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중동 전쟁 ‘3중 쇼크’ 불러”...에너지·식량·성장 경고
개도국, 농업생산 감소·식량위기 심화 우려
한시적 현금지원·바우처·에너지 보조금 제시
“중동전쟁, 지역분쟁 넘은 ‘구조적 충격’”

중동 전쟁이 에너지 가격 급등, 식량 가격 상승, 성장 둔화라는 ‘3중 쇼크’로 이어지며 전 세계에서 최대 3250만명이 빈곤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13일(현지시각)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며 국제사회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최악 시나리오는 6주간 석유·가스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생기고 고비용이 8개월간 지속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2021년 구매력평가(PPP) 기준 중상위 소득국의 빈곤선인 하루 수입 8.30달러(약 1만2350원) 이하로 떨어지는 인구가 3250만명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빈곤 인구 증가분의 절반은 페르시아만 지역, 아프리카, 아시아, 소규모 도서 개발도상국 등 에너지 순수입국 37개국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한 GDP 감소보다 식량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빈곤 확대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또 성장 둔화만 고려하면 빈곤 증가폭은 제한적이지만 물가 상승이 결합하면 극빈층 증가 규모는 수십배 이상 확대된다.
전 벨기에 총리인 알렉산더 더크로 UNDP 총재는 “국제 개발로 이뤄진 진전이 이번 전쟁으로 퇴보하는 ‘역개발’이 일어나고 있다”며 “특히 간신히 가난에서 벗어났던 빈곤국 사람들이 다시 빈곤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업부문에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2월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석유·가스 공급과 비료 생산 등이 차단되고 글로벌 해운에 큰 지장이 생기면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같은 영향으로 개발도상국에 ‘식량 안보 시한폭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전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통화 가치 하락과 에너지·비료 공급 차질이 맞물리며 농업 생산 감소와 식량 위기 심화가 우려된다.
보고서는 또 저소득층일수록 소득 대비 식비와 에너지 지출 비중이 높아 물가 상승이 실질소득 감소로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이같은 충격이 두드러지며, 여성과 취약계층이 불균형적으로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에 따라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은 GDP가 최대 6% 가까이 감소하고 약 400만명이 추가로 빈곤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공급망 혼란과 운송 비용 증가가 기술·제조 분야까지 파급되는 양상이다. 재정 역량이 부족한 국가들은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 환율 하락, 부채 부담 확대라는 또 다른 ‘삼중 압박’에 직면해 정책 선택지가 극도로 제한적인 상황이다.

UNDP는 대응 방향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한시적 현금 지원이 가장 효과적이며, 약 60억달러(약 8조9000억 원) 규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행정 역량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최소 사용량에 대한 에너지 보조금이나 바우처가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세번째로 에너지 보조금을 대응으로 들 수 있다. 다만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무차별로 지급되는 에너지 보조금은 재정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크로 총재는 “사람들이 다시 빈곤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단기적 현금 지원은 경제적 결과로도 긍정적”이라며 국제기구와 개발은행들의 재정 지원을 촉구했다. 다만 이 같은 촉구는 미국·독일·프랑스·영국 등 서방 주요국들이 대외 원조를 대폭 삭감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들의 2025년 원조 지출은 전년 대비 4분의1 가까이 줄어든 1743억달러(약 259조4000억원)에 그쳤다.
보고서는 이번 위기를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개발 성과를 후퇴시킬 수 있는 구조적 충격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대응이 늦어질수록 단기 위기가 장기적인 빈곤 확대와 개발 정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며, 국가별 상황에 맞춘 신속하고 정교한 정책 대응과 함께 국제적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이 거듭 강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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