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적서 마주한 철학적 사유…지구 한바퀴 ‘깊은 울림’의 기록

김현주 기자 2026. 4. 1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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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대 교수 지낸 최진숙 작가, ‘세계10대유적지기행’ 출간

- 힘든 시기 부석사서 위로 받아
- 韓·아시아편 이어 3번째 기행문
- 피라미드·울룰루 등 10곳 엄선
- 세계 문명과 인간의 삶 성찰
- 매달 본지연재 통해 독자 소통

“지난달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 보셨어요? K-컬처를 상징하는 ‘아리랑’ ‘광화문’ ‘한글’을 전 세계에 보여준 무대와 앨범,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제가 생각한 우리나라를 대표 문화유산을 BTS가 알려주니 어찌나 뿌듯하던지…. 지난해 7월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을 때는 집에서 파티를 열었다니까요. 제가 워낙 사랑하고 자주 찾던 유적지라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거든요.”

최진숙 유적지기행작가가 최근 펴낸 3번째 기행문 ‘세계10대유적지기행’을 들고 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성효 선임기자 kimsh@kookje.co.kr


최진숙 작가는 자신을 ‘유적지에 미쳤다’고 소개했다. 2015년부터 11년간 전 세계 유적지를 부지런하게 찾아다닌 그는 그렇게 자신만의 보물을 차곡차곡 쌓았다. 그리고 2023년부터 ‘한국유적지기행’ ‘아시아유적지기행’에 이어 올해 ‘세계10대유적지기행’(하남출판사)까지 3년도 안 돼 책 3권에 그 보물들을 풀어놓았다. 현재 유럽유적지기행 두 권과 아시아유적지기행 후속편까지 쓰고 있기에, 그의 유적지 보물 상자는 정말 무궁무진해 보인다.

그가 최근 출간한 ‘세계10대유적지기행’은 기관별·시대별·국가별로 꼽는 세계적인 유적지 중 10곳(이집트 대피라미드, 그리스 파르테논, 이탈리아 콜로세움, 페루 마추픽추, 인도 타지마할, 영국 스톤헨지, 멕시코 테오타우아칸, 스페인 알람브라, 프랑스 에펠탑, 호주 울룰루)을 엄선해 쓴 기행문이다. 누구나 들어봤을 법하지만 쉽게 가보지 못한 세계의 유적지들. 그곳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책은 단순한 방문기나 감상기가 아니다. 수천 년의 세월을 견딘 거대한 문명의 탄생 과정과 그 속에 담긴 의미, 그곳에서 얻은 사유까지. 역사와 철학이 더해진 기행문이자 위대한 문명 앞에서 인간의 삶을 성찰한 인문서이다.

최진숙 작가의 이력은 역사와 조금 거리가 있다. 미국계 바잉오피스에서 국제무역 일을 했고, 전문 번역 회사 대표이자 번역가로 활동하다가 언어학으로 권위 있는 호주 맥쿼리 대학교(Macquarie University)에서 언어학을 공부했다. 이후 부산 영산대 글로벌학부에서 25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언어학 박사의 유적지 기행이라니, 어떤 인연이었을까.

“마음이 조금 힘들었을 때 영주 부석사 배흘림기둥 아래에서, 완주 화암사 극락전에서 위로받았어요. 조상들의 영혼이 깃든 유적지가 저를 안아주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그 뒤로 국내외 유적지를 미친 듯이 찾아다녔어요. 얼마 전 정리해 보니 지구 한 바퀴는 거의 다 돈 것 같아 ‘이제 지구가 한눈에 보인다’라고 생각했어요.”

50대 이후의 삶을 거의 유적지를 찾아다니는 데 쏟아부은 그가 유적지기행을 연이어 펴낸 것도 조상들이 남긴 유산을 더 널리, 잘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에서다. 국제신문에 매달 연재하는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쳤잖아요.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제가 시간·체력·돈을 투자해 얻은 유적지의 지식을 남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학교에서 교육을 통해 세계를 배우지만, 실제 현장을 가보지 않고서는 넓은 세상을 다 알 수 없거든요. 전 세계를 다니며 쌓은 지식과 경험, 감성과 철학, 역사와 인문 연구 등을 책으로 남겨 많은 이가 이를 참고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면 좋겠다 싶어요. 특히 이제 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꿈이 많은 나이에 가보지 않은 세계를 경험하면 더 넓은 시각을 갖게 되거든요. 이 책이 단순한 유적지 여행기를 넘어 문명에 대한 질문과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철학적 탐험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는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도 내비쳤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에 비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많이 보유한 국가입니다. 이는 우리가 문화강국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해요. 많은 나라를 다녀봤지만 한국의 문화유산과 유적지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자연과의 조화, 건축, 빼어난 조형미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지요. 조상들이 남긴 우리의 문화, 그들에게서 받은 문화 DNA에 자부심을 가지고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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