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초대석]베이스 장재석 "40년 성악인생, 마지막 독창회"

백지영 2026. 4. 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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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김해서부문화센터서 ‘라스트 콘서트’
제2의 고향서 김해시민합창단 꾸려 지휘
문화예술계에서 '마지막'이라는 수식어는 무게감이 남다르다. 공연·전시를 막론하고 평생 걸어온 길에서 이제는 한 걸음 물러나겠다는 마음을 먹은 예술인만이 대중에게 건넬 수 있는 흔치 않은 작별 인사다.

성악계에서도 정년퇴임을 하는 음대 교수의 은퇴 음악회, 연로한 몸을 이끌고 무대에 오르는 원로 성악가의 고희 음악회 등이 아니고서야 좀처럼 보기 힘들다.

경남에서 40년간 묵묵히 성악의 길을 걸어온 한 중견 성악가가 자신의 '마지막 독창회'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17일 오후 7시 30분 김해서부문화센터 하늬홀에서 제12회 독창회 'The Last Concert(더 라스트 콘서트)'를 여는 베이스 장재석(57)이다.

장재석은 동의대와 국립창원대학 대학원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이탈리아 로마시립예술학교 등에서 수학한 정통파 성악가로 경남성악가협회장 등을 맡고 있다. 대학 강단에서 외래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지난해까지 창원시립예술단 사무국장으로 10년간 재직하는 등 예술 행정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해 왔다.

◇12번의 독창회, 그 마지막=그가 이번을 마지막으로 독창회에 나서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뭘까. 지난 10일 김해 한 연습실에서 만난 그에게 이유를 묻자 담담한 답변이 돌아왔다.

"주위에서 '왜 굳이 마지막 독창회라고 못 박냐', '더 할 수 있는데 왜 그만하려 하느냐'고 묻곤 해요. 그러면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고 답합니다. 목소리도 악기잖아요. 50 넘고 60 가까워지면 컨디션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아직은 목소리가 쓸만하니, 정말 박수칠 때 떠나고 싶어요."

지역 성악가들이 설 무대가 적은 뼈아픈 현실도 한몫했다.

"지역에서 활동 중인 남자 성악가들은 연간 공연 기회가 많아도 5~6회 정도에요. 서울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성악가를 지역 시립예술단 등에서 부르면 200만 원을 주지만, 지역 성악가를 부를 때는 30만 원을 주니 그렇게는 생존이 안 됩니다. 모교에 출강하는 것도 3~4년이면 끝인 데다, 전공자들이 설 수 있는 민간 합창단도 없죠. 이런 현실에서 무대만 고집할 수는 없었습니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도 그는 2004년부터 1~3년 주기로 꾸준히 독창회에 나서 왔다. 경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성악가가 12회까지 독창회를 이어온 것은 드문 일이다. 그는 "횟수만 채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성악가라면 끊임없이 새로운 곡을 연습하고 선보여야 한다"며 "젊은 후배들에게 이런 선배가 있다는 것이 귀감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독창회에 나서왔고, 이제 이 여정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고 했다.

◇축구선수에서 성악가의 길로=그의 음악 인생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 그는 축구선수였다. "합숙하느라 수업을 안 들었는데 음악 시험은 쳐야 했죠. 그때 '그 집 앞'을 불렀는데 한 반에 60명이라 뒷번호였던 제 차례가 오니 노래가 다 외워지더라고요. 선생님이 교무실로 부르시더니 '노래를 타고난 것 같으니 한번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진로를 축구로 굳히는 게 맞는지 의문을 품고 있던 그는 그 길로 성악의 길로 들어섰지만 부모님은 반대하고 나섰다. 다행히 큰 형님의 도움으로 고3 2학기 때 겨우 레슨을 시작해 성악가의 길을 걸었다. 40년 세월을 버티게 한 힘은 가족이었다.

마지막 독창회에서 그는 이탈리아 가곡을 시작으로 한국 가곡, 오페라 아리아, 영화 OST 등을 선보인다. 가장 의미 있는 곡은 '첫사랑', 지난해 세상을 뜬 어머니와의 추억이 투영된 곡이다.

마지막 독창회를 앞둔 소회는 차분했다. "아쉽다는 생각은 당연히 있지만, 마지막을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최선을 다해서, 아름답게 관객들과 박수치며 노래로 끝맺으면 좋겠습니다. 제 공연이 관객들에게 마음의 안정과 희망, 행복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시민과 함께 제2의 인생=성악가로서 독창회에 마침표를 찍는다고 해서 그의 음악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3년 전부터 '마산레이디싱어즈'를 지휘해 온 데 이어, 최근 제2의 고향 김해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창원에는 50여 개가 넘는 민간 합창단이 김해에는 10개도 채 안 된다는 사실에 착안해 직접 김해시민합창단을 창단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당근마켓과 현수막으로 단원을 모집하자마자 70~80명이 몰렸다. 오는 5월 8일 어버이날에는 요양병원 봉사 음악회로 첫걸음을 뗀다. 이런 민간 합창단의 파이를 키워서 지역 후배 성악가들을 게스트로 초빙하고,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예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전문 예술 경영인으로의 변신을 마쳤다.

그는 한국의 문화지수가 방탄소년단(BTS)이나 블랙핑크 덕분에 올라갔지만, 결국 그 밑바탕에는 지역의 순수예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해 시민들이 직접 예술을 향유하는 '프로슈머'가 되어야 합니다. 1인 1예술을 하는 도시를 만드는 게 제 꿈입니다."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오랜 세월 제가 제일 잘할 수 있고 제가 행복해질 수 있는 한 길을 걸어왔지만, 이제는 제가 가진 재능을 지역 예술가나 예술단체 그리고 시민들과 같이 소통하고 나누고 싶어요. 그 삶으로 제 마지막 예술 인생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지난 10일 김해 한 연습실에서 베이스 장재석이 마지막 독창회를 앞둔 소회를 밝히고 있다. 백지영기자
지난 10일 김해 한 연습실에서 베이스 장재석이 마지막 독창회에서 부를 곡을 연습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지난달 31일 김해 화정생활문화센터에서 열린 김해시민합창단 발대식. 장재석이 지휘를 맡고 있다. 사진=김해시민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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