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만든 언론 ‘토끼풀’은 왜 학교를 떠났나 [미디어 전망대]

한겨레 2026. 4. 1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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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의 중학생들이 신문을 만들었다.

정치·사회 이슈와 교육·학교 현안을 학생들이 직접 취재하고 편집해 펴내는 매체, '토끼풀'이다.

연방대법원은 "학생들은 학교 문 앞에서 자신의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를 벗어버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학생의 발언은 '상당한 혼란'이나 '학교 활동에 실질적인 방해'가 없는 한 규제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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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이 지난 2월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연 ‘신문법·잡지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김동찬 |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서울 은평구의 중학생들이 신문을 만들었다. 정치·사회 이슈와 교육·학교 현안을 학생들이 직접 취재하고 편집해 펴내는 매체, ‘토끼풀’이다. 교내 자율동아리로 출발했다. 적은 예산이지만 지원을 받고 인쇄실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곧 간섭이 시작됐다. 기사를 내보내기 전 교장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신문을 압수하고 배포를 금지했다. 교육의 중립성, 교육활동 침해, 학부모 민원 등이 이유였다. 신문 압수에 항의해 1면을 백지로 발행하기도 했지만, 토끼풀은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학교 밖에서도 독립은 순탄하지 않았다 .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발행인 등록이 불가능했고 , 단체 명의 계좌조차 열기 어려웠다 . 법적 보호도 받지 못했다 . 학교 안에서는 통제를 받고 , 밖에서는 제도의 바깥에 놓였다 . 결국 , 헌법소원을 냈다 .

1983 년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학생 신문 ‘더 스펙트럼’ 은 10대의 임신과 부모의 이혼을 다룬 기사를 준비했지만 , 교장은 인쇄 직전 해당 지면을 삭제했다 . 학생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소송을 냈다 . 이른바 ‘ 헤이즐우드 사건 ’ 이다 .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먼저 ‘팅커 판결’을 볼 필요가 있다. 1965년,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의미로 검은 완장을 착용하고 등교한 학생들이 정학을 당했다. 연방대법원은 “학생들은 학교 문 앞에서 자신의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를 벗어버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학생의 발언은 ‘상당한 혼란’이나 ‘학교 활동에 실질적인 방해’가 없는 한 규제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러나 헤이즐우드 판결은 이 기준을 뒤집었다 . 학교가 후원하는 학생 언론 (school-sponsored speech) 을 교육 활동의 일부로 보고 , 교육적 사명에 부합하지 않으면 학교가 통제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이 판결은 이후 학생 언론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 한국과 마찬가지로 논쟁적이거나 학교 비판이 담겼다는 이유 , 학부모 민원 우려 등으로 기사들이 제한됐다 . 학생들은 자신을 검열하게 되었고 , 쓰지 않는 선택이 더 안전하다는 감각을 학습했다 . 학교의 통제와 학생의 자기 검열은 점차 대학 언론과 소셜미디어까지 확대됐다 . 헤이즐우드 판결은 질문하는 시민이 아닌 순응하는 세대를 길러낸다는 비판을 낳았다 .

이 비판은 입법 운동으로 이어졌다 . 이른바 ‘ 뉴 보이스 ’ 운동이다. 학생언론법센터를 중심으로 학생·시민단체·언론인이 참여해 팅커 기준을 채택한 주 단위 입법을 추진했고 , 18 개 주에서 관련 법이 제정됐다 . 이 법들은 학생 언론에 대한 제한을 명예훼손 , 불법 행위 , 또는 실질적인 학교 운영 혼란 등으로 엄격히 한정한다 . 미 시민사회가 법원 결정의 한계에 머무르지 않고 , 참여와 협력을 통해 제도적 보호 장치를 만들어낸 사례다 .

한국 상황으로 돌아오면 , 청소년 언론은 여전히 학교 안팎에서 제약을 받는다 . 학교 안에서는 지원과 맞바꾼 통제가 이뤄지고 , 밖에서는 자유만 주어진 채 법적 보호 없이 모든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 토끼풀은 이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결국 , 문제는 청소년 언론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의 부재다 .

청소년이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사회와 나누고자 할 때 , 그 활동은 어디에서 어떤 조건으로 가능해야 하는가 . 학교 안이든 밖이든 , 청소년 언론이 더 이상 불안정한 주변부에 머물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 이는 단지 청소년 언론의 문제가 아니다 .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민주적 시민으로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의 문제다. ‘토끼풀’ 이 던지는 질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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