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에도 유럽에 생산 맡긴 빅파마들... 한국도 관세 영향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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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회사들이 지난해 미국 시장을 위한 의약품 생산 기지로 미국 대신 유럽을 더 많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데이터의 카티아 제바르 제약 애널리스트는 "현재 미국 정치 상황의 예측 불가능성 속에서 다각화한 글로벌 공급망은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갑작스럽고 치명적인 생산 중단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며 "유럽으로의 위탁생산 이동은 관세가 제한적인 영향만을 미쳤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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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34건, 미국 10건... "역대 최대 격차"
"미국 정치 상황 때문, 관세 영향 제한적"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지난해 미국 시장을 위한 의약품 생산 기지로 미국 대신 유럽을 더 많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위협에도, 기업들이 미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공급망 다각화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14일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의약품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의 미국 내 위탁생산 계약은 10건으로, 2024년(28건)과 비교해 급감했다. 반면 유럽은 2024년 36건과 유사한 34건의 위탁생산을 유치해 미국의 3배를 넘어섰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이는 미국과 유럽 위탁생산 계약 간 사상 최대 격차다.
의약품 제조를 외주화한 미국 기반 제약사 14곳 중 9곳은 유럽 국가와 위탁생산 계약 13건을 체결했다. 반면 이들 중 미국 내 시설에 투자한 곳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유럽 국가 중에선 독일이 12건으로 가장 많은 계약을 맺었다.
자체 제조 시설 확충에도 유럽행이 이어졌다.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네덜란드에 30억 달러(약 4조4,599억 원)를 투자해 공장을 건립하기로 했고, 노보노디스크도 아일랜드 공장 확장에 5억6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양사 모두 경구용 비만 치료제 수요 충족 목적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초래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큰 변수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데이터의 카티아 제바르 제약 애널리스트는 "현재 미국 정치 상황의 예측 불가능성 속에서 다각화한 글로벌 공급망은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갑작스럽고 치명적인 생산 중단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며 "유럽으로의 위탁생산 이동은 관세가 제한적인 영향만을 미쳤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관세 부담이 애초 크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 유럽은 지난해 7월 미국 정부와의 무역합의로 일찌감치 의약품 관세율을 15%로 최소화했다. 또 이후 미국 정부와 최혜국 대우 및 미국 내 생산 협정을 맺은 주요 글로벌 제약사는 2029년 1월까지 관세가 면제된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주요 제약사들이 트럼프 대통령 압박에 미국 내 자체 생산시설 투자에 나서면서, 위탁생산 수요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역합의에 따라 한국산 의약품에도 유럽과 동일한 관세 15%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오 센터장은 "유럽 사례를 보면 관세가 위탁생산 계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지역이 아니라 향후 ADC(항체-약물 접합체)나 이중항체 같은 새로운 치료제 위탁생산 역량을 누가 먼저 갖추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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