이 높다는 평가다.

주요 피해 지역으로 알려진 지역에는 국내 건설사들의 실적 레코드가 촘촘하게 깔려 있다. 이란 사우스파 가스전, 쿠웨이트 미나 알 아흐마디 정유시설, 아랍에미리트(UAE) 루와이스 산업단지 등은 모두 한국 건설사들이 과거 핵심 공정을 맡았던 곳이다.

기업별로 보면 DL이앤씨는 이란에서 가스정제와 댐 건설 등으로 누적 5조36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대우건설은 이라크 알포 방파제와 침매터널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으로 5조3000억원 이상의 실적을 쌓았다.

현대건설은 이라크 바스라 및 알 주바이르 인근에서 대형 플랜트를 수행 중이거나 수행한 경험이 있고, 삼성E&A 역시 UAE 루와이스 정유 프로젝트 등에서 수조원대 수주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GS건설 또한 쿠웨이트·UAE 등지에서 정유 및 가스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이처럼 기존 수행 경험이 있는 프로젝트는 재건 과정에서 경쟁입찰이 아닌 제한입찰 또는 수의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정 이해도와 설비 이력, 발주처와의 관계가 중요한 플랜트 특성상 기존 시공사가 다시 참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경우 통상적인 신규 프로젝트보다 수익성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과거와 같은 ‘초호황 사이클’ 재현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2010년대 초반 중동 플랜트 붐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대규모 손실을 겪으면서 엔지니어링 인력과 수주 역량을 줄여온 영향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전쟁의 향방이다. 최근 이란과 미국 간 협상이 성과 없이 종료되면서 시장 변동성은 오히려 커진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국제 유가는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고유가·고환율은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매우 큰 악재다. 재건 기대가 식는 것과 동시에 기존 사업 수익성도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협상 결렬 소식이 전해지자 건설주 주가가 흔들리는 등 투자심리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나리오로 볼 경우, 종전 및 핵 협상이 원활히 진행된다면, 재건 및 이란개발 테마로 삼성E&A, GS건설, DL이앤씨가 수혜”라면서도 “이란 분쟁과 관련하여 결과를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자재 가격, 수급 우려, 금리 상승 우려 등으로 추천종목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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