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거창 농부들의 ‘이음’…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음’으로

KBS 지역국 2026. 4. 1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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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겨울을 지나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이 오듯, 조용히 때를 기다려온 농부들이 열고 있는 특별한 장터가 있습니다.

농부들의 이음이 마침내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음으로 연결되는 거창 농부 시장, '이음'에서 봄을 만납니다.

봄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시작되는 곳은 거창군 남하면의 한 비닐하우스 안.

제초제 없이 오직 자연의 순리대로 작물을 키우는 이른바 '퍼머컬쳐형' 농장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제철 기운을 가득 머금은 쌈 채소를 수확하는 유정애 씨는 올해로 귀농 16년 차 농부인데요.

어떻게 하면 신선함을 더 오래 지켜 소비자에게 전할 수 있을지 매일 고민입니다.

[유정애/○○마루 대표 : "다음 장터에는 어떻게 해서 이 신선도를 유지해서 소비자한테 넘겨줄까 안겨줄까 이런 거 걱정하고 있어요. 매일."]

수확한 채소는 꽃을 다루듯 정성스럽게 포장하는데요.

유정애 씨가 향한 곳은 거창군 마을만들기센터 앞마당.

이곳은 농작물이 출하되는 3월부터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이면 농부 시장으로 변신합니다.

유통 마진이 없어 농산물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농업인 직거래 장터입니다.

오늘 이 시장에는 유정애 씨를 포함해 거창군의 10개 농가가 참여했습니다.

이 시장을 함께 꾸려가는 농부들은 '이음농부단'이라는 이름으로 모이는데요.

농산물은 물론 농가공품과 수공예품까지, 지역에서 직접 생산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전 신청을 통해 이음농부단의 일원이 될 수 있습니다.

시장 곳곳에서 농부들이 정성껏 키운 농산물과 겨우내 손수 정성으로 만든 공예품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웁니다.

[이재숙/○○○농원 대표 : "저는 오늘 처음 나와 봤어요. 텀블러 가방도 있고요. 한복도 있고. 제가 전부 농사 지으면서 수시로 만든 거예요. 취미로 만들기만 자꾸 만들어 놓고 자꾸 쌓이고 하니까 이런 공간이 있길래 예약을 받길래 빨리 신청을 했죠."]

거창의 식재료로 새로운 맛을 빚어내는 청년 상인에게도 이 장터는 반가운 무대입니다.

[신상화/○○○베이커리 대표 : "거창에서 나는 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빵을 만들고 있습니다. 주변 상인분들하고도 친해질 기회도 있고 하다 보니까 기회만 된다면 이제 계속 참여하고 싶습니다."]

이곳에선 물건만 오가는 게 아닙니다.

거창에서 난 먹거리와 그 안에 담긴 생각, 농부들의 삶의 태도까지 함께 오갑니다.

[김민희/사보리○○ 대표 : "저희가 하는 활동이나 건강한 먹거리, 거창에서 나는 먹거리들을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너무 즐겁고 저뿐만 아니라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농부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만남의 공간이 되기 때문에 이곳에 오면 더욱더 즐겁고 힘찬 에너지를 받아가는 공간이어서 좋습니다."]

정성껏 키운 것을 어떻게 먹고, 어떻게 나누고,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지 서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장터만의 힘입니다.

[양순용/○○마실 대표 : "자연에서 채취해서 만드는 솔이나 쑥 이런 걸로 주로 식초를 하고 만들고 있어요. 제품 판매도 좀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또 이 농부 시장을 통해서 대구나 다른 타 도시로 행사도 가게 돼서 더 좋습니다."]

작게 시작한 시장이지만 그 안에서 오가는 마음은 결코 작지 않은데요.

농부들은 십시일반 물건을 모아 5천 원 이상 구입하면 상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마련했습니다.

거창 농부 시장의 재미는 물건을 사고파는 데에만 있지 않습니다.

지난해 채종한 씨앗을 나누며 농사의 즐거움까지 함께 전하기 때문입니다.

[최연우·김연채·조아랑/8세 : "콩하고 감자하고 풀도 심었어요."]

제철 채소로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보는 시간도 갖는데요.

다양한 맛을 가진 채소로 만드는 뇨끼가 입맛을 당깁니다.

낯설게만 느껴졌던 채소도 손으로 만지고 빚고 요리해보는 동안 조금씩 친숙한 맛으로 다가옵니다.

[김남식·김도형/거창군 거창읍 : "아이와 같이 할 수 있는 체험이라든지 활동 같은 게 좀 제한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렇게 계기가 돼서 참석해서 대단히 만족했습니다."]

[김남식·김도형 : "(어땠어요?) 재밌었어요."]

누군가에게는 어릴 적 밥상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누군가에게는 지역의 맛을 새롭게 만나는 시장.

이렇게 쌓인 경험과 기억들이 시장을 더 오래 이어가게 하는 힘이 됩니다.

[백은선/로컬○○(주) 대표 : "거창 농부 시장 이음이 독립적으로 계속 이렇게 이어갈 수 있도록 저희 자체만의 이야기들을 계속 쌓아 나가는 작업들을 하려고 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이렇게 매년 이어갈 수 있는 지역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거창의 농부들을 처음 이어주었던 시장 '이음', 이 공간이 이어가는 것은 단지 판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마음과 마음의 연결인지도 모릅니다.

구성:정현정/촬영·편집:김동민/내레이션:신유진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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