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처음 제출되는 예비비 명세서… '깜깜이 집행' 논란 끝낼까

장재진 2026. 4. 14. 19: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부가 국회에 예비비 사용계획명세서를 이달 처음 제출한다.

14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까지 국회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예비비 사용계획명세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예비비 특성을 고려하면 명세서 제출은 정부가 분기마다 집행 내역을 제공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

정부는 예비비 지출 내역을 실제 집행 연도가 아닌 이듬해 결산(5월) 때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월 개정된 국가재정법 시행에 따라
1분기 사용계획 이달까지 의무 제출
'쌈짓돈'처럼 쓰고 이듬해 승인 구조
국회의 재정 통제 기능 무력화 비판
올해 추경 심의 때도 5조 증액 논쟁
1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2026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국회에 예비비 사용계획명세서를 이달 처음 제출한다. 정부 비상금 성격인 예비비는 집행 내역 보고가 이뤄지지 않아 '깜깜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올해부터 국회 보고가 의무화되면서 용처를 둘러싼 현미경 검증이 예상된다.

14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까지 국회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예비비 사용계획명세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올해 2월 개정된 국가재정법 시행으로 각 분기 다음 달 말일까지 국회에 명세서 제출 의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정부가 예비비를 쓰려면 기획처 장관이 사용계획명세서를 작성한 뒤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예비비 특성을 고려하면 명세서 제출은 정부가 분기마다 집행 내역을 제공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

국가재정법이 바뀐 이유는 역대 정부의 예비비 운용이 국회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예비비 지출 내역을 실제 집행 연도가 아닌 이듬해 결산(5월) 때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사후에 승인하는 국회로선 예비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견제하기 어려웠다.

예비비를 집행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정부 쌈짓돈'이라는 지적도 적잖았다. 윤석열 정부 시절에도 예비비 수백억 원이 대통령실 이전이나 해외 순방 등 정권 치적 사업에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개정 국가재정법은 예비비의 사용 요건을 명시했다. 이제는 ①예산 편성 때 예측이 불가능했고 ②지출 필요성이 시급하며 ③기존 예산으로는 충당하기 어려운 데다 ④해당 회계연도 내에 집행이 가능한 사업에 한정해 예비비를 쓸 수 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급등한 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 중인 가운데 14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기름값이 표시돼 있다. 뉴스1

예비비는 국회가 최근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도 논쟁 대상이었다. 정부는 추경을 편성하며 올해 예비비를 5조 원 증액했다. 본예산 때 반영된 규모(4조 원)를 뛰어넘는 것은 물론, 추경 증액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이번 추경에서 실제 사업에 투입되는 금액은 25조 원 수준인데, 예비비가 5분의 1이나 차지하는 셈이다.

정부가 추경에서 늘린 예비비는 미리 정한 용도로만 쓸 수 있는 목적예비비로, 일반예비비와 구분된다. 예비비 증액분은 '고유가 및 공급망 위기 대응을 위한 지출' 목적이다. 지난달 13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되면서 발생한 정유사의 영업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예산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회는 이번 예비비 증액이 국가재정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예결위는 검토보고서에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민간 부문의 손실 보상은 정책 집행 과정에서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며 "목적예비비가 아닌 산업통상부의 사업 예산으로 편성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예비비 목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문제 제기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대규모 재원이 '고유가 및 공급망 위기 대응'이라는 명목 아래 정부 재량으로 배분될 수 있어 국회의 재정 통제 약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유사 손실 보상 기준도 관건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민간 기업을 지원하면서 구체적인 보상 기준을 밝히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세종=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