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입점한다더니…” 평택 고덕 상가 허위광고 속출
상당수 점포 수년째 공실 상태
수억원 대출 이자 수분양자 몫

평택 고덕신도시 일대 상가 밀집 구역. 건물 외벽마다 붙어 있는 현수막에는 공통된 문구가 반복되고 있었다. ‘대형병원 입점 예정’, ‘병원 확정’, ‘약국 지정’ 등 아직 불이 켜지지 않은 공실 건물 사이로 이미 상권이 형성된 듯한 홍보 문구들만 빼곡했다.
그러나 화려한 현수막 뒤에는 그늘만 가득했다. 상당수 상가 건물은 입점 업종 없이 장기간 비어 있었고 일부는 분양 사무실조차 장기간 운영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된 상태였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병원 입점을 믿고 상가를 분양받았다가 장기간 공실과 금융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수분양자 피해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21년 평택 고덕동의 한 상가 건물을 분양받은 A씨는 당시 건물 외벽에 크게 걸린 ‘안과·가정의학과·비뇨기과 병원 확정’, ‘병원 선임대’ 등의 현수막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현장뿐 아니라 온라인 부동산 블로그 등 여러 홍보 매체에서도 병원 입점을 전제로 한 도면과 홍보물이 제시됐으며 일부 게시물은 현재까지 삭제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하지만 14일 현장에서 본 상가는 홍보 내용과 거리감이 있었다. 병원은 물론 상당수 점포가 수년째 공실 상태로 남아 있었고 A씨가 분양받은 호실 역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채 장기간 비어 있었다. 일부 층에서는 공사가 중단된 채 자재가 방치된 모습도 확인됐다.
A씨는 분양 당시 연 8%대 수익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견적서를 받았지만 실제 임대 수익은 발생하지 않았고 4년여 동안 대출 이자만 2억원 넘게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병원이 들어온다는 전제가 가장 큰 투자 이유였다”며 “그게 아니었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중개업계가 상가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고덕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분양가 자체가 높게 책정돼 임대료가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초기에 시행사와 분양사가 병원이 들어온다며 분양자를 모집했지만 실제 운영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 상가입점 문의가 있더라도 적극 만류한다는 게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시행사와 분양사 측에 허위 광고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요청을 수차례 문의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처럼 대형 병원 입점을 내세운 분양 광고는 평택 고덕신도시를 비롯해 공실이 많은 도내 일부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대형병원은 다이소나 대형마트처럼 대규모 유동 인구를 유인할 수 있는 ‘앵커 테넌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가 가치 상승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호재로 꼽힌다. 다만 허위분양 피해 시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민사소송이 사실상 유일하며 시간도 상당히 소요된다.
도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병원 입점 여부에 따라 상권 형성과 분양 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분양 현장에서는 병원 유치 계획을 과장해 홍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분양 받을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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